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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스테이블코인, 하반기 입법 재시동…은행·빅테크 주도권 격돌

김남규 기자

[사진=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김남규기자] 정부가 상반기에 마무리하지 못한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하반기 중 다시 추진한다. 은행과 빅테크, 가상자산 업계가 발행 주도권을 놓고 맞서는 가운데 한국은행의 감독 권한과 준비자산 규제도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정부는 14일 발표한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서 디지털자산업의 업종을 세분화하고 영업행위 규제와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담은 가칭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을 하반기 중 추진한다고 밝혔다. 국경 간 스테이블코인 거래 규율도 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과 연계해 마련하기로 했다.

스테이블코인은 원화나 달러 같은 법정화폐 가치에 연동하도록 설계된 가상자산이다. 가격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작아 결제와 송금에 활용할 수 있지만, 대규모 환매가 한꺼번에 몰릴 경우 준비자산 매각과 유동성 경색으로 금융시장 불안을 키울 수 있다.

입법의 최대 쟁점은 발행 주체다. 은행 중심 컨소시엄에만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할지, 핀테크와 빅테크, 가상자산 사업자 등 비은행에도 문을 열지가 관건이다.

은행권은 예금자 보호 체계와 자금세탁 방지, 준비자산 관리 능력을 근거로 은행 중심 발행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빅테크와 가상자산 업계는 은행에만 발행권을 주면 혁신과 경쟁이 제한되고 시장 진입 장벽만 높아질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준비자산 규제도 핵심이다. 발행액만큼 현금이나 국채 등 안전자산을 보유하도록 할지, 준비자산을 어디에 보관하고 누가 외부 감사를 맡을지 결정해야 한다. 이용자의 상환 청구권과 발행사 파산 때 자산을 보호하는 방안도 법안에 담길 전망이다.

한국은행의 역할을 둘러싼 논쟁도 불가피하다. 스테이블코인이 결제·송금 수단으로 널리 쓰이면 은행 예금이 빠져나가고 통화정책의 파급 경로가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지급결제 안정과 통화정책 측면에서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유통 과정에 대한 감독·승인 권한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과 한은의 권한 배분도 쟁점이다. 금융당국이 발행사 인가와 소비자 보호를 맡고, 한은이 지급결제와 준비자산 건전성을 감독하는 방식이 거론되지만 구체적인 역할 분담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정부는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허용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도 지원하기로 했다. 스테이블코인과 현물 ETF가 동시에 제도화되면 은행과 증권사, 빅테크, 가상자산 거래소 간 디지털자산 시장 주도권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하반기 안에 입법이 마무리될지는 불투명하다. 상반기에도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가 주요 과제에 포함됐지만 발행 자격과 준비자산, 감독 권한을 둘러싼 이견으로 일정이 미뤄졌다. 정부와 한은, 금융권, 가상자산 업계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법안 마련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김남규 기자
ng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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