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적법 판단” vs “행위 자체가 위법”…고려아연·영풍, 대법원 판단 놓고 정면충돌

[디지털데일리 김남규기자] 고려아연과 영풍이 2025년 1월 임시주주총회에서 이뤄진 영풍의 의결권 제한을 둘러싼 법원 판단을 놓고 정면으로 맞섰다. 고려아연은 유사한 의결권 제한에 대해 대법원이 이미 적법성을 인정했다는 입장인 반면, 영풍은 이번 사건은 상호주 관계를 형성한 행위 자체의 위법성을 다룬 별개의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고려아연은 2025년 3월 정기주주총회와 관련한 대법원 결정을 근거로 상호주 관계에 따른 의결권 제한의 적법성이 확인됐다는 입장이다.
당시 대법원은 고려아연과 영풍 사이에 상호주 관계가 형성돼 있다는 전제 아래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할 수 있는지를 판단했다. 고려아연은 이를 근거로 이번 서울중앙지법 판결이 기존 대법원 판단과 배치된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7부는 지난 10일 영풍이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박 대표가 영풍에 1억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번 소송은 고려아연이 2025년 1월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호주 계열사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을 통해 영풍과 상호주 관계를 형성한 뒤 이를 근거로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한 데서 비롯됐다.
재판부는 SMC를 국내 상법상 주식회사와 같거나 가장 유사한 형태의 회사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SMC가 상법 제369조 제3항에서 정한 자회사에 해당하지 않고, 이를 전제로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한 행위도 위법하다고 봤다.
박 대표에 대해서는 고려아연 대표이사이자 SMC 이사로서 상호주 형성과 의결권 제한 과정에 관여했다고 판단했다. 또 영풍의 주주권 침해 가능성을 인식했거나 적어도 인식할 수 있었음에도 의결권 제한을 강행했다며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봤다.
영풍은 고려아연이 제시한 대법원 결정과 이번 판결은 판단 대상이 다르다고 반박했다.
영풍 측은 “2025년 3월 정기주총 관련 대법원 결정은 이미 형성된 상호주 관계를 전제로 상법상 의결권 제한 규정의 적용 여부를 판단한 것”이라며 “이번 판결은 주주총회 직전 해외 계열사를 활용해 상호주 관계를 형성하고 이를 근거로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한 행위 자체의 위법성을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상호주 관계가 형성된 이후 의결권 제한 규정을 적용할 수 있는지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상호주 관계를 만든 뒤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한 행위가 위법한지는 서로 다른 법률 문제”라고 주장했다.
영풍은 이번 판결이 상호주 관계 형성 과정의 위법성과 이를 주도한 대표이사의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본안에서 판단한 첫 사례라는 점도 강조했다.
결국 양측의 공방은 대법원 결정의 적용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인지에 맞춰져 있다. 고려아연은 상호주 관계에 따른 의결권 제한의 적법성이 이미 확인됐다고 보는 반면, 영풍은 이번 사건은 상호주 관계를 형성한 과정과 목적 자체를 따진 별개의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이번 판결은 1심 판단이다. 향후 항소심에서는 SMC의 법적 성격과 상호주 관계 형성 과정의 위법성, 박 대표의 고의 및 손해배상 책임 등이 다시 쟁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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