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계

캐나다는 왜 독일 TKMS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나 [헤비급브리핑]

최민지 기자

<디지털데일리>는 한 주간 국내 중후장대 산업에서 영향력이 큰 이슈를 선별해 집중 조명합니다. 헤비급이라는 이름처럼 시장과 산업 구조를 흔드는 무게감 있는 핵심 사건에 집중합니다. 한눈에 산업 흐름을 읽을 수 있는 <헤비급 브리핑> 매주 일요일 찾아뵙겠습니다. <편집자주>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7월6일(현지시간) 캐나다 노바스코샤주 핼리팩스 HMC 조선소에서 캐나다 잠수함 사업(CPSP)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60조원 규모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프로젝트(CPSP) 수주전에서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TKMS)이 한국 한화오션을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CPSP는 노후화한 빅토리아급 잠수함 4척을 대체하기 위해 잠수함을 최대 12척 도입하는 대규모 방산 조달 사업이다.

한화오션이 맞서야 했던 상대는 TKMS가 아니라 독일·노르웨이를 중심으로 형성된 유럽 방산 생태계였다. TKMS가 제안한 2500톤급 212CD는 독일과 노르웨이가 공동 개발 중인 차세대 잠수함으로 아직 실전 운용 사례는 없지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독일·노르웨이 해군에서 운용 예정이다.

캐나다 정부는 미국에 대한 군사·경제 의존도를 줄이는 동시에 유럽·나토와 안보·방산 협력을 빠르게 확대하는 과정에서 CPSP 수주전 승자를 결정했다.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캐나다를 수차례 방문하며 CPSP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던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기술력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없다는 현실을 보여줬다"고 이번 수주전을 평가했다.

그는 "강력한 군사안보 동맹인 NATO의 두터운 벽을 단번에 넘어서기는 역시 쉽지 않았다"며 "7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다져온 끈끈한 안보 동맹과 군수 상호운용성의 역사적 무게를 실감한다"고 말했다.

◆EU 방산협력 속도 낸 캐나다…SAFE 진입 한 달 뒤 TKMS 선택

캐나다 정부는 이번 결정을 잠수함 도입뿐 아니라 파트너십 선택으로 규정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이번 CPSP를 "캐나다와 유럽 간 새로운 산업 협력 기반이 될 파트너십"이라고 말하며 대서양 동맹 안보와 경제 회복력을 강조했다.

카니 총리는 "한화오션과 TKMS 모두 캐나다 해군 요구 성능을 충족했고 강력한 경제적 제안을 제출했다"면서도 "최종적으로 캐나다 전략·안보·경제적 이해를 가장 잘 충족하는 플랫폼과 파트너십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캐나다와 EU는 2025년 6월 '미래를 위한 새로운 EU-캐나다 간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안보·방위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카니 총리는 당시 국제 파트너십을 다변화하고 강화하겠다며 방위·무역·통상 협력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를 계기로 캐나다와 EU는 '안보·국방 파트너십'에 서명했다. 이는 유럽 재무장 계획 일환인 세이프(SAFE·Security Action For Europe)에 캐나다가 참여하기 위한 첫 걸음이다. SAFE는 최대 1500억유로 규모 금융지원을 바탕으로 EU 회원국 공동 방산조달과 방산 생산능력 확대를 지원하는 제도다. EU가 공동으로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 후 회원국에게 저금리 대출을 하는 방식으로 공동 무기 구매와 방산 투자를 지원한다.

1년 뒤 2026년 6월 EU 이사회는 "SAFE에 따른 조달절차에 캐나다 기업·제품이 참여할 수 있도록 EU와 캐나다 간 협정을 채택했다"고 밝혔다. 올해 2월 SAFE 참여 협정 서명 후 4개월만에 EU 이사회에서 이를 공식 확정했다.

TKMS가 CPSP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 한 달 전 캐나다는 비유럽 국가 중 처음으로 SAFE에 진입하게 된 셈이다.

카니 총리는 CPSP 수주전 결과를 발표한 직후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 독일과 파트너십 협상, 노르웨이 장거리 미사일인 JSM(Joint Strike Missile) 구매, 유럽 군사 주둔 규모 확대 등을 연이어 발표했다.

카니 총리는 지난 7일(현지시간)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만나 캐나다·독일 전략적 파트너십 협상을 시작하기로 했다. 양국은 안보·방위뿐 아니라 기술·투자·공급망·핵심 원자재·에너지·우주 협력을 하나의 체계로 묶을 예정이다. 이어 나토 정상회의에서 동맹국과 대서양 안보에 대한 기여를 확대하고 새로운 방위 파트너십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캐나다는 2035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안보 관련 지출을 5%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나토 목표도 이행할 계획이다.

TKMS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 독일 전략적 파트너십 추진, 나토 방위협력 확대가 사흘 사이 연이어 이뤄진 것이다.

◆캐나다·유럽 가까워진 배경 '트럼프 변수'…북극 안보까지 한뜻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행보도 캐나다와 EU를 가깝게 만든 요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카니 총리는 지난 4월 "미국과의 긴밀한 유대 관계에 기반했던 우리의 과거 강점 중 상당수가 이제는 약점으로 변했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수차례 반복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캐나다 정부는 전략적 자율성과 파트너 다변화를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 의존도를 낮추는 가장 현실적인 파트너로 유럽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덴마크 그린란드를 위협한 이후에는 캐나다와 북유럽 간 북극 방위 관계가 강화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나토 정상회의 기간에도 그린란드를 향한 야욕을 숨기지 않았다.

러시아 군사활동과 중국 북극 진출 가능성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관련 행보까지 더해지면서 캐나다와 북유럽 국가들은 군사·외교적으로 힘을 합쳐 북극 안보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카니 총리는 지난 3월 노르웨이에서 열린 캐나다·북유럽 정상회의에 참석해 북부지역 안보와 방위산업·기술·에너지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러한 흐름은 독일과 노르웨이가 공동 개발하는 212CD 잠수함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었다. 이 잠수함을 도입하면 캐나다는 독일·노르웨이가 구축한 공동 운용·훈련·정비·군수 체계에 합류할 수 있다. 캐나다 입장에서는 유럽·북유럽 국가와 추진하는 안보·방산 협력 방향에도 부합했다.

카니 총리는 CPSP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발표 당시 "캐나다 북극권은 북미와 나토 서부 전선 안보에 필수적인 지역이 되고 있다"며 "권위주의 정권들은 점점 더 독단적으로 변해가고 있으며 전통적인 동맹 내에서의 역할 분담도 변화하고 있다. 캐나다와 같은 중견국(Middle powers)들은 뜻을 같이하는 국가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더 큰 전략적 자율성을 모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TKMS 플랫폼은 북극 해역에 최적화돼 있다. 나토와 완전한 상호 운용이 가능해 동맹국과 통신·정보 공유·합동 임무를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어 빙하 환경에서의 내구성, 스텔스 성능, 소음 없이 완전 잠항 상태로 40일 이상 작전을 수행하는 능력 등을 강점으로 꼽았다.

결과적으로 한국이 한화오션 잠수함 성능과 빠른 인도 능력, 각종 산업 협력 패키지로 적극적인 구애를 펼쳤지만 이미 구축된 캐나다와 EU 간 전략적 동맹 관계를 뛰어넘기에는 부족했다. 이에 정부도 다음 단계를 위한 대응에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에서 한국을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강조하고 무기체계를 공동 연구·생산·운용하는 '한-나토 방위산업 파트너십 2.0'을 제안했다. 나토 공동 조달시장 진입을 위한 조달 기본협정 협상에도 착수한다. 동시에 미국과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군용 선박 10척 건조'를 놓고 실무 협의를 이어간다. 유럽과 신뢰 기반 방산 네트워크를 넓히는 한편 한미 조선·방산 협력을 강화해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방침이다.

최민지 기자
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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