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바캉스 소비지도 ①] “매달 4만원이면 떠난다”…휴가 준비도 쇼핑

왕진화 기자

여름은 계절이 아니라 소비가 움직이는 시간이다. 휴가를 준비하는 순간부터 여행지에서의 한 끼, 계절 한정 메뉴와 가까운 편의점까지. 바캉스는 유통업계의 가장 큰 성수기이자 소비 트렌드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계절이라고 볼 수 있다. 디지털데일리는 [바캉스 소비지도]를 통해 올여름 소비자들의 발걸음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각 분야별로 살펴본다. <편집자 주>

[사진=참좋은여행, 홈앤쇼핑]

[디지털데일리 왕진화기자] 여름 휴가는 더 이상 출발하는 날 시작되지 않는다. 여행지를 예약하는 순간부터 여행용품을 장바구니에 담고, 휴양지 분위기를 닮은 공간을 찾아 쇼핑을 즐기는 과정까지. 바캉스는 하나의 소비 경험으로 확장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국내 성인 응답자 2000명 중 34.8%는 최근 6개월 내 해외여행을 다녀온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처럼 해외여행이 일상적인 소비로 자리 잡으면서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이뤄지는 ‘준비 소비’도 함께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통업계 역시 이러한 변화를 빠르게 반영하고 있다. 여행 자체를 판매하는 홈쇼핑부터 여행 준비 상품을 강화하는 백화점, 해외 휴양지를 그대로 옮겨놓은 체험형 공간까지 ‘휴가를 준비하는 소비’를 겨냥한 마케팅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홈쇼핑이 꼽힌다. 과거 여름 성수기에는 패키지 여행상품 판매가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소비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SK스토아가 지난해 선보인 ‘늘곁애 미리 크루즈’는 월 납입 방식으로 세계 크루즈 여행을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한 상품이다.

출시 1년 만에 누적 취급액 약 560억원을 기록했고, 최근 진행한 론칭 1주년 방송에서도 1시간 동안 약 12억원의 취급액을 올리며 여행 상품이 대표 인기 콘텐츠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줬다. 고가 여행상품을 한 번에 결제하기보다 장기 분할 납부를 선택하는 소비 방식도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홈쇼핑 업계 전반이 여름 성수기를 맞아 여행 상품 편성을 확대하고 있다. 패키지 여행 판매를 넘어 차별화된 일정과 테마형 상품을 앞세워 여행 수요를 공략하는 모습이다.

쇼핑엔티는 중국 무비자 정책 시행 이후 높아진 여행 수요를 반영해 7월 동안 중국 여행상품을 20회 이상 편성했다. 홈앤쇼핑도 최근 세계 각국의 이색 여행지를 모은 특집 방송을 편성하며 여행 상품 경쟁력을 강화했다.

선글라스와 샌들, 기능성 의류 등 여름 패션 아이템 수요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GS샵에서는 올해 3~6월 선글라스 카테고리 주문액이 전년 동기 대비 214.2% 늘었고, 관련 방송 편성도 두 배 이상 확대됐다.

자외선에 반응해 렌즈 색이 짙어지는 변색 선글라스처럼 일상과 여행을 함께 겨냥한 상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여름철 대표 신발인 샌들과 기능성 언더웨어 판매도 증가세다. GS샵은 올해 샌들 라인업을 확대하고 자체 언더웨어 브랜드 상품군을 강화하는 등 휴가철 패션 수요 공략에 나서고 있다.

백화점도 ‘여행 전 쇼핑’ 수요 공략에 나섰다. 신세계백화점은 오프프라이스 매장인 ‘신세계 팩토리스토어’를 전면 리브랜딩하며 여행용품 전문 공간인 ‘트래블 스페셜티 존’을 새롭게 마련했다. 기존 의류 중심에서 벗어나 여행용품과 뷰티, 소형가전 등 라이프스타일 상품군을 확대하며 여행 준비 수요를 적극 흡수하겠다는 전략이다.

[사진=현대백화점]

여행을 떠나는 대신 여행 분위기를 즐기려는 소비도 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주요 점포를 프랑스 남부 휴양지 리비에라 콘셉트로 꾸미는 ‘비바 리비에라’ 행사를 열고 몰캉스족 공략에 나섰다.

더현대 서울 사운즈포레스트에는 남프랑스 해변 시장을 구현한 공간과 프랑스 식품관, 문화 콘텐츠 등을 선보이며 쇼핑과 휴식을 결합한 체류형 경험을 강화했다.

실제 현대백화점의 지난해 여름철(6~8월) 방문객 비중은 26%로 봄·가을·겨울을 모두 웃돌았다. 과거 여름은 백화점 비수기로 여겨졌지만, 쇼핑과 외식, 전시를 함께 즐기는 ‘몰캉스’ 문화가 확산되면서 여름이 오히려 가장 많은 고객이 찾는 계절로 자리 잡았다는 설명이다.

관광객을 겨냥한 공간 재편도 속도를 내고 있다. 개점 10주년을 맞은 현대아울렛 동대문점은 대규모 리뉴얼을 통해 ‘K-패션 전문관’과 한국 골목시장을 모티브로 한 식품관을 선보인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쇼핑과 식음료, 문화를 한 공간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해 단순한 쇼핑 공간을 넘어 관광 콘텐츠 역할까지 수행하겠다는 전략이다.

유통업계에서는 과거에는 목적지에서의 소비가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과 여행의 분위기를 경험하는 과정까지 소비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고 본다.

실제 균일가 생활용품점 다이소에선 여행용 소분용기와 압축팩, 방수팩, 휴대용 세면도구 등 여행 준비 상품 판매가 집중되는 시기에, 휴양지 분위기를 연출하는 패션 영역까지 바캉스 상품군을 확대했다.

이커머스 업계 역시 여행을 준비하는 소비자를 겨냥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SSG닷컴은 패션과 뷰티, 가전부터 항공권·숙박 예약까지 한데 묶은 여름 시즌 기획전을 열며 여행 준비 수요 공략에 나섰다.

휴가에 필요한 상품을 제안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여행 전문관을 통해 항공권과 숙박, 렌터카 등 예약 서비스까지 연계하며 쇼핑과 여행을 하나의 소비 경험으로 묶는 전략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여행은 항공권을 예약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며 “여행용품 구매는 물론 휴양지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공간과 콘텐츠를 찾는 소비까지 늘면서 여름 마케팅도 단순 할인에서 체험 중심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왕진화 기자
wjh9080@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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