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홈플러스 사태' 책임론 확산속…김광일, 네파·고려아연 이사직 겸직 유지 주목

김남규 기자

홈플러스 영등포점 [사진=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김남규 기자] 홈플러스가 회생절차 폐지 결정으로 파산 갈림길에 선 가운데, 대표를 맡아온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네파와 고려아연 등 다른 투자기업의 이사직을 유지하고 있어 또 다른 주목을 받고 있다.

홈플러스 사태에 대한 책임 규명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에 계속 참여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이다.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3일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다. 법원은 홈플러스가 회생계획 이행에 필요한 2000억원 규모의 운영자금을 확보하지 못했고, 수정 회생계획의 실현 가능성도 낮다고 판단했다.

홈플러스는 즉시항고를 통해 회생절차 재개를 시도할 수 있다. 다만 운영자금을 마련하지 못한 채 폐지 결정이 확정되면 파산 가능성은 한층 커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홈플러스가 현재 상황에 이른 배경으로 MBK의 인수·경영 방식을 지목하고 있다. MBK는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홈플러스 자산을 담보로 대규모 차입매수(LBO)를 진행했다. 이후 점포와 부동산 자산을 잇달아 매각해 차입금을 갚았다.

이 과정에서 금융비용 부담이 커지고 홈플러스의 장기 투자 여력과 경쟁력이 약화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장기 성장보다 단기적인 재무 개선과 투자금 회수에 치중한 결과라는 것이다.

김 부회장은 MBK의 홈플러스 인수 과정에 깊이 관여한 핵심 인물이란게 세간의 평가다. MBK의 홈플러스 인수 이후 기타비상무이사를 맡았고, 2024년 1월 대표로 취임해 경영 전면에 나섰기 때문이다.

김 부회장은 재무와 관리 부문을 맡아 자금 조달과 구조조정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표 취임 이후에도 홈플러스는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결국 기업회생을 신청한 데 이어 회생절차 폐지 결정까지 받았다.

홈플러스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과 긴급운영자금 조달 등을 통해 회생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려 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기업가치는 약 3000억원으로 평가됐지만, 인수자가 부채를 함께 떠안는 구조여서 홈플러스로 유입된 현금은 약 1200억원에 그쳤다.

긴급운영자금 조달도 무산됐다.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과 보증 조건 등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2000억원 규모의 운영자금을 확보하지 못했다.

회생절차가 좌초되면서 직원과 납품업체, 입점 소상공인의 피해 가능성도 커졌다. 국민연금 등 MBK 펀드 출자자와 홈플러스 전자단기사채 투자자의 손실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의 제재 절차도 진행 중이다.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는 최근 MBK에 사전 통지한 직무정지 포함 중징계안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재 수위는 향후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제재심에서는 MBK가 홈플러스 투자에 활용한 상환전환우선주(RCPS)의 상환 조건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국민연금 등 펀드 출자자의 이익을 충분히 고려했는지가 주요 쟁점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김 부회장이 다른 MBK 투자기업의 이사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김 부회장은 네파 기타비상무이사를 맡아 경영 의사결정에 참여해 왔다. 네파 역시 차입금과 이자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재무구조가 악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부회장은 2025년 3월부터 고려아연 기타비상무이사로도 재직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비철금속과 핵심광물 생산을 주력으로 하는 국가기간산업 기업이다.

노동계와 일부 정치권에서는 장기간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한 장치산업의 특성과 사모펀드의 투자금 회수 방식이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고려아연 노조는 최근 홈플러스 노조와 연대 투쟁을 선언했다. 업종은 다르지만 MBK의 경영 참여가 고용 안정과 기업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를 공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도 지난 1일 고려아연 노조와 만나 사모펀드 등 투기자본에 대한 규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MBK는 고려아연 경영 참여와 관련해 기업가치 제고와 지배구조 개선이 목적이라는 입장이다. 홈플러스와 고려아연은 사업 구조와 재무 상황이 다른 만큼 두 회사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반론도 나온다.

IB업계에서는 이번 논란의 핵심이 홈플러스의 회생 좌초 자체보다 이후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지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홈플러스의 회생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당시 경영을 맡았던 인사가 다른 투자기업의 이사회 활동을 이어가는 것이 시장 신뢰 측면에서 적절한지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남규 기자
ng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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