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계

'獨 잠수함' 선정후, 캐나다 내부 진통…韓 대규모 투자 계획 사라지자 후폭풍

김유진 기자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7월6일(현지시간) 캐나다 노바스코샤주 핼리팩스 HMC 조선소에서 캐나다 잠수함 사업(CPSP)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김유진기자]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CPSP)에서 캐나다 정부가 한국 대신 독일을 선택하면서 '팀코리아'가 제안했던 대규모 산업협력 프로젝트가 흔들리는 등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한화오션이 캐나다 현지에 제안했던 조선 인력 양성 프로젝트의 향방이 불투명해진 데 이어 현대자동차그룹이 검토해온 현지 수소 생태계 구축 계획도 사실상 원점에서 재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캐나다 현지에서는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즈(TKMS)가 CPSP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한국이 제안했던 대규모 산업협력 패키지가 무산된 데 대한 아쉬움이 이어지고 있다.

캐나다 매체 CBC는 지난 7일(현지시간) 한화오션이 온타리오주 조선소와 대학 등과 추진하던 조선 기술 훈련센터 설립 계획에서 철수한다고 보도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쇠퇴한 캐나다 조선업 경쟁력을 회복하고 해군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사업으로 추진됐지만 한국의 탈락으로 지속 여부가 불투명해졌다는 것이다.

앞서 한화오션은 지난 2월 온타리오 조선소와 전략적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온타리오 조선소·모호크 칼리지와 조선 인력 양성 허브 구축을 위한 3자 간 협력 의향서(LOI)를 맺었다. 용접과 로보틱스 등 핵심 기술 인력을 양성하고 스마트 조선소 기술을 이전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었다. 한화오션은 CPSP 수주를 전제로 향후 10~15년간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었다.

다만 한화오션은 사업이 공식적으로 철회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해당 MOU에 대해 별도의 파기나 철회 통보를 진행한 바는 없다"며 "현지 대학과 조선소와의 파트너십은 CPSP 사업 선정을 전제로 한 구속력 없는 MOU이며 향후 연계 방안은 필요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일부 파트너십은 CPSP 결과와 관계없이 발전시키는 방안도 현재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자동차그룹이 검토했던 캐나다 현지 수소 프로젝트 역시 동력을 잃게 됐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은 한화오션의 수주를 지원하기 위해 캐나다 정부에 제안했던 '프로젝트 비버'의 추진 여부를 재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젝트 비버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수소 액화 공장·앨버타주 수소 충전소·온타리오주 수소트럭 생산공장 등을 구축하는 내용의 현지 수소 생태계 조성 사업이다.

캐나다 정부가 CPSP와 연계한 산업 투자를 요구하면서 팀코리아 차원의 패키지로 제안됐지만 이번 수주 실패로 추진 명분이 약화됐다는 분석이다.

현대자동차그룹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는 캐나다뿐 아니라 수소 사업과 관련해 각국 정부의 요청이 있다면 열린 자세로 지속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 해군 잠수함 도산안창호함이 캐나다 서부 해상에서 캐나다 해군 함정들과 연합협력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캐나다 현지에서도 한국의 탈락을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CBC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CPSP 수주 제안 과정에서 온타리오주의 철강기업 알고마스틸에 3억4500만달러를 투자해 구조용 강재 생산시설을 조성하고 캐나다산 철강을 방산 생산에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사업은 미국의 관세와 전기로 전환 여파로 대규모 감원이 발생한 지역경제 회복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됐다.

국방경제 전문가인 칼 스코그스타드 레이크헤드대 교수는 "한화의 제안은 북부 온타리오 지역에 분명한 경제적 이익을 가져올 수 있었다"며 "한국은 언더독이었지만 수주를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평가했다.

매튜 슈메이커 수세인트마리 시장도 "한화가 선정됐다면 지역사회 전체가 계약의 혜택을 누릴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업계에서는 이번 CPSP에 포함됐던 산업 협력 패키지 역시 사업성이 있을 경우에만 일부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어성철 한화오션 사장은 최근 산업 협력 투자 계획과 관련해 "이전에는 의무 성격이 있었지만 이제는 각 기업이 사업성을 보고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한편 정부와 국내 조선업계의 시선은 미국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23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한·미 조선협력센터' 개소식을 열 예정이다. 행사에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김형관 HD한국조선해양 대표, 최성안 삼성중공업 대표, 정인섭 한화오션 사장 등 국내 조선 3사 경영진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는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조선업계는 이를 계기로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를 중심으로 현지 사업 확대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그룹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리조선소 인수를 완료하고 전투함 건조를 위한 라이선스 확보를 추진 중이며 HD현대와 삼성중공업도 각각 미국 현지 조선사들과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최근에는 미국 국방부와 해군이 국내 조선 3사에 전투함과 급유함 건조 관련 정보요청(RFI)을 발송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미 조선 협력이 본격적인 사업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조선 3사는 관련 자료 제출도 마친 상태다.

김유진 기자
eugen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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