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현장] 카트 아닌 카메라 먼저…신세계가 만든 ‘아트 그로서리’의 정체

왕진화 기자

신세계백화점은 7월10일 서울 강남점에 예술과 식품을 접목한 새로운 생활문화 매장 ‘어나더 팜(Another Palm)’을 열었다. [사진=왕진화 기자]

[디지털데일리 왕진화기자] 매장 안으로 들어서기도 전부터 사람들이 걸음을 멈췄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새롭게 문을 연 ‘어나더 팜(Another Palm)’ 입구에서는 대형 미디어파사드를 배경으로 인증사진을 남기는 고객들이 이어졌다.

화면에는 매장에서 만날 수 있는 캐릭터 IP와 아트 굿즈들이 키치한 영상으로 끊임없이 흘러나왔고, 고객들은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매장 안으로 들어서자 중앙에는 글로벌 아티스트 ‘장 줄리앙’과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 ‘도라에몽’이 협업한 상품들이 전시돼 눈길을 붙잡았다. 쇼핑을 하기 위해 찾았다기보다 하나의 전시 공간을 둘러보는 듯한 분위기였다.

신세계백화점이 10일 강남점에 문을 연 ‘어나더 팜’은 이런 경험 자체를 하나의 상품으로 내세운 복합 리테일 매장이다. 식품과 아트, 인기 IP를 한 공간에 결합해 고객이 머물고 체험하는 시간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신세계백화점은 7월10일 서울 강남점에 예술과 식품을 접목한 새로운 생활문화 매장 ‘어나더 팜(Another Palm)’을 열었다. [사진=왕진화 기자]

신세계백화점은 7월10일 서울 강남점에 예술과 식품을 접목한 새로운 생활문화 매장 ‘어나더 팜(Another Palm)’을 열었다. [사진=왕진화 기자]

최근 백화점업계는 오프라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팝업스토어와 체험형 콘텐츠를 강화하고 있다. 물건을 판매하는 공간에서 벗어나 고객이 오래 머물고 다시 찾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면서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이 같은 소비 트렌드에 맞춰 상설 매장 자체를 콘텐츠 중심 공간으로 재구성하는 실험에 나섰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오프라인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형 매장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는 트렌드를 반영하고, 그간 신세계백화점이 추구해온 문화와 쇼핑의 가치를 담아 아트와 콘텐츠, 그로서리 등이 결합된 문화 체험형 쇼핑 공간 ‘어나더 팜’을 새롭게 선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매장 규모가 크지 않은 만큼 입장 방식은 일반 매장과 달랐다. 고객들은 예약 플랫폼 ‘캐치테이블’을 통해 입장 순서를 예약한 뒤 차례대로 매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신세계백화점은 한 번에 약 10~20명 수준으로 입장 인원을 조절해 혼잡도를 관리하고 고객들이 공간을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도록 운영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너무 붐비는 것보다는 한 번에 10명 안팎으로 조절하고 있다”며 “혼잡하거나 고객들이 부딪히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입장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고객들의 시선은 매장 전면으로 향했다. 현재 판매 중인 IP와 상품을 담은 미디어파사드 앞에서는 인증샷을 찍는 모습이 이어졌고, 일부 고객들은 자신의 차례가 오기 전까지 영상을 감상하거나 디저트 전문관인 ‘스위트 파크’를 둘러봤다.

매장 구성 역시 기존 식품관과는 차별화를 뒀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전체 상품 구성은 IP 및 아트 상품과 식품이 각각 절반 수준이다. 식품 비중도 적지 않지만, 다른 곳에서도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인 만큼 차별화의 중심은 아트와 IP 콘텐츠에 뒀다는 설명이다.

신세계백화점은 7월10일 서울 강남점에 예술과 식품을 접목한 새로운 생활문화 매장 ‘어나더 팜(Another Palm)’을 열었다. [사진=왕진화 기자]

신세계백화점은 7월10일 서울 강남점에 예술과 식품을 접목한 새로운 생활문화 매장 ‘어나더 팜(Another Palm)’을 열었다. 쿠사마 야요이 커피잔. [사진=왕진화 기자]

국내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아트 굿즈들도 매장 곳곳을 채웠다. 국내 첫 공개된 쿠사마 야요이 커피잔을 비롯해 미국 LA 기반 아티스트 듀오 프렌즈위드유와 뉴욕현대미술관(MoMA)이 협업한 쿠키 보관함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프렌즈위드유 쿠키 보관함은 우정과 사랑의 메시지를 담은 아트 에디션이다.

장 줄리앙과 벨기에 아트 에디션 플랫폼 ‘홈스튜됴’가 협업한 반려동물 식기, 팝아티스트 카우스(KAWS)의 시그니처 피규어도 카메라를 들게 만들기 충분했다. 이니미니(inimini) 키링, 아티스트 굿즈, 진격의거인·먼작귀·아톰·짱구 등 캐릭터 상품들도 공간 곳곳을 채우며 식품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특히 서울 강남권에서는 처음으로 선보여지는 젤리캣도 눈길을 끌었다. 젤리캣과 신세계백화점은 어나더 팜이 지향하는 아트 중심의 라이프스타일 콘셉트가 브랜드와 맞아떨어진다고 판단해 협업을 추진했다.

매장을 계속 새로운 공간으로 유지하기 위한 장치도 마련됐다. 핵심 콘텐츠 공간인 ‘드롭존(Drop Zone)’은 약 4~6주 간격으로 새로운 테마로 교체된다. 첫 번째 드롭존은 장 줄리앙과 도라에몽 협업 상품이며, 앞으로도 다양한 아티스트와 IP를 순차적으로 소개할 예정이다.

또한 어나더 팜은 자체 로고와 그래픽 아이덴티티도 구축했다. 매장 곳곳에 동일한 심볼과 디자인 언어를 적용해 하나의 독립 브랜드처럼 공간을 구성했다. 신세계백화점이 어나더 팜에 담은 ‘머무는 쇼핑’의 방향이 현장에서도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상품을 사러 오는 공간이 아니라 시간을 보내기 위해 찾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경쟁력”이라며 “경험이 구매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드는 기업들이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세계백화점은 7월10일 서울 강남점에 예술과 식품을 접목한 새로운 생활문화 매장 ‘어나더 팜(Another Palm)’을 열었다. [사진=왕진화 기자]

신세계백화점은 7월10일 서울 강남점에 예술과 식품을 접목한 새로운 생활문화 매장 ‘어나더 팜(Another Palm)’을 열었다. [사진=왕진화 기자]

왕진화 기자
wjh9080@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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