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삼성·SK하이닉스에 메모리 공장 압박…러트닉 “현지 생산 논의”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사진=AP 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옥송이기자]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향해 미국 내 메모리 반도체 생산시설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마이크론이 대규모 현지 투자 계획을 발표한 자리에서 경쟁사인 한국 기업을 직접 거론한 가운데,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생산 기반을 자국으로 끌어들이려는 미국 정부의 압박도 거세지는 모습이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러트닉 장관은 미국 뉴욕주 클레이에서 열린 마이크론 반도체 생산공장 콘크리트 타설 기념행사에 참석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미국 투자에 대해 언급했다.
러트닉 장관은 두 회사와 미국 내 생산시설 투자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구체적인 협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그는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미국으로 불러와 생산 시설을 짓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이크론이 미국 내 투자에 앞장서고 있는 만큼 경쟁사들도 뒤따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기업과 지식재산권에 투자하는 기업을 보호하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방향도 재차 강조했다.
러트닉 장관의 이번 발언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에서 추진 중인 기존 투자 범위를 넘어 메모리 생산시설까지 현지에 구축하라는 요구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인디애나주에 인공지능(AI)용 메모리 첨단 패키징 생산기지와 연구개발 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다만 양사의 미국 투자에는 D램과 낸드를 생산하는 메모리 전공정 팹은 포함돼 있지 않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사진=연합뉴스]
미국 정부는 반도체 공급망의 해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국 내 생산시설 투자를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동시에 관세 부과 가능성을 거론하며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현지 생산을 압박하는 방식이다.
마이크론은 이날 2035년까지 미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과 기술에 2500억달러(약 375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존 2000억달러 규모였던 투자 계획에서 500억달러를 추가한 것이다.
이번 투자에는 뉴욕주 신규 팹 건설과 아이다호·버지니아주 생산시설 확장 및 현대화 비용 등이 포함된다. 마이크론은 뉴욕 팹의 첫 콘크리트 타설 시점도 당초 계획보다 한 분기 이상 앞당겼다.
마이크론은 미국 내 생산능력을 확대해 자사 D램 생산량의 40%를 미국에서 확보한다는 목표다. 투자 과정에서 미국 전역에 9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 반도체 공급망 생태계 강화를 위한 별도 투자도 진행한다. 마이크론은 소재·부품 협력사 지원에 최대 30억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5억달러는 대만 글로벌웨이퍼스의 텍사스주 실리콘 웨이퍼 생산시설 확장에 지원하고, 장기 공급계약도 체결하기로 했다.
마이크론의 투자 확대는 AI 인프라 확산으로 D램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미국 내 생산 기반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글로벌 메모리 시장에서 생산능력과 공급망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는 포석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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