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운에 유가 급등, 회복세 기대했던 항공업계 '날벼락'

인천국제공항 전망대에서 바라본 계류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미국과 이란이 종전에 합의하며 진정되는 듯했던 중동 정세가 다시 악화하고 있다. 양국이 또다시 무력 충돌하며 주요 에너지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긴장 사태가 커지자 국제유가가 급등했다. 회복세를 기대했던 국내 항공업계는 지정학적 위험에 따른 유가 상승이 지속될 경우 하반기 수익성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미군은 8일(현지시간) 이란 군사시설을 겨냥한 추가 공습을 단행했다. 전날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소속 소형선박과 군사시설 등을 타격한 데 이어 이틀 연속 공격에 나선 것이다.
이번 공습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상선을 공격한 데 대한 대응 차원이다. 앞서 미국은 이란이 지정 항로를 벗어난 상선을 공격했다며 남부 군사 거점을 공습했고 이란은 바레인·쿠웨이트 미군기지를 공격하며 맞대응했다. 미군 추가 작전 이후에도 이란이 중동 내 미군기지를 겨냥한 보복 공습에 나서면서 양국 충돌은 다시 격화하는 양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쟁이 다시 재개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종전 MOU는 끝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장기적인 전면전은 부인하고 있지만 무력충돌은 피할 수 없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수송 핵심 통로다.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 약 20%가 이곳을 통과하는 만큼 군사적 긴장이 커질 때마다 국제 에너지 시장도 즉각 반응한다.
국제유가는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8일(현지시간) ICE 선물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전 거래일보다 5.2% 오른 배럴당 78.0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6월19일 이후 최고치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4.4% 상승한 배럴당 73.52달러를 기록하며 6월22일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다만 당장 여름 휴가철 수요가 크게 위축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현재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하향 조정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7월 국제선 유류할증료 산정 기준인 싱가포르 항공유(MOPS) 평균 가격은 지난 5월16일부터 6월15일까지 갤런당 338.30센트, 배럴당 142.09달러를 기록했다. MOPS 단계는 33단계 가운데 19단계다. 지난 6월 27단계보다 8단계, 최고 수준이었던 5월 33단계보다 14단계 낮아졌다.
유류할증료는 통상 일정 기간 평균 항공유 가격을 반영해 산정하는 만큼 최근 유가 급등이 곧바로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중동 긴장이 장기화하면 향후 유류할증료 인상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항공업계는 중동 긴장 상태가 지속된다면 여름 성수기 이후가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저비용항공사(LCC)가 상대적으로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여름철은 여행 성수기인 데다 7~8월 유류할증료 인하 가능성이 있어 당분간은 회복 흐름을 기대하고 있다"며 "하지만 지금처럼 유가가 오르면 9월 이후에는 유류할증료 인상과 여행 수요 둔화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형 항공사(FSC)는 비축유를 보유하거나 헤지 전략을 사용하는 등 대응 여력이 있지만 LCC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 타격이 더 크다"라며 "업계 전반이 이미 비상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동 불안이 장기화하면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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