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관절에 전장 DNA 심는다…삼현, 휴머노이드 액추에이터 양산 승부수

박기원 삼현 대표 [사진=옥송이기자]
[디지털데일리 옥송이기자] “자동차 사업이 아니었으면 이 액추에이터를 만들지 못했을 겁니다.”
8일 삼현은 서울 여의도 Two IFC Hall에서 마케팅커뮤니케이션데이를 열고 자체 개발한 차세대 로봇 액추에이터 브랜드 ‘액슬론(AXLON)’을 최초 공개했다. 이날 발표에 나선 박기원 삼현 대표는 위와 같이 말하며, 전장 부품에서 축적한 양산 경험을 바탕으로 휴머노이드 액추에이터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삼현은 자동차용 액추에이터에서 출발한 모션 컨트롤 기업이다. 모터를 중심으로 감속기와 제어기 기술을 확장해 전장과 방산 분야에서 사업을 키워왔다. 액추에이터는 모터, 감속기, 제어기가 결합돼 움직임을 만드는 핵심 부품이다. 삼현은 이 세 가지를 하나로 통합하는 3-in-1 기술을 휴머노이드용 액추에이터로 가져왔다.
박 대표는 “액추에이터 브랜드는 ‘AI가 생각하고 판단하면 액슬론이 움직인다’는 의미를 담았다”며 “30년 이상 쌓은 자동차용 헤리티지가 액슬론에 녹아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부품 시장에서 요구되는 품질관리와 자동화 생산 경험을 휴머노이드 액추에이터 시장의 차별화 경쟁력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액슬론 I 시리즈 [사진=옥송이기자]
이날 공개한 액슬론 풀라인업 12종은 크게 액슬론I, 액슬론O, 액슬론L 시리즈로 구성된다. 그중 총 10종으로 라인업이 가장 많은 I시리즈는 감속기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뉜다. 고정밀 구동이 필요한 관절에는 하모닉 감속기 기반의 IH 시리즈 5종, 사람과의 접촉이나 유연한 움직임이 필요한 관절에는 유성 감속기 기반의 IP 시리즈 5종을 적용하는 식이다.
각각 1종으로 구성된 액슬론O 시리즈는 강한 충격과 역동적 구동을 고려한 준직구동 방식을 채택했고, 액슬론L은 하체 등 고하중 직선 구동을 겨냥한다. 풀라인업을 통해 목·어깨·팔꿈치·손목 등 상체 주요 관절은 물론 허리와 무릎, 하체 구동 부위까지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 삼현 측 설명이다.
이날 삼현은 액추에이터를 구성하는 하드웨어와 함께 제어 소프트웨어도 소개했다. 휴머노이드가 산업 현장이나 생활 공간에서 사람과 함께 움직이려면 관절을 정밀하게 구동하는 것뿐 아니라 외부 충격에 어떻게 반응할지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삼현이 설명한 임피던스 제어는 사람이 로봇에 부딪히거나 외부 힘이 가해졌을 때 관절이 단단하게 버티는 대신 스프링·댐퍼처럼 충격을 흡수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가상벽은 특정 각도 이상 움직이지 않도록 소프트웨어적으로 제한하는 기능이다. 휴머노이드가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작동하기 위한 안전 제어 기술인 셈이다.

액슬론 L 시리즈는 고하중 직선 구동과 정밀 위치 제어에 사용된다. [사진=옥송이기자]
다만 삼현이 이날 기술력만큼 강조한 대목은 양산 대응력이다. 휴머노이드 액추에이터 시장이 아직은 소량 수작업에 가까운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다면 삼현은 자동차 부품에서 검증한 자동화 생산과 품질관리 체계를 로봇 부품에 적용하겠다는 구상이다.
박 대표는 중국 및 저가 생산 경쟁과 관련해 “오는 2028년을 휴머노이드 본격 생산이 시작되는 해로 본다”며 “수작업 베이스가 생산성이 있을까”라고 말했다. 이어 삼현은 자동차 부품에서 대량생산을 경험한 만큼 수작업이 아닌 자동화 기반 생산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를 위한 생산 투자도 진행 중이다. 삼현은 지난해부터 2029년까지 5년간 약 1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휴머노이드 액추에이터 관련 투자만 약 400억원으로 잡았다. 창원 2공장을 중심으로 로봇 생산라인을 구축 중이며, 내년 4월까지 액추에이터 풀 생산체계 구축을 완료한다는 목표다. 액추에이터는 연 50만개 규모를 우선 목표로 하고 모터는 1단계 50만개, 2단계 100만개 등 단계적으로 생산능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삼현 액추에이터에 탑재되는 임피던스 제어 기술 시연 [사진=옥송이기자]
수주 논의도 구체화되고 있다. 박 대표는 “고객사가 누구인지는 말씀드릴 수 없지만 과감하게 고객 수만 말씀드리면 21개”라고 말했다. 제품 기준으로는 액추에이터 7종, 모터 28종, 제어기 3종이 논의 대상이다. 일부 해외 고객사 프로젝트는 양산 전 검증 단계인 프로토 단계에 진입했다는 설명이다.
기술 목표도 제시했다. 박 대표는 휴머노이드의 목이나 손목처럼 작은 관절용 액추에이터에서 토크밀도 100Nm/kg을 넘는 것이 쉽지 않다며 이를 ‘벽’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작은 크기에서 높은 토크밀도를 구현하면 로봇 설계 자유도가 높아지고 배터리 소모도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삼현은 2세대 액슬론을 통해 이른바 ‘100의 벽’을 넘는 것을 목표로 선행 개발을 진행 중이다.

액슬론이 탑재된 휴머노이드가 어깨 관절을 교차로 움직이고 있다. [사진=옥송이기자]
한편 박 대표는 전장 기업이 휴머노이드 시장에 뛰어든 배경으로 시장 성장성과 수익성을 꼽았다. 그는 “액추에이터는 휴머노이드 한 대에 적게는 20여개, 많게는 40개 가까이 들어간다”며 “2030년이면 휴머노이드도 규모의 경제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현은 기존 모빌리티 중심의 매출 구조도 방산과 로봇 등 신사업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다. 모빌리티 사업은 한 번 수주하면 장기간 매출이 이어지는 구조인 반면, 추가 수주가 없으면 성장 정체가 나타날 수 있다. 이에 삼현은 기존 모빌리티 사업은 고도화하되 방산과 로봇처럼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분야로 포트폴리오를 넓히겠다는 계획이다.
박 대표는 “2027년부터 방산과 로봇 등 신제품 매출이 의미 있는 수준으로 올라오고, 2028년부터는 신제품 매출이 모빌리티를 추월할 수 있을 것”이라며 “2030년에는 로봇이 전체 성장을 이끄는 구조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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