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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컬AI 시동中] 예산 핵심 축은 ‘AI 공정 패키지’…해외 진출까지 노린다

오병훈 기자

[사진=제미나이 나노바나나2가 생성한 이미지]

[디지털데일리 오병훈기자] 정부가 전북·경남 지역을 피지컬AI 연구 실증 전초기지로 삼고 AI를 적용한 공장 공정 패키지 발굴에 나선다.

경남이 제조 공정 단위의 초정밀 제어 기술을 맡는다면 전북은 공장 전체를 하나의 지능형 운영체계로 묶는 역할을 맡았다. 정부가 최종적으로 겨냥하는 산출물도 로봇 단품이 아니라 AI 모델과 소프트웨어, 장비·로봇 제어 기술을 결합한 수출형 ‘K-AI 공장 패키지’에 가깝다.

큰틀은 데이터 수집·정제-LAM 기반의 월드모델 구축-로봇 파운데이션 모델(RFM) 개발-공장 내 적용 등으로 구성돼 있다. 사업 과제도 단계별로 필요한 기술을 연구개발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과기정통부는 최근 ‘2026년 경남·전북 AX 연구개발사업’ 공모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지역별로 들어가는 비용은 전북 7368억원, 경남 6763억원이다. 단순 금액만 놓고 보면 전북 사업이 더 크다. 이는 전북 사업이 공장 운영체제, 소프트웨어 표준화, 테스트베드, 산·학·연 공동 연구 클러스터 등 인프라 성격이 강한 과제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 전북은 공장 전체 제어…예산 절반이 실증·확산 인프라

전북 사업의 핵심은 ‘협업지능 피지컬AI 기반 소프트웨어(SW) 플랫폼 연구개발 생태계 조성’이다. 공장 내부에 흩어진 이기종 로봇, 자동화 설비, 물류 시스템, AI 모델을 하나의 운영체계로 연결하는 것이 목표다. 기존 제조 현장이 장비별·공정별로 따로따로 움직였다면 전북 사업은 이를 공장 단위의 자율 운영 플랫폼으로 묶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기술적으로는 AI 자율 공장 운영체제와 ‘SW 정의 공장(SDF, 공장 내 설비·로봇·센서·물류 장비를 SW로 통합 제어하는 공장)’ 체계가 중심이다. 공장 안에서 자율주행이동로봇(AMR), 무인운반차(AGV), 로봇팔, 검사 장비, 물류 설비가 동시에 움직이려면 각 장비가 따로 최적화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생산 계획, 장비 상태, 물류 흐름, 품질 검사 결과를 통합해 공장 전체 관점에서 판단하고 제어하는 운영 레벨 데이터가 필요하다.

전북 사업 예산 구조를 보면 이 같은 방향이 뚜렷하다. 제안요청서(RFP)상 전북에서 실시하는 12개 과제 가운데 가장 큰 예산을 차지한 사업은 ‘기술실증 테스트베드 플랫폼화 추진’이다. 해당 과제에는 1329억원이 배정됐다. 이는 전북 제안요청서상 지원액 5849억7000만원의 약 22.7%에 해당한다.

단일 과제 하나가 전북 사업의 5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셈이다. 이 과제는 가상환경 학습, 실환경 검증, 산업현장 적용, 데이터 재학습으로 이어지는 ‘폐루프 구조(AI 판단 결과를 적용하고, 그 결과를 다시 데이터로 수집해 개선하는 순환구조)’의 실증·확산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하는 셈이다.

그다음으로 큰축은 ‘기술확산형 협업지능 피지컬AI 연구개발’과 ‘개방형 연구클러스터 조성’이다. 각각 880억원, 784억3000만원 규모다. 지금까지 언급된 세 과제를 합치면 2993억3000만원으로, 전북 제안요청서상 지원액의 약 51.2%에 달한다. 전북 사업 예산 절반 이상이 테스트베드, 기술확산, 연구클러스터 등 실증·확산 인프라에 배정된 셈이다.

이는 전북 사업의 성격을 보여준다. 피지컬AI는 디지털 서비스처럼 서버와 소프트웨어만으로 검증하기 어렵다. 실제 로봇과 설비가 움직이고, 물류가 이동하며 검사 장비가 작동하는 환경이 있어야 한다. 테스트베드는 단순 시연장이 아니라 제조·물류·정밀검사 등 실제 산업 공정을 제조환경 수준으로 구현하는 실증 거점이다. 기업이 개별적으로 구축하기 어려운 장비와 검증 환경을 공동 활용하도록 만드는 기반 시설인 셈이다.

개방형 연구클러스터에는 피지컬AI 공동 연구개발센터, 국산 NPU 기술실증 스테이션, 실증 메타팩토리 등이 포함된다. AI 모델을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모델이 실제 장비와 공정 안에서 작동하는지 검증하려면 공간, 장비, 센서, 네트워크, 운영 소프트웨어가 함께 필요하다. 전북 사업은 피지컬AI를 ‘공장 운영 플랫폼’으로 구현하기 위한 기반 투자가 핵심인 셈이다.

◆ 경남은 LAM에 필요한 ‘암묵지’ 창고로…데이터 수집·정제 초점

경남 사업은 목표에 차이가 있다. 배정된 예산 중심은 제조 현장 데이터와 물리지능행동모델(LAM) 원천기술 개발에 있다. 쉽게 말해 AI 모델이 학습할 수 있는 공정 현장의 실데이터(인간이 수집하는 현장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일명 ‘암묵지’라고 언급되는 현장 실무 데이터를 해당 사업을 통해 수집하는 것이 핵심이다.

경남에서 13개 뿌리공정(금형·용접 등 제조업 기초 공정)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물리법칙 내재화 AI(PINN), 월드모델, LAM으로 이어지는 정밀 제어 체계를 만드는 역할을 맡는다. 제조 공정에는 무게와 질감이 각기 다른 수많은 부품을 다뤄야 한다. 로봇이 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작업에 기여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수집된 대규모 데이터가 필수적이다.

이에 따라 경남 사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과제도 ‘정밀제어를 위한 물리지능행동모델 원천기술 개발’이다. 총 1869억6000만원이 배정됐다. 이는 경남 제안요청서상 지원액 3996억7000만원의 약 46.8%에 해당한다. 경남 사업 절반 가까이가 LAM 원천모델과 이를 학습·실증하기 위한 인프라에 들어가는 구조다.

이 과제는 단위 공정의 물리 법칙을 이해하는 PINN, 전체 멀티 공정을 아우르는 월드모델, 초정밀 제어 액션을 생성하는 LAM을 하나로 결합한 ‘통합 물리지능행동모델(PINN-World Model-LAM) 프레임워크’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여기에 국산 신경망처리장치(NPU)-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 공동 테스트베드와 초정밀 제어용 학습데이터 플랫폼을 결합해 제조 자율제어 원천기술을 개발한다.

다음으로는 이 외에도 ‘제조 현장 융합데이터 수집·실증 과제’에 930억6000만원, ‘제조 데이터 신뢰성 확보 및 전주기 통합 운영 플랫폼’ 과제에는 914억6000만원이 투입된다. 각각 경남 제안요청서상 지원액의 약 23.3%, 22.9% 수준이다. 경남 예산은 크게 보면 ‘공정 데이터 확보’ ‘데이터 신뢰성·운영 플랫폼’ ‘LAM 원천기술 개발’ 세 축으로 구성된 셈이다.

◆ 경남에서 모은 데이터, 전북에서 합친다…피지컬AI 수출 강국 꿈꾼다

예산 규모만 보면 전북 사업의 중요도가 더 커 보인다. 실제 총사업비 기준으로도 전북이 전체의 52.1%를 차지하고, 제안요청서상 세부과제 기준으로도 전북은 테스트베드와 연구클러스터 구축에 절반 이상이 배정돼 있다. 이는 전북 사업이 피지컬AI 확산을 위한 ‘공동 실증 인프라’ 성격을 띠기 때문이다.

다만 기술 난도와 데이터 확보 측면에서는 경남 사업의 중요도도 낮지 않다. 피지컬AI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려면 제조 공정의 물리 데이터를 학습해야 한다. 특히 뿌리공정 데이터는 기업 내부에 흩어져 있거나 숙련자의 암묵지 형태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이를 표준화하고 AI 학습이 가능한 형태로 정제하는 일은 단순 예산 투입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결국 두 사업은 역할이 다르다. 전북은 여러 장비와 시스템을 통합하는 공장 운영 플랫폼을 만들고, 경남은 공정 단위에서 AI가 실제 행동을 판단할 수 있는 정밀 제어 기술을 만든다. 전북이 ‘공장이라는 몸체’를 구성한다면, 경남은 ‘제조 공정의 감각과 손놀림’을 데이터화하는 역할에 가깝다.

정부가 이번 사업을 통해 겨냥하는 최종 산출물도 이 두 축의 결합이다. 과기정통부는 제조 공정의 초정밀 제어와 자율 공장의 통합 운영 기술을 하나의 피지컬AI 플랫폼으로 구현하고 외산 솔루션 의존도가 높은 국내 제조 생태계 기술을 국산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이후 이를 AI 모델, 소프트웨어, 장비·로봇 제어 기술을 통합한 ‘지능형 첨단 K-AI 공장 패키지’로 발전시켜 글로벌 제조시장으로 확산 가능한 수출형 모델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정수진 NIPA 지역AX본부장은 “현재 제조 산업은 주로 외산 소프트웨어를 쓰는 구조인데 하나의 국산 피지컬AI 체계를 확보하면 경량화도 가능하고 다양한 활동 지원이 가능하다”며 “이렇게 구축된 피지컬 AI 공정 자체를 수출 품목으로 만드는 것도 핵심 목표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오병훈 기자
digimo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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