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의 벽 확인한 加 잠수함 수주전…韓 방산, 그러나 더 큰 기회 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7월6일(현지시간) 캐나다 노바스코샤주 핼리팩스 HMC 조선소에서 캐나다 잠수함 사업(CPSP)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김유진기자] 캐나다 정부가 차세대 잠수함 사업(CPSP)의 우선협상대상자로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즈(TKMS)를 최종 선정하면서 한국의 도전은 아쉽게 마무리됐다.
다만 잠수함 기술의 원조격인 독일과 최종 경합을 벌이며 실전 검증된 한국 잠수함의 경쟁력을 세계 시장에서 각인시켰다는 점에서 이번 수주전은 또 다른 의미를 남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6일(현지시간) 노바스코샤주 핼리팩스에서 CPSP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독일 TKMS를 최종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카니 총리는 "매우 우수한 두 업체 사이에서 내린 어렵고 치열한 결정이었다"며 "TKMS와 한화오션 모두 캐나다 해군이 요구한 높은 성능 기준을 충족했다"고 밝혔다.
캐나다 정부는 TKMS와 최대 12척 규모 차세대 잠수함 도입을 위한 협상에 착수한다. 하지만 TKMS와의 협상이 결렬될 경우 차순위인 한화오션과 협상을 개시할 가능성도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수주 불발 소식이 전해지자 한화오션 주가는 장중 20% 넘게 급락하며 투자심리도 위축됐다.
◆ 승부 가른 것은 '성능' 아닌 '동맹'…NATO·산업생태계가 결정적 변수
업계에서는 이번 결과가 잠수함 자체의 성능 경쟁에서 갈린 것이 아니라 안보와 산업정책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전략적 선택이었다고 분석한다.
가장 큰 변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였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한국 잠수함의 최대 복병으로 나토를 꼽아왔다.
독일 TKMS는 나토 회원국 간 군수 상호운용성과 공동 운용 체계를 강점으로 내세웠다. 캐나다가 TKMS의 212CD 잠수함을 도입하면 독일·노르웨이와 함께 북극해와 북대서양에서 총 24척 규모의 잠수함을 공동 운용하고 군수·정비 체계도 공유할 수 있다는 구상을 제안했다.
캐나다 입장에서는 동맹국 간 작전 수행 능력을 높이는 동시에 장기적인 유지·보수·운영(MRO) 비용까지 절감할 수 있는 셈이다.
실제 카니 총리도 발표 당시 "TKMS 플랫폼은 북극해 환경에 최적화돼 있으며 나토와 완전한 상호운용성을 갖춰 정보 공유와 연합작전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캐나다의 절충교역 제도인 ITB(산업·기술적 혜택) 정책도 중요한 평가 요소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CPSP는 단순히 잠수함을 구매하는 사업이 아니라 캐나다 조선·방산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국가 전략사업이기에 잠수함 성능뿐 아니라 현지 투자와 기술 이전·연구개발(R&D)·일자리 창출 등 경제적 파급효과도 비중 있게 평가됐다는 것이다.
TKMS는 사업 기간 캐나다 국내총생산(GDP)에 860억달러(약 132조원)를 기여하고 65만 잡이어(1명이 1년간 일하는 것을 기준으로 환산한 누적 고용효과) 규모의 고용을 창출하겠다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캐나다 동·서부 해안 가운데 한 곳에 잠수함 정비시설을 구축하고 어뢰와 대(對)어뢰 체계 생산시설을 조성하는 계획을 내놨다.
또 매니토바주 처칠항을 액화천연가스(LNG)와 핵심 광물 수출 거점으로 육성하고 앨버타주에는 탄소포집시설을 구축하는 한편 온타리오주 웨스턴대학교를 중심으로 국방·해양·북극·친환경 기술 연구개발(R&D) 생태계를 조성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카니 총리도 "방산과 우주, 탄약, 자율기술, 핵심광물, 연구개발 등 분야에서 수백억 달러 규모의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며 "10만개 이상의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오션도 2044년까지 700억달러 규모의 무역·투자와 연간 2만5000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 1000억달러 규모의 GDP 기여를 약속했다. 아울러 캐나다 자동차부품협회(APMA)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K9 자주포와 천무 등 전략무기를 공동 생산하고 현지 에너지 기업과 부유식 LNG 생산설비(FLNG) 구축 사업을 추진하는 등 대규모 산업협력 패키지를 제안했다.
그러나 나토라는 전략적 변수까지 넘어서지는 못했다.
◆ 한국이 못해서 진 것이 아니다…"NATO 장벽 넘을 전략 필요"
전문가들은 이번 결과를 한국 잠수함의 경쟁력 부족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 겸 한국방위산업연구소장은 "이번 사업은 독일과 한국이 국가 총력전을 펼친 국가대항전급 수주전이었다"며 "독일에 진 이유를 한마디로 말하면 '북대서양 동맹의 벽은 높았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 교수는 "한국 잠수함은 바닷속에 있지만 독일 잠수함은 아직 설계도 안에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국 잠수함은 실전 검증이 돼 당장 운용이 가능한 잠수함이었다"면서도 "그럼에도 캐나다가 독일을 선택한 것은 가격이나 성능 때문이 아니라 나토 방위체제 안에서 안보 파트너를 우선할 수밖에 없는 전략적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향후 한국이 이번 사업과 같은 대규모 수주전 준비 시 보완해야 할 점도 짚었다.
최 교수는 "독일은 수년 전부터 캐나다 정부와 현지에서 공을 들이며 이번 사업을 준비했지만 한국은 상대적으로 뒤늦게 뛰어든 측면이 있다"며 "한 발 늦은 정도가 아니라 두세 걸음 늦게 참여한 것이 아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또 수주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국가 간 대형 방산 거래는 통상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신중하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번 사업에서는 국내에서 수주 가능성이 지나치게 부각된 점을 최 교수는 아쉬운 대목으로 꼽았다. 이러한 분위기가 독일 측에 한국을 견제할 빌미를 제공하고 캐나다 현지 여론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향후 대형 방산 수주전에서는 보다 신중하고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번 결과를 비관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고 평가했다.
최 교수는 "독일의 캐파(생산능력)를 고려하면 향후 그리스와 튀르키예 등 예정된 또 다른 잠수함 사업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쉽지 않을 것"며 "그리스와 튀르키예 등 대규모 잠수함 도입 사업에서는 한국에 더 큰 기회가 열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독일이 잠수함의 원조 국가라면 한국은 그 기술을 이전받아 원조국과 대등하게 경쟁하는 수준까지 올라섰다"며 "이번 사업에서 최종 경합까지 오른 것만으로도 한국 잠수함의 경쟁력과 가능성은 글로벌 시장에서 충분히 입증했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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