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주 체제 엔비디아 공급망 장벽 마주했나… 연례 칩 출시 로드맵 차질 우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6월 8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코리아 AI 에코시스템 리셉션' 엔비디아 행사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디지털데일리 구아현기자]
[디지털데일리 김문기기자] 엔비디아가 오는 2027년 출시할 예정이던 차세대 카이버(Kyber) 랙 아키텍처 시스템이 핵심 인쇄회로기판(PCB)의 제조 공정 한계로 인해 출시 일정이 1년 이상 밀린 2028년으로 연기됐다.
6일(현지시간) 미국 CNBC 등 복수 외신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고도화되는 인공지능(AI) 모델의 학습과 추론을 제어하기 위해 144개의 최상위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단일 유닛으로 결합하는 고밀도 서버 시스템 카이버 NVL144를 개발해 왔으나 출시 일정이 지연됐다고 전했다.
시장조사업체 세미분석(SemiAnalysis)의 최신 공급망 실사 보고서에 따르면, 시스템 내부의 전자 모듈을 수직으로 연결하는 다층 구조의 특수 인쇄회로기판인 미드플레인(Midplane)의 제조 수율 확보가 이론적 한계에 부딪혔다. 이에 따라 차세대 루빈 울트라(Rubin Ultra) 프로세서와 연계하려던 카이버 랙 시스템의 출시 타임라인이 전면 수정됐으며, 광학 연결 방식을 채택한 대형 시스템인 NVL576 역시 초기 출하량이 극소량으로 제한되거나 동반 연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엔비디아 측은 '우리의 로드맵은 변함이 없다'라며 해당 분석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이 같은 핵심 하드웨어의 공정 차질은 엔비디아가 그간 공언해 온 연례 신제품 출시 주기가 글로벌 파운드리 및 소부장 파트너사들의 제조 기술 장벽과 충돌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엔비디아는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사(CSP)들의 연산 마진 손실을 방어하기 위해 기존 랙 유닛 2개를 강제로 결합하는 임시 대체안을 제시했으나, 주요 하이퍼스케일러 기업들이 과도한 운영 비용과 설계 비효율성을 이유로 강력히 반발하자 해당 프로젝트를 전면 취소했다.
이로 인해 루빈 울트라 칩셋의 성능을 온전히 구현할 하드웨어 솔루션 공백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독자 AI 주문형반도체(ASIC)를 내재화한 구글과 차세대 인스팅트(Instinct) 가속기를 앞세운 AMD가 하이엔드 칩셋 마켓의 틈새를 파고들 수 있는 기술적 기회를 잡게 됐다.
동시에 글로벌 지정학적 통상 규제 장벽 속에서 기술 격차 축소를 노리던 중국 반도체 공급망 진영에도 단기적인 완충 시간이 주어질 전망이다.
폴 트리올로(Paul Triolo) DGA 올브라이트 스톤브리지 그룹 파트너는 화웨이(Huawei)를 필두로 한 중국 현지 제조사들이 기술 추격을 위한 일련의 시간을 벌게 됐다고 진단했다. 다만 현재 중국의 하드웨어 생태계는 엔비디아의 아키텍처를 뒤쫓는 노선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AI 인프라 스택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분절화되고 있으며, 오는 2030년 시점에는 서방 진영과 완전히 차별화된 대안 플랫폼의 무결성을 증명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만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이 같은 리스크를 제어하기 위해 올가을 출시되는 기존 루빈 시스템의 양산 수율을 안정화하고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 애저(Azure) 등 8개 핵심 클라우드 파트너로의 출하 스케줄을 최우선으로 가동하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연기설이 엔비디아의 장기적인 시장 지배력에 치명적인 균열을 내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세미분석 역시 엔비디아의 2027 회계연도 하반기 데이터센터 컴퓨팅 부문 매출이 월가 컨센서스를 20% 이상 상회할 것으로 예측했다.
아울러 북미 전역의 AI 데이터센터 확장세를 가로막고 있는 고질적인 전력 공급 쇼티지(Shortage) 문제를 고려할 때, 랙 시스템의 하드웨어 출시 연기가 오히려 유틸리티 인프라 구축 속도와 타임라인이 동기화되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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