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D테일] 향수 디스커버리 세트, '취향의 틈새' 파고들다

유채리 기자

프랑스 니치 향수 브랜드 딥티크(DIPTYQUE)가 선보인 '썸머 리미티드 오 드 뚜왈렛 3종 세트'. [사진=신세계인터내셔날]

[디지털데일리 유채리 기자] 취향의 파편화와 세분화가 자연스러운 생활양식이 되며 향(Fragrance)의 크기가 작아지고 있다. 과거 하나의 시그니처 향수를 구매해 오랜 기간 사용하던 형식에서 벗어나 브랜드의 핵심 제품군을 소용량으로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는 '디스커버리(Discovery) 세트'와 미니어처 제품이 시장의 주요 트렌드로 부상하며 소비자들의 '취향의 틈새'를 파고드는 모습이다.

4일 신세계인터내셔날에 따르면 프랑스 럭셔리 니치 향수 브랜드 '엑스니힐로(EX NIHILO)'가 지난 2월 한국 고객만을 위해 단독 제품으로 출시한 '오 드 퍼퓸 10ml' 4종이 소비자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소용량 향수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수요가 확인되면서 엑스니힐로의 지난 2월부터 5월까지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8% 증가했다.

해당 제품은 기존 50ml와 100ml 용량으로만 판매하던 베스트셀러 '블루 탈리스만', '러스트 인 파라다이스', '플뢰르 나르코티끄', '상탈 콜링' 등을 미니어처로 재해석한 것이다. 기존 보틀의 정교한 유리 컷팅과 골드 캡 등 브랜드의 상징적인 디자인을 그대로 구현해 소장 가치도 높였다.

프랑스 니치 향수 브랜드 딥티크(DIPTYQUE)가 선보인 '썸머 리미티드 오 드 뚜왈렛 3종 세트' 역시 출시 20일 만에 준비된 물량이 모두 판매됐다. 해당 제품은 '오 데 썽', '일리오', '필로시코스' 등 여름철에 어울리는 향들을 소용량으로 모아 소비자가 자신의 취향을 다각도로 탐색할 수 있도록 한 점이 인기 배경으로 꼽힌다.

이처럼 디스커버리 세트나 소용량 제품 출시가 보편화된 데는 향 제품이 가진 특성과 연관이 깊다. 본래 '틈새'를 뜻하는 '니치(Niche)'라는 단어의 의미처럼 해당 제품들은 개인의 취향을 탈 뿐만 아니라 실험적인 향으로 호불호가 극명히 갈린다. 대표 제품이라 해 30만원을 웃도는 용량의 본품을 샀다가 취향에 맞지 않아 사용하지 않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소비자들이 일종의 시도로 소용량 키트를 선택하는 것이다. 날씨나 상황, 기분, 옷 스타일에 따라 향을 매치하는 경향도 이에 힘을 보탠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필요한 만큼 구매하고 다양한 취향을 경험하려는 소비 트렌드가 시장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소용량 제품이 신규 고객 유입을 확대하고 대용량 제품 구매로 이어질 수 있는 중요한 접점인 만큼 앞으로도 관련 제품군과 지속해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디스커버리 세트의 총 용량 대비 가격을 산정해 보면 오히려 본품을 구매할 때보다 단위당 비용 부담이 더 클 때도 있다. 그럼에도 당장 수십만 원의 목돈을 지출하지 않고 여러 향을 탐색하며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 소비자들에게 소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브랜드들은 물론 국내 신흥 뷰티 브랜드들까지 이런 소용량 구성을 핵심 라인업으로 취향을 탐색하는 이들을 공략하고 있다. '르 라보(LE LABO)'는 대표 제품을 포함한 '1.5ml 5종 세트'부터 17종의 라인업을 경험할 수 있는 세트까지 판매 중이다. 이 외에 마티에 프리미에르, 구딸 등도 디스커버리 세트 제품을 갖추고 있다. 국내 향수 브랜드인 탬버린즈, 논픽션, 인센프, 본투스탠드아웃 등도 디스커버리 세트를 판매 중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소용량 향 제품이 외국인 관광객들의 부담 없는 'K-기념품'으로도 주목 받고 있다. 향 제품은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불러오는 대표적인 기념품이지만, 국가나 문화권마다 선호하는 향의 경향이 달라 대용량 본품을 사기엔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다. 향 제품을 사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실패 확률을 낮추기 위해 소용량 키트를 선택하는 것이다.

실제 아로마테라피 기반 스칼프·스킨케어 브랜드 아로마티카에 따르면 '아로마티카 북촌' 매장의 지난달 전체 구매 고객 중 외국인 비중은 87.2%에 달했다. 특히 외국인 구매 품목 중 '아로마테라피 롤온 3종 및 디퓨징 오일 세트'가 전체 매출 3위를 기록했으며, 개별 롤온 단품 역시 상위권을 차지했다. 아로마티카 관계자는 "북촌 상권의 특성을 고려할 때, 여행객들이 부담 없는 가격대와 휴대성이 높은 제품에 선호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했다.

유채리 기자
cy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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