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양자컴 개발 가속’ 선언…비트코인 보안체계 흔들리나 [코인 레이더]

[사진=언스플래시]
[디지털데일리 조윤정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고성능 양자컴퓨터 개발을 앞당기고 국가 암호체계를 차세대 보안 기술로 전환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가상자산 업계에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될 경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주요 가상자산의 보안 기반인 공개키 암호체계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적인 위협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양자기술 혁신과 첨단 암호공격 대응을 위한 행정명령 2건에 서명했다. 핵심은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양자기술 주도권을 확보하는 동시에, 미래 양자컴퓨터 시대에 대비해 양자내성암호(PQC·Post-Quantum Cryptography) 체계를 조기에 구축하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과학 연구용 고성능 양자컴퓨터 개발 목표 시점을 2028년으로 제시했다. 동시에 연방정부 정보시스템의 PQC 전환 완료 시점을 기존 2035년에서 2031년으로 4년 앞당겼다. 양자컴퓨터가 기존 암호체계를 무력화하기 전에 새로운 보안 체계를 선제적으로 구축하겠다는 의미다.
가상자산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양자컴퓨터가 더 이상 먼 미래의 기술이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지난 4월 구글 양자AI 연구팀이 발표한 백서에 따르면 약 50만 개의 물리적 큐비트를 갖춘 양자컴퓨터만으로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지갑 보안에 사용되는 타원곡선암호(ECDSA)를 해독해 개인키를 추출하는 데 약 9분이면 충분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과거 학계가 필요하다고 추정했던 약 1000만 큐비트 수준보다 훨씬 적은 연산 능력이다. 특히 비트코인의 평균 블록 생성 시간이 10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해커가 거래 정보가 네트워크에 전파되는 짧은 시간 동안 개인키를 탈취해 자산을 가로채는 시나리오도 이론상 가능해진다.
시장에서는 양자컴퓨터 상용화 시점이 예상보다 빨라질 경우 가상자산 시장 전체가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가상자산 분석가 찰스 에드워즈는 "2028년까지 양자컴퓨터 대응책이 배포되지 못한다면 비트코인이 5만달러 아래로 하락하는 등 역사상 가장 큰 약세장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업계가 경계하는 또 다른 위험 요인으로는 ‘선 수집 후 해독(HNDL·Harvest Now, Decrypt Later)’ 공격이 꼽힌다.현재는 해독이 불가능하더라도 국가 기밀이나 금융·가상자산 데이터를 미리 수집해 저장한 뒤 향후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되면 이를 한꺼번에 해독하는 방식이다. 구글 보고서에 따르면 과거 거래 과정에서 공개키가 노출된 비트코인 지갑 수가 최소 170만개에서 최대 230만개에 달할 수 있다고 분석하며, 양자컴퓨터 등장 시 대규모 자산 탈취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가상자산 업계도 대응 속도를 높이고 있다. 구글은 2029년까지 자사 인프라의 PQC 전환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더리움 재단 역시 지갑 보안 구조 개편을 검토 중이다. 리플(XRP)도 2024년부터 XRP 레저(XRPL)의 양자내성 보안 연구를 진행하며 대응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양자컴퓨터를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한국 역시 관련 기술 확보와 보안 체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2028년까지 100% 국산 양자컴퓨터 개발을 목표로 관련 기술 확보를 추진 중이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을 중심으로 양자 키 분배(QKD)와 양자내성암호(PQC) 기술의 전국 단위 실증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양자컴퓨터 시대가 도래하면 현재의 보안 체계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황석진 동국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양자컴퓨터 개발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전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도 서둘러야 한다”며 “양자컴퓨터가 실용화되면 현재 사용 중인 암호체계는 사실상 전면적인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새로운 가상자산을 발행하더라도 양자내성암호(PQC)가 적용되지 않으면 지갑 주소(공개키)만으로도 자산 탈취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며 “양자 시대에는 PQC뿐 아니라 양자키분배(QKD) 등 다양한 양자 보안 기술을 함께 확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내에서도 국가망 보안체계를 포함한 범국가적 차원의 PQC 전환 로드맵이 추진되고 있는 만큼 실증을 넘어 실제 적용과 전환에 속도를 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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