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D] “우린 이렇게 일합니다”…책으로 조직문화 말하는 기업들

[사진=컬리]
[디지털데일리 왕진화기자] “왜 대파 전용 박스를 만들었을까.”
최근 기업들이 이런 질문에 답하는 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제품을 소개하거나 창업 성공담을 늘어놓는 방식이 아닙니다. 조직이 어떤 고민을 거쳐 의사결정을 내렸는지, 구성원들은 어떻게 일하는지, 회사 안에서 축적된 경험과 문화를 기록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기업의 성장 과정을 정리하는 사사(社史)를 넘어 브랜드 철학과 일하는 방식을 외부에 공유하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출판이 활용되는 모습입니다.
가장 먼저 소개할 도서는 컬리의 책입니다. 컬리에서 비교적 가장 최근에 책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지난 5월21일 브랜드 북 ‘굿 센스’를 출간했는데요. 책에는 대파 전용 박스가 탄생한 배경부터 상품위원회 운영 방식, 현장 직원들의 개선 아이디어까지 조직 내부의 의사결정 과정이 담겼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컬리 창립 10주년을 계기로 시작됐다고 합니다. 컬리 브랜드경험컨텐츠그룹 이재연 그룹장에 따르면 당초에는 브랜디드 콘텐츠 형태로 기획됐지만, 컬리의 핵심 가치를 보다 깊이 전달하기 위해 한 권의 책으로 방향을 바꿨습니다.
이 그룹장은 “긴 호흡으로 우리의 이야기를 읽어주길 바랐다”며 “일하는 방식을 명문화해 기록으로 남기자는 목표도 있었다”고 컬리 뉴스룸에서 설명했습니다. 책은 성공 사례만 나열하지 않습니다. 상품 기획과 물류 운영, 고객 경험 개선 과정에서 구성원들이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 비교적 상세하게 담아냈습니다.
‘제각각 채소’ 프로젝트도 빠질 수 없는 내용 중 하나입니다. 컬리 브랜드경험컨텐츠그룹 이석창 기획자는 “채소 가격이 급등했던 시기 규격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폐기되던 농산물을 상품화한 사례”라며 “일반적으로 ‘못난이 채소’라고 부르지만 컬리는 소비자 인식을 바꾸기 위해 ‘제각각’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소개했습니다.
컬리가 책을 통해 전달하려 한 것은 상품이 아니라 ‘좋은 것의 기준’을 고민하는 조직의 사고방식에 가깝습니다. 이재연 그룹장은 “구성원들이 지속 가능성을 기준으로 끊임없이 질문하는 문화가 컬리다움”이라며 “‘방망이 깎는 노인의 마음’ 같은 집요함이 조직을 관통하는 키워드”라고 설명했습니다.

[사진=우아한형제들, 네이버 도서 갈무리]
이 같은 시도는 다른 기업에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11월 ‘우아한 기획자들의 요즘 업무 이야기’를 출간했었는데요. 이 책에는 홍보기획팀과 프로덕트디자인팀, 지역성장협력파트 등 다양한 조직에서 일하는 구성원 10명의 실무 경험이 담겼습니다.
배달의민족 서비스 뒤에서 기획자들이 어떤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지, 조직 안에서 협업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설명합니다. ‘쉬운 배달앱’ 기획 과정이나 대학 신입생 대상 현수막 프로젝트 등 실제 업무 경험을 중심으로 구성한 것이 특징입니다.
책은 화려한 성공담보다 시행착오와 고민의 과정을 전면에 내세웁니다.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를 홍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무자들의 생각과 노하우를 공유하는 데 무게를 둔 셈입니다.

[사진=리멤버앤컴퍼니]
직장인 플랫폼 리멤버도 올해 2월 첫 단행본 ‘업’을 선보인 바 있습니다. 다만 접근 방식은 조금 다릅니다. 조직 내부 이야기를 기록하는 대신 커리어 성장 서사를 통해 기업 철학을 전달했는데요.
리멤버가 운영해 온 인터뷰 시리즈 ‘프롤로그’를 바탕으로 제작된 이 책에는 구글과 롯데쇼핑, 음악·경제 분야 등에서 활동하는 전문가 15명의 경험담이 실렸습니다. 회사가 추구하는 ‘커리어 생애주기 파트너’라는 정체성을 책이라는 형식으로 확장한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기업 브랜딩 전략의 변화와 맞닿아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광고나 마케팅 캠페인으로는 전달하기 어려운 조직 문화와 가치관을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 보다 깊이 설명하려는 시도입니다.
특히 채용 시장에서 기업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소비자들 역시 제품뿐 아니라 브랜드가 어떤 철학으로 운영되는지 주목하면서 ‘무엇을 파는 회사인가’보다 ‘어떻게 일하는 회사인가’를 보여주는 콘텐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과거 기업 출판이 창업자의 성공담이나 연혁 정리에 머물렀다면, 최근에는 구성원들의 고민과 의사결정 과정을 기록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는데요. 제품보다 사람, 성과보다 과정에 주목하는 기업 책이 늘어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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