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의 집' 살린 더빙…AI가 K-콘텐츠 수출 판 바꾼다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 스페인 현지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드라마 '종이의 집(Money Heist)'은 넷플릭스를 통해 글로벌 흥행작으로 거듭났다. 미국 시청자의 72%는 원어가 아닌 영어 더빙 버전으로 이 작품을 시청했다. 터키 드라마는 표준 아랍어 대신 시리아 구어체 더빙을 적용한 뒤 중동에서 8500만명의 시청자를 확보했다. 국내 프로야구(KBO) 중계 역시 AI 더빙을 거쳐 북미 FAST 채널에서 기존 대비 35배 많은 트래픽을 기록했다.
콘텐츠 산업에서 AI 더빙이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것을 넘어 얼마나 자연스럽게 현지 시청자에게 전달하느냐가 흥행을 좌우하는 시대가 됐다는 분석이다.
신현진 허드슨AI 대표는 18일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최로 열린 '2026 코리아 국제 스트리밍 페스티벌(KISF)'에서 "좋은 콘텐츠가 없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시청자에게 도달하지 못하는 콘텐츠가 있을 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신 대표에 따르면 현재 넷플릭스 전체 시청 시간의 30% 이상은 비영어권 콘텐츠에서 발생한다. 한국 콘텐츠 역시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비영어권 콘텐츠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그는 "남미와 일본, 아랍권에서는 K-예능 시청자의 40% 이상이 자막이 아닌 더빙을 선택하고 있다"며 "실제 파트너사 데이터를 보면 AI 더빙 버전은 자막 버전보다 시청 시간이 3~4배 길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기존 더빙 산업은 비용과 시간 측면에서 한계가 있었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드라마 한 시즌을 더빙하려면 약 60명의 인력이 투입되고 제작 기간도 3~4개월 이상 소요됐다. 비용 역시 자막 제작 대비 10배 이상 높았다. AI는 이 같은 장벽들을 해소했다.
신 대표는 "그동안 더빙은 넷플릭스 오리지널과 같은 대형 콘텐츠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었다"며 "AI는 롱테일 콘텐츠에도 글로벌 시장 진출 기회를 제공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AI 더빙의 품질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일부 글로벌 플랫폼이 도입한 AI 더빙은 감정 표현 부족과 어색한 대사 처리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특히 그는 단순 번역을 넘어 문화적 맥락을 반영하는 '초월 번역(Transcreation)'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국어 표현을 단어 그대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현지 이용자가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재해석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한국어 표현인 '개떡 같다'를 문자 그대로 번역하는 대신 현지 시청자가 이해할 수 있는 표현으로 재구성할 때 콘텐츠의 재미와 의도가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신 대표는 "AI는 단순히 언어를 번역하는 단계를 넘어 문화와 맥락을 이해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다국어 콘텐츠 제작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면서도 품질은 높일 수 있는 AI 에이전트 기반 더빙이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K-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며 "AI 더빙이 콘텐츠와 세계를 연결하는 새로운 표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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