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로그] 작아진 돼지코 대신 커진 야심…첫 노이어 클라쎄 '더 뉴 BMW iX3'
쏟아지는 신차 정보 속에서 진짜 실력을 가려내기 위해 직접 운전석에 앉았습니다. 시승기 연재물 <시승로그>를 통해 독자 여러분께 생생한 주행 경험을 전달합니다. <편집자주>
더 뉴 BMW iX3.[사진=윤서연 기자]
[디지털데일리 윤서연기자] 한때 지나치게 커졌다는 평가를 받던 BMW '돼지코' 키드니 그릴이 다시 작아졌다. 단순한 디자인 변화가 아니다. BMW가 차세대 미래 전략인 노이어 클라쎄를 통해 보여주려는 브랜드 정체성과 방향성이 담긴 결과물이다.
지난 18일 인천 영종도 BMW 드라이빙센터에서 더 뉴 BMW iX3를 시승했다. iX3는 BMW 파노라믹 iDrive와 하트 오브 조이 등 차세대 기술을 처음 적용한 노이어 클라쎄 첫 양산형 모델이다.
◆ 줄어든 돼지코…BMW만의 클래식 감성
BMW iX3 외관.[사진=윤서연 기자]
BMW iX3 휠.[사진=윤서연 기자]
외관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역시 전면부 디자인이다. 그동안 세대를 거듭하며 비대해졌다는 비판을 받았던 키드니 그릴은 한층 콤팩트한 수직형 디자인으로 재해석됐다.
1960년대 오리지널 노이어 클라쎄 디자인을 계승한 것으로 과거 유산을 지키면서도 미래 전동화 시대를 향한 변화의 의지를 보여주는 요소다. 이미 익숙해진 넓은 그릴 대신 세로형 좁은 디자인에 첫인상은 낯설었지만 실제 도로 위에서는 오히려 독특한 디자인 덕에 강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BMW iX3 외관.[사진=윤서연 기자]
차체 크기는 제법 묘한 인상을 준다. 명확히 중형 SUV 세그먼트에 속하는 모델이지만 실물로 마주하거나 운전석에 앉았을 때는 소형 SUV를 모는 듯한 컴팩트한 감각이 적지 않았다. 3시리즈 기반의 전기차라는 정체성이 차체 크기감에서도 고스란히 묻어났다.
휠 디자인도 눈길을 끌었다. 트림에 따라 20~22인치 휠이 장착되는데 촘촘하게 뻗은 스포크 배열이 마치 아날로그 시계를 연상시켜 독특한 시각적 재미를 줬다.
후면부 디자인 역시 깔끔하게 마감됐다. 중앙의 브랜드 로고를 강조하면서 차량의 넓은 폭과 깊이감을 강조하는 새로운 L자 형태의 리어라이트가 적용됐다. 좌우로 길게 뻗은 리어램프 구조가 차체를 한층 안정적이고 넓어 보이게 만든다. 입체적인 그래픽을 더하면서도 불필요한 장식은 줄어들었다.
파격적인 시도를 하기보다는 대다수 소비자가 무난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안정적인 균형점을 찾은 모습이다.
BMW iX3 운전석.[사진=윤서연 기자]
BMW iX3 파노라믹 비전.[사진=윤서연 기자]
실내 공간 구성은 최근 업계 내 화면 크기 경쟁에서 벗어나 다른 방향을 제시했다. 기존 계기판을 완전히 없애고 전면 유리 하단 전체를 활용하는 BMW 파노라믹 비전을 적용했다. 운전석과 동승석 어디서나 주행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구조로 위젯은 사용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구성할 수 있다.
운전자 방향으로 기울어진 센터 디스플레이는 17.9인치로 터치 반응이 빨랐다. 물리 버튼은 대폭 줄었지만 공조 기능을 포함한 주요 조작이 직관적이어서 적응에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특히 옵션으로 제공되는 3D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운전자 정보를 입체적으로 전달하면서도 내비게이션을 보기 위해 시선을 아래로 내릴 필요 없이 경로를 안내해 편한 주행이 가능했다.
BMW iX3 1열과 2열.[사진=윤서연 기자]
주행 감각은 전반적으로 과하거나 모나지 않게 세팅됐다. 가속 페달을 밟았을 때 전기차 특유의 이질적인 묵직함이나 과도한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고 가볍게 치고 나간다. 몸을 짓누르는 듯한 중량감 대신 경쾌한 움직임을 보여줬다.
스포츠 모드로 전환하면 시트 볼스터가 몸을 조여주며 운전자 자세를 잡아주고 가상 사운드가 더해진다. 사운드 크기는 취향에 따라 조절할 수 있는데 내연 기관의 감성을 적절히 잡아냈다. 스티어링 휠은 지나치게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적당한 무게감과 단단함으로 안정감을 줬다. 실내 정숙성 덕분에 하만카돈 오디오의 음질은 무난하게 전달됐다.
뒷좌석 거주성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의 이점을 살려 무난한 공간을 확보했다. 바닥면에 툭 튀어나온 센터터널을 없애 발 공간이 평평해진 덕분에 기대 이상으로 시원한 개방감을 선사한다. 160㎝ 성인 여성이 뒷좌석에 앉았을 때 무릎 공간과 머리 위 공간 모두 여유롭고 넉넉하게 남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일상적인 4인 패밀리카로 활용하기에도 무난한 수준이었다.

6월18일 영종도 BMW드라이빙센터에서 하트오브조이 성능을 체험했다.[사진=윤서연 기자]
◆ 디지털 신경망의 핵심 '하트 오브 조이'
이날 시승에서는 차량 지붕 위에 워셔액이 담긴 컵을 올려놓고 코메트 사이를 주행하는 안정성 테스트와 뒷좌석에서 안대를 쓴 채 정지 시점을 맞추는 독특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시속 30㎞ 수준으로 슬라럼 구간을 통과했음에도 액체는 거의 흔들리지 않았고 차량이 멈추는 과정은 정지 순간을 알아채기 어려울 만큼 매끄러웠다.
이러한 주행 질감의 배경에는 BMW가 새롭게 도입한 통합 제어 시스템 '하트 오브 조이'가 있다. 하트 오브 조이는 기존에 분산돼 있던 토크 제어·조향·제동 기능을 하나의 강력한 슈퍼컴퓨터로 통합 관리하는 차세대 기술이다.
물리적인 통신 단계를 줄여 데이터 처리 속도를 기존보다 10배 단축했으며 0.001초 단위로 차체를 정교하게 제어한다. 특히 정차 시 발생하는 울컥거림을 상쇄하는 소프트 스톱 기능은 일상적인 제동의 대부분을 회생 제동으로 처리하면서도 부드러운 승차감을 유지하는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
BMW iX3.[사진=윤서연 기자]
가속과 코너링이 반복되는 트랙 주행에서도 하트 오브 조이는 무난한 밸런스를 보여줬다. 최대 100~130㎞로 가속하고 연속 코너를 통과하는 구간에서 운전석에서는 차체가 과하게 옆으로 치우치는 느낌을 받았지만 외부에서 본 차량은 안정적으로 중심을 유지했다. 앞차와 거리를 유지하며 스스로 가감속하고 정차하는 주행보조 기능도 자연스러웠다.
iX3에는 주행 역동성을 담당하는 하트 오브 조이를 포함해 주행보조·인포테인먼트·차량 기본 기능을 제어하는 총 4개의 슈퍼브레인이 탑재된다. 연산 능력이 이전 시스템과 비교해 20배 향상된 슈퍼브레인은 시간이 흐를수록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운전자 성향에 맞춰 스스로 진화한다. 차를 타면 탈수록 운전자에게 가장 최적화된 맞춤형 주행 환경을 제공하는 똑똑한 디지털 신경망을 갖춘 셈이다.
◆ 8000만원 가격대에 멈칫…iX3 기술 독점권의 무게
더 뉴 BMW iX3.[사진=윤서연 기자]
이번 더 뉴 BMW iX3 국내 판매 가격은 SE 7990만원, M 스포츠 8690~8710만원 M 스포츠 프로가 9190만원이다. 최근 테슬라와 BYD를 중심으로 전기차 가격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결코 가볍지 않은 가격표다. 특히 전기차 선택 기준이 주행거리와 공간 활용성·가격 경쟁력으로 옮겨가고 있는 만큼 소비자들의 평가도 엇갈릴 수 있다.
특히 더 뉴 BMW iX3는 실제 마주했을 때 3시리즈 기반의 컴팩트한 차체 크기감이 먼저 다가오다 보니 세그먼트 대비 가격이 다소 무겁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체급만 놓고 단순 비교한다면 국산 대형 전기 SUV나 다른 수입 브랜드의 한 단계 위급 모델까지 사정권에 들어오는 금액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차세대 기술의 집약도를 생각해야 한다. 이번 모델은 BMW가 브랜드의 명운을 걸고 개발한 '노이어 클라쎄'의 첫 번째 양산형 결과물이다. 하트 오브 조이와 BMW 파노라믹 iDrive 등 브랜드 미래를 상징하는 기술들이 처음 상용화된 모델이라는 점에서 단순히 차체 크기나 편의사양만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패밀리카로서의 압도적인 거주성이나 가성비를 최우선으로 여긴다면 아쉬운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반면 도심에 최적화된 경쾌한 주행 질감을 선호하면서 BMW가 제시하는 미래 방향성을 가장 먼저 소유하고 경험하고자 한다면 기술적 독점권에 대한 지불 가치로 다가올지도 모른다.
전동화 시대에 대응하면서도 브랜드 본연의 주행 감각을 살린 조율과 첨단 디지털 기술의 조화가 돋보인 모델이다. 향후 BMW 전기차가 어떤 방향으로 진화할지 가늠해볼 수 있는 출발점 같은 차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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