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선위 중징계 놓고 영풍·고려아연 난타전…“감사위 책임” 맞불

[디지털데일리 김남규기자] 영풍과 고려아연이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중징계 조치를 놓고 정면 충돌하고 있다. 양측 모두 상대 회사의 회계처리기준 위반과 내부통제 부실 문제를 부각하며 감사위원회의 감시 책임을 도마에 올리는 모습이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선위는 지난 10일 영풍과 고려아연의 사업보고서 등에 대한 조사·감리 결과를 공개하고 각각 중징계 조치를 의결했다. 두 회사가 모두 회계처리기준 위반으로 금융당국 제재 대상에 오른 가운데, 양측은 이를 상대 경영진과 감사위원회의 책임 문제로 확전시키고 있다.
고려아연 측은 영풍의 제재 내용을 문제 삼고 있다. 증선위는 영풍에 대해 과징금 부과, 감사인 지정 3년, 전임 대표이사 해임권고 상당, 담당임원 및 전직 담당임원 해임·면직권고, 직무정지 6개월, 시정요구 등을 의결했다.
증선위가 지적한 사항은 제련소 주변 임야와 제련소 하부 토양정화충당부채 과소계상, 지하수정화충당부채 과소계상, 제련소 유형자산 손상차손 과소계상 등이다. 금융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영풍의 지하수정화충당부채 과소계상 금액은 2023년과 2024년 각각 1114억원이다.
시장에서는 영풍의 회계처리 위반이 여러 회계연도에 걸쳐 지적된 만큼 감사위원회의 감시 기능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사위원회가 해당 회계처리 과정에서 어떤 보고를 받았고, 재무제표 검토와 내부통제 점검을 어떻게 수행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감사위원 구성도 다시 거론되고 있다. 2021년 감사위원이었던 A 사외이사는 2022년 4월부터 감사위원장을 맡고 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는 2023년 영풍 정기주주총회 의안 분석 보고서에서 A 후보에 대해 “지배주주 일가이자 영풍그룹 동일인인 장형진 명예회장과 같은 해 같은 대학 상학과를 졸업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사외이사 독립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2022년부터 감사위원을 맡은 B 사외이사에 대해서는 회계·재무 전문성 논란이 제기된다. 영풍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B 사외이사는 방송연출가 출신으로 교향악단 사장 등을 역임했다. 영풍은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서 B 사외이사의 전문 분야를 ‘사회공헌’으로 기재했다.
영풍은 즉각 반격에 나섰다. 영풍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고려아연 최윤범 사내이사 측이 증선위 의결을 정략적으로 악용하며 적반하장식 공세를 펴고 있다”며 “남을 지적하기에 앞서 최근 증선위 중징계로 드러난 자신들의 회계 부정과 경영 비위 의혹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원아시아파트너스 펀드 투자, 청호컴넷 관련 거래, 이그니오 투자 및 손실 처리 등을 문제 삼았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투자 의사결정과 회계처리, 내부통제 및 감사 체계 전반에 중대한 불법성과 모럴해저드가 존재해 왔음을 금융당국이 공식적으로 확인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이어 “원아시아파트너스는 최윤범 이사의 초·중학교 동창이 설립한 신생 사모펀드 운용사”라며 “이그니오 투자 역시 이사회의 정상적인 심의 절차 없이 최 이사의 독단적 결정으로 강행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영풍은 고려아연 감사위원회도 즉각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압박했다. 영풍은 “고려아연 자금이 어떤 구조와 판단 아래 집행됐고, 그 과정에서 회사와 주주 이익이 어떻게 훼손됐는지 객관적 검증이 필요하다”며 “고려아연 이사회 감사위원회는 독립적 감독기구로서 즉시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영풍은 자사에 대한 금융당국 지적은 고려아연 사안과 성격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영풍은 “당사의 충당부채 관련 회계처리는 K-IFRS 적용과 해석 과정에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견해가 존재할 수 있는 추정의 영역”이라며 “회계상 추정의 문제를 고의적 비위 행위와 동일선상에 놓을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양측의 공방은 단순한 회계처리 위반 논란을 넘어 이사회와 감사위원회의 감시 책임 문제로 번지는 양상이다. 영풍과 고려아연 모두 증선위 제재를 상대방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경영권 분쟁을 둘러싼 여론전도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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