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트럼프는 금리 인하 원했는데…워시 첫 FOMC서 인상론 부상

김남규 기자

케빈 워시 미 연준 의장. [사진=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김남규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금리 인하를 기대하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수장에 앉힌 케빈 워시 의장이 취임 첫 회의부터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금리 인하 기조를 지지했던 워시 의장이지만, 최근 연준 내부에서는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로 추가 금리 인상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17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연준은 이번 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연 3.50~3.75%로 동결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시장의 관심은 금리 동결 여부보다 연준이 내놓을 향후 정책 메시지에 쏠려 있다. 그동안 유지해 온 금리 인하 신호를 거둬들이고,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열어둘지가 관건이다.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이 워시 의장을 지명할 당시만 해도 시장 분위기는 달랐다. 고용 둔화와 고금리 장기화 부담으로 올해 여러 차례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관세 충격이 지나가면 물가상승률도 연준 목표치인 2%대로 내려갈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넉 달 만에 상황은 달라졌다. 고용시장은 호조를 이어가고 있고, 물가상승률은 다시 3%선을 넘어섰다. 금리를 내릴 명분이 약해진 것이다.

인공지능(AI) 투자 열풍도 물가 부담을 키우는 변수로 떠올랐다. 데이터센터 건설이 늘면서 반도체와 전력, 건설 자재 수요가 급증했다. 기술주 강세에 따른 자산 효과로 소비 여력도 커졌다. 경기 둔화보다 경기 과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도 부담이다. 미·이란 간 갈등은 휘발유와 원자재 가격을 끌어올렸다.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합의로 일부 압력은 줄었지만, 고물가 우려를 완전히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조너선 레빈은 유럽중앙은행(ECB)과 영란은행(BOE)이 경기 둔화 우려 속에서도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는 반면, 정작 물가 압력이 더 강한 미국 연준의 긴축 가능성은 시장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레빈은 “유럽은 경기 침체 위험에, 미국은 끈질긴 물가 압력에 직면해 있다”며 “현재 금리 인상을 가장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곳은 미국 연준”이라고 분석했다. AI 투자 확대와 주식시장 강세, 고용 증가세가 미국의 물가 압력을 키우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 기존의 완화적 표현을 삭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연준의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도 주목된다. 지난 3월 점도표에서는 올해 최소 한 차례 금리 인하를 예상한 위원이 많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연말까지 동결 전망이 우세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위원은 금리 인상 의견을 낼 가능성도 있다.

다만 워시 의장은 애초 점도표 등 선제 안내에 비판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다. 연준이 시장에 지나치게 많은 신호를 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이 때문에 워시 의장이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한 암시를 줄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연준 내부 분위기는 이미 매파 쪽으로 기울고 있다. 대표적 비둘기파로 분류됐던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도 최근 경제지표를 두고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며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도 “중앙은행 총재로서 진지하게 거론할 수준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중도파로 꼽히는 리사 쿡 이사도 물가가 제때 내려오지 않으면 금리 인상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플레이션이 기업의 가격 결정과 노동자의 임금 요구에 고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강경 매파들의 목소리는 더 커지고 있다. 로리 로건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등은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면 물가를 감안한 실질금리가 낮아진다고 주장한다. 명목금리를 그대로 둬도 실제 긴축 효과는 약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금리 동결 자체가 사실상 완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워시 의장은 취임 첫 FOMC부터 백악관의 금리 인하 압박과 연준 내부의 고물가 경고 사이에 놓이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낮은 금리를 원하지만, 연준 내부에서는 인상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워시 의장이 첫 회의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전 세계 금융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김남규 기자
ng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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