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틸법 시행上] '사면초가' 철강업계…40년 만에 철강산업 특별법 본격 가동

경기도 평택항에 쌓여 있는 철강 제품. [사진=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김유진기자] 17일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특별법'(K-스틸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중국산 저가 철강재 공세와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 탄소중립 전환 부담이라는 삼중고에 직면한 철강산업이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다. 철강업계는 K-스틸법이 국내 철강산업 경쟁력 회복과 저탄소 전환을 뒷받침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철강은 자동차·조선·건설·가전·에너지 설비 등 국내 여러 주력 산업 전반에 공급되는 핵심 소재다. 철강이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문신학 산업통상부 차관도 지난 9일 '철의 날'을 맞이해 열린 기념행사에서 "중동 위기와 세계 경제 위기가 커지면서 원유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지만 사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철강"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최근 철강업계가 처한 환경은 녹록지 않다. 국내 건설 경기 침체로 수요가 위축된 가운데 미국의 철강 관세와 유럽연합(EU)의 무관세 수입 쿼터(TRQ) 등 해외 주요국들의 보호무역 장벽까지 높아지며 철강업계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중국발 저가 철강재 공급 과잉은 글로벌 철강 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세계 철강 생산량의 절반 이상(54%)을 차지하는 중국은 약 11억7000만톤 규모 조강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실제 생산량도 연간 10억톤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수요 증가가 둔화한 상황에서도 생산량이 줄지 않으면서 글로벌 공급 과잉이 구조적으로 고착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행 중인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탈탄소 규제까지 강화되면서 철강업계는 경쟁력 유지와 저탄소 전환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떠안게 됐다.
◆ 40년 만의 철강특별법 재시동…저탄소 철강 인증제·특구로 경쟁력 강화
이 같은 위기 속에서 마련된 법안이 바로 K-스틸법이다. 지난 2025년 1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K-스틸법은 1986년 '철강공업육성법' 폐지 이후 약 40년 만에 제정된 철강산업 특별법이다.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충남 당진)과 이상휘 국민의힘 국회의원(경북 포항 남구·울릉)이 대표로 발의했으며 여야 의원 106명이 공동 참여하는 등 초당적 협력을 통해 발의 116일 만에 국회 문턱을 넘었다.
K-스틸법은 철강산업을 단순 제조업이 아닌 국가 경제와 산업 안보를 떠받치는 전략 산업으로 규정한다. 동시에 산업 경쟁력 강화와 탄소 중립 전환을 별개의 과제가 아닌 하나의 정책 목표로 묶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어기구 의원은 "제조업 기반 국가인 우리나라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산업의 쌀인 철강산업에 대한 전략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국가전략기술 내 철강 분야 포함, 에너지 비용 부담 완화 등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과제를 지속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K-스틸법 시행과 함께 정부는 저탄소 철강 인증제와 저탄소 철강 특구 제도 등을 본격 가동할 방침이다.
지난 9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K-스틸법 시행령 제정안에 따르면 정부는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철강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를 설치해 5년 단위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철강산업 관련 정책을 총괄 관리한다.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제도는 저탄소 철강 인증제다. 정부는 철강 생산 공정에 적용된 기술과 온실가스 배출량·감축량 등을 종합 평가해 저탄소 철강 인증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철강업계는 특히 해당 제도가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대응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저탄소 철강 특구 지정 제도도 새롭게 도입된다. 정부는 산업 집적 효과와 기반시설 확보 가능성 등을 고려해 특구를 지정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포항·광양·당진 등 국내 주요 철강 생산 거점이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재생철자원 가공전문기업 지정 제도와 사업재편 기업에 대한 공정거래법 특례도 시행된다. 재생철자원은 폐자동차와 건축물·산업 현장 등에서 회수한 철스크랩(고철)을 의미한다. 철스크랩은 전기로를 활용한 저탄소 철강 생산의 핵심 원료로 꼽힌다.
이 같은 철스크랩 품질 향상과 공급망 안정화를 지원하고 생산설비 통폐합과 구조조정 과정에서 기업 간 정보 공유를 허용해 산업 재편을 촉진하겠다는 취지다.
철강업계는 K-스틸법 시행을 환영하면서도 향후 실질적인 지원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K-스틸법은 정부 차원에서 철강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만큼 업계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며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 기반까지 함께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추진된다면 철강산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탄소중립 설비 투자의 재정적 지원 등과 같은 내용이 아직 구체화되지 않아 아쉬운 점도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현재 상황에서는 정부 정책에 발맞춰 산업 경쟁력 강화와 탄소 중립 전환을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다만 법 시행만으로 산업 경쟁력 강화가 자동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현정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K-스틸법 이후에는 정부 정책이 실제 기업의 설비 투자와 전환 전략으로 이어지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저탄소 공정 전환과 수소환원제철·전기로 인프라 구축, 저탄소 철강 수요 창출이 함께 이뤄져야 실질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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