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미토스 통제에 韓 ‘글래스윙’ 협력 제동 촉각…정부 “사태 파악 중”

앤트로픽은 지난 6월2일(현지시간) 사이버보안 협의체 '프로젝트 글래스윙' 참여 대상을 15개국 약 150개 신규 기관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사진=앤트로픽 홈페이지 캡처]
[디지털데일리 오병훈기자] 미국 행정부가 인공지능(AI) 기업 앤트로픽의 최상위 모델 ‘미토스5’와 ‘페이블5’에 대한 국외 사용자 접근권 제한 조치를 내리게 되면서 국내 정부의 국제 협력 체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 정부는 AI 기반 사이버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앤트로픽과 ‘글래스윙’이란 이름의 보안 협력체 참여를 확정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 상무부가 AI 모델에 대한 접근권 우회 우려를 이유로 국외 사용자 접근을 통제하게 되면서 글래스윙의 한국 정부 참여도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유사시 한국이 독자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AI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AI가 안보 핵심 기술로 급부상함에 따라 외부 변수에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다져야 한다는 취지다.
12일(현지시간) 앤트로픽은 안보 당국 지침에 따라 외국 국적자의 미토스5·페이블5 접근을 전면 중단하는 수출 통제 지침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해외 이용자는 물론 미국 내 거주 외국 국적자, 앤트로픽 소속 외국 국적 직원에게도 적용된다.
앤트로픽은 미토스급 모델이 악의적 해커에게 넘어갈 경우 공격 자동화에 악용될 수 있다고 보고 이를 공개 서비스로 풀지 않고 검증된 기관·기업에 제한적으로 제공해 왔다.
글래스윙은 이 미토스를 방어 목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폐쇄형 글로벌 사이버보안 협력체다. 앤트로픽은 지난 4월 AWS,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크라우드스트라이크, 팔로알토네트웍스 등과 함께 글래스윙을 출범시켰다.
참여 기관은 미토스 프리뷰를 활용해 주요 소프트웨어와 오픈소스의 보안 결함을 사전에 찾고, 이를 패치하는 방식으로 협력한다. 앤트로픽은 초기 파트너들이 이미 높은 심각도 또는 치명적 수준의 취약점 1만건 이상을 발견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한국도 최근 이 협력망에 뒤늦게 합류했다. 앤트로픽은 지난 2일 글래스윙 참여 대상을 15개국 약 150개 기관으로 확대했다. 국내에서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을 비롯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SK텔레콤 등이 참여 대상에 포함됐다.
국내 정부와 기업은 미토스 접근권을 확보하며 AI 기반 사이버보안 협력에 첫발을 뗐지만 합류 약 열흘만에 미국 정부 수출 통제 조치라는 변수에 직면한 셈이다.
정부도 상황 파악에 들어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앤트로픽측과 소통중에 있으며 사실관계를 파악 중에 있다”고 밝혔다.
실제 국내 참여 기관들은 접근권을 부여받기는 했지만 아직 실질적인 모델 활용이 본격화된 단계는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례가 앤트로픽에 한정된 일시적 충돌로 끝날 수도 있지만 동시에 AI 모델 자체가 반도체처럼 국가안보 통제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신호라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오픈AI, 구글, 앤트로픽 등 주요 최상위 모델이 대부분 미국 기업 중심으로 운영되는 만큼, 특정 기업의 서비스 안정성만으로 국가 단위 AI 활용 전략을 설계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오픈AI 역시 이런 조치를 받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미국 정부가 국가안보를 이유로 최상위 AI 접근권을 제한한 선례가 생긴 이상 유사한 위험을 배제하기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이번 사태로 국내 AI 업계에서는 소버린 AI 논의에 다시 힘이 실리고 있다. 하정우 전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AI 기술 종속이 위험한 이유’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해당 글에서 하 전 수석은 “AI 역량이 국가 경쟁력을 결정하는 시대에 AI 기술 종속이 됐을 때 벌어지는 일”이라며 “이런 일은 언제든 계속해서 생길 수 있다”며 “글로벌과 협력하면서도 유사시엔 자체 역량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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