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에서 파리행 기차를 타던 시절이 있었다…문화역서울284 공간 투어 가보니 [여행.zip]
익숙한 장소를 새로운 시선으로 즐길 수 있도록, 새로운 여행지를 익숙하게 찾아갈 수 있도록. 인스타그래머블한 스폿부터 키덜트 취향을 채워주는 숨은 명소, 역사적인 문화 공간까지 큐레이션 해드립니다. 여행지의 핵심만 가득 담아 압축할 테니, 어디서든 가볍게 꺼내 읽어보세요! <편집자 주>

현 문화역서울284 옛 서울역 역사 전경 [사진=문화역서울284]
[디지털데일리 장주영 기자] 서울역에서 유럽행 기차표를 살 수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100년 전 경성역으로 불리던 시절부터 수많은 이가 열차를 타러 오고 갔던 이곳, ‘문화역서울284’가 서울의 근현대사를 따라가는 시간여행을 제안한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손기정 선수는 도쿄에서 출발해 이곳 경성역을 거쳐 기차로 독일까지 향했다. 또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은 유럽과 미국을 거치는 1년8개월의 세계일주를 떠나기 전 경성역의 부인대합실을 이용했다고 전해진다.
최근 여행 트렌드가 유명 관광지를 둘러보는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오래된 건축물이나 산업유산을 활용한 체험형 관광 콘텐츠는 국내외에서 꾸준히 인기를 얻는 모습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외국인들의 전통자산 기반 체험형 문화 소비는 꾸준히 확대되는 추세이며 특히 ‘유적건축물탐방’키워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10만7929회 검색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문화역서울284 역시 이러한 흐름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오래된 역사를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시와 공연, 교육 프로그램 등을 통해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흔적을 현재의 콘텐츠로 재해석한 셈이다.
문화역서울284의 전신인 경성역은 일제강점기 대륙으로 향하는 관문이자 서울의 대표 교통시설이었으며 해방과 전쟁 등 수많은 사람들의 만남과 이별을 지켜본 공간이기도 하다. 현재 서울역 신역사가 들어선 뒤 기능을 잃었던 옛 역사는 복원 작업을 거쳐 2011년 문화역서울284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문화역서울284 내부 중앙홀 전경 [사진=장주영 기자]
올해 서울역 개관 100주년을 맞이해 문화역서울284는 11일부터 오는 8월17일까지 철도문화전 ‘서울역 2026: 다시 뛰는 심장’ 전시를 열고 전문 해설사와 함께 건물 내부를 둘러보는 공간투어를 시작했다.
직접 참여해 들어본 공간 투어는 단순히 오래된 건물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았다. 일제강점기 경성역에서 출발해 서울역, 그리고 현재의 복합문화공간으로 이어진 한 세기의 시간을 둘러보는 시간여행에 가까웠다. 특히 일반 전시 관람만으로는 접하기 어려운 역사적 이야기와 사료를 만나볼 수 있어 가치가 높다.
투어는 중앙홀에서부터 시작한다. 건물 내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공간으로, 대리석 기둥과 유럽식 장식, 아치형 창문 등 고풍스러운 분위기다. 공간 투어를 진행하는 최소영 전문 해설사는 특히 중앙홀의 양 옆 벽을 주목하라고 설명했다. 100년 전에는 그 벽 안 매표소에서 모스크바와 베를린, 파리행 기차표를 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최 해설사는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당시 경성역은 단순한 국내 역이 아니라 유럽으로 향하는 국제 관문의 성격도 갖고 있었다”며 “남북이 분단되기 전에는 철도가 대륙과 연결돼 있었던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최소영 해설사가 비둘기호와 통일호 실제 기차표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장주영 기자]
대합실에서는 한국 철도의 추억이 펼쳐진다. 비둘기호와 통일호 이야기다. 2000년까지 운행된 비둘기호는 모든 역에 정차하는 완행열차였다. 천장 선풍기조차 없던 객차, 문고리를 돌려 열던 출입문,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 수 있었던 풍경은 지금 KTX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이다.
최 해설사는 당시 영상과 실제 판매됐던 티켓의 실물을 보여주며 “새벽 장사에 나선 상인들이 나물을 다듬고, 통기타를 치는 승객이 객차 분위기를 띄우던 시절”이라고 안내했다.

문화역서울284 2층의 대식당 그릴 내부 전경 [사진=장주영 기자]
2층으로 올라가면 한국 최초의 서양식 레스토랑으로 알려진 ‘대식당 그릴’도 만날 수 있다. 당시 이곳에서 차려지던 프랑스식 정찬 가격은 현재 가치로 10만~20만원 수준에 달했다고 한다. 일반인에게는 쉽지 않은 공간이었지만 지식인과 문화예술인들이 모이는 사교 공간 역할을 했다.
투어의 마지막은 건물 외벽에 설치된 시계 ‘파발마’ 이야기다. 소식을 빠르게 전하는 말을 뜻하는 파발마는 경성역 시절부터 100년 가까이 서울역의 시간을 지켜왔다. 최 해설사는 “한국 전쟁 당시 역무원들이 시계를 지키기 위해 부품을 하나하나 분해해 피난 간 덕에 100년 동안 멈춘 시간은 불과 3개월 뿐”이라며 “투어가 끝나고 나가실 때 이 시계만큼은 꼭 보고 가길 추천한다”고 강조했다.
문화역서울284는 서울역이라는 장소가 품고 있는 철도사와 근대사, 사람들의 기억을 따라갈 수 있는 타임캡슐이다. 이번 여름은 문화역서울284의 공간 투어를 따라 중앙홀부터 대합실과 귀빈실, 옛 식당을 거쳐 다시 서울역 광장을 바라보는 건 어떨까.

덕혜옹주 등 왕족이 사용했던 귀빈실 내부 전경 [사진=장주영 기자]
계약 끝나도 버티는 임차인…제소전화해와 명도소송, 뭐가 나을까
2026-07-12 15:01:39항공기 5시간 늦어도 ‘0원’…여행자보험, 모르면 못 받는다
2026-07-12 14:50:56“천장 뚫린” 동탄 아파트값, 1.29% 또 상승…서울도 0.30% 올라
2026-07-12 13:59:28FIFA, 2026 월드컵 결승전 잔디 판매한다…한 조각에 얼마?
2026-07-12 13:51:37올 상반기 육아휴직 첫 10만명 돌파…'아빠 비중' 40% 눈앞
2026-07-12 13:45: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