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12대 국가미션 띄운 K-문샷…‘이민형 사의’에 출항부터 시험대(종합)

강소현 기자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정부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국가 난제 해결에 도전하는 'K-문샷(K-Moonshot)' 프로젝트를 본격 가동한다. 개별 과제 중심 연구개발(R&D)을 넘어 프로그램 디렉터(PD)를 축으로 국가 미션을 총괄하는 체계를 내세웠지만, 핵심 PD 중 한 명인 이민형 아스테로모프 대표가 최근 사의 의사를 밝히면서 사업 추진력과 운영 안정성이 첫 시험대에 올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 KT빌딩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K-문샷 프로그램 추진 현황과 향후 계획을 공개했다.

◆ R&D서 머문 국책사업들…실증·사업화까지 잇는 K-문샷

K-문샷은 혁신·도전형 R&D와 과학기술-AI 융합 정책을 결합한 국가 프로젝트다. 오는 2030년까지 AI 기반 연구 생산성을 두 배로 끌어올리고, 2035년까지 8대 분야 12대 국가 미션을 해결한다는 목표다.

프로젝트는 신약,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태양전지, 핵융합, 소형모듈원자로(SMR) 선박, 휴머노이드, 피지컬 AI, 우주, 소재, AI 과학자, 반도체, 양자 등 국가 전략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추진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국가 과학AI 통합 플랫폼 구축도 추진한다. 출연연과 과기원 등이 보유한 연구 데이터를 통합하고, 슈퍼컴퓨터 6호기와 정부 확보 GPU 자원을 연계해 연구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여기에 과학기술 분야 파운데이션 모델과 자율실험실, AI 에이전트를 결합해 연구 전 과정을 AI가 지원하는 연구 환경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한계도전R&D나 글로벌TOP 등 기존 연구개발 프로젝트와는 다르다. 개별 과제나 기술 개발이 아닌 국가 차원의 미션을 먼저 설정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사업과 정책, 연구 역량을 연계하는 구조다. 단순 연구개발에 그치지 않고 실증과 현장 적용, 산업화까지 연결하는 것도 차별점으로 꼽힌다.

대표적으로 BCI 미션의 경우 과기정통부가 핵심 기술 확보를 담당하고, 이후 보건복지부가 임상과 제도 정비를 맡는다. 상용화 단계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가 기술사업화와 산업 수요 창출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범부처 협력이 이뤄질 예정이다.

오대현 과기정통부 미래전략기술정책관은 "과거에는 먼저 분야를 정한 뒤 사업을 기획하고 예산을 확보하는 방식이었다"며 "그러나 상당수 사업이 연구개발 단계에서 머무른 측면이 있었고 환경 변화에 따라 방향을 수정하는 유연성도 충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R&D는 추진 과정에서 여러 차례 피보팅이 필요할 수 있다"며 "K-문샷은 국가 미션 달성을 목표로 필요한 사업과 정책을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 국가 미션 이끌 PD 체제…실행력 확보가 관건

K-문샷은 프로그램 디렉터(PD)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직속 특임연구원으로, 정부는 PD를 단순 연구책임자가 아니라 국가 미션 달성을 위한 '총괄 지휘자'로 규정했다.

PD는 연구에 직접 참여하기보다 프로그램과 연구개발 과제를 발굴·기획하고 목표를 설정하며 추진 상황 점검과 성과 관리까지 총괄한다. 기존 PM(Project Manager)이 개별 사업을 관리하는 역할이었다면, PD는 여러 사업을 하나의 국가 미션 아래 묶어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김성수 과기정통부 연구개발정책실장은 "PM이 개별 사업 단위에서 연구 과제를 관리하는 역할이라면 PD는 국가 미션 달성을 위해 여러 사업과 연구 역량을 묶어 총괄하는 역할"이라며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이자 작곡가, 편곡가를 모두 맡는 개념에 가깝다"고 말했다.

현재 임명된 PD들은 12개 미션별 핵심 사업과 연계 사업을 구체화하는 로드맵 작업을 진행 중이다. 8월 과학기술장관회의 상정과 9월 신규 과제 기획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핵심 사업은 PD가 세부 과제 기획부터 사업 조정, 평가까지 전 주기에 걸쳐 관리하며 기존 계속사업은 성과 활용과 사업 연계 관점에서 조정·개선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오 정책관은 "연구개발과 실증 단계를 거쳐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되는 데까지 통상 3년 정도가 소요된다고 판단해 PD 기본 임기를 3년으로 설정했다"며 "사업이 배치 단계로 넘어가면 또 다른 역량을 가진 PD가 필요할 수 있어 상황에 따라 연장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날 현장에선 PD가 실질적인 사업 조정 권한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시점상 상당수 국가 R&D 사업이 이미 예산과 과제가 확정된 계속사업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만큼, PD가 국가 미션 달성을 위해 사업 방향을 바꾸거나 신규 예산을 확보할 수 있냐는 취지다.

이에 대해 김 실장은 "PD들이 선정된 시점에는 이미 올해 사업 대부분이 확정된 상태"라면서도 "내년도 사업과 관련해서는 내역사업 수준에서 의견을 제시하고 일부 조정할 수 있는 여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가장 중요한 과제는 올해 9월까지 미션별 로드맵을 수립하는 것"이라며 "기존 사업과 다음 단계 사업 사이의 공백을 발굴하고 필요한 신규 사업을 기획하는 것이 PD의 중요한 역할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PD 중심 체계를 뒷받침할 지원 구조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PD를 위원장으로 한 미션별 운영위원회에는 주요 국책사업 연구책임자와 사업단장, 전문기관 관계자들이 참여하며, 부총리를 단장으로 관계부처 차관급 공무원이 참여하는 범부처 협의체도 운영한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와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을 중심으로 PD 추진지원단도 구성할 계획이다.

김 실장은 "12개 미션들의 경우 굉장히 도전적인 만큼 실패 가능성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실패를 무조건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목표 달성을 위해 유연하게 방향을 수정하고 의미 있는 성과를 축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PD의 가장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가 사업 조정 기능"이라며 "단순히 성공과 실패를 이분법적으로 나누기보다 필요한 경우 과감하게 피보팅하면서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AI으로 과학기술 난제를 해결하는 범부처 프로젝트 'K-문샷'의 AI과학자 부문 프로그램 디렉터(PD)로 선임됐던 이민형 아스테로모프 대표가 사의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후임은 임명하지 않기로 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부터 K-문샷 PD로 활동해왔으며, 최근 온라인상에서 제기된 학력·경력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법적 대응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강소현 기자
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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