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DD퇴근길] 이러다 엔비디아 기술 인질될라…삼성, 구글 AI 칩 생산으로 돌파?

채수웅 기자

로그아웃 1시간 전, 오늘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엔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복잡한 기술 용어는 빼고 기사 뒤에 숨은 '진짜 의미'만 간단명료하게 분석해 드립니다. 퇴근길 지하철에서 가볍게 읽는 DD 퇴근길, 시작합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6월8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엔비디아 코리아 AI 에코시스템 리셉션'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의에 응답하고 있다. [사진=배태용 기자]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최근 4박5일간 SK, LG, 현대, 네이버 등 국내 주요 대기업, 정부는 물론, 국내 예능 방송까지 출연하며 엄청난 환대를 받았습니다. 방한 일정에서 시장의 이목을 끈 대목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긴밀한 연대, 그리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의 만남 불발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표면적으로는 기업별 일정과 출장 시기의 불일치라고 하지만 일각에서는 젠슨 황의 고도의 전략적 셈법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HBM(고대역폭메모리)은 AI 가속기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입니다. 그리고 그 시장의 90% 이상을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쥐고 있습니다. 엔비디아 입장에선 이 두 회사를 어떻게 다루느냐가 곧 시장 지배력입니다.

젠슨 황의 전략을 살펴보죠. SK하이닉스와는 차세대 플랫폼 '베라 루빈' 물량을 장기 선점 계약으로 묶어버렸습니다. 삼성전자에 대해선 품질 검증 승인권을 쥐고 완급 조절 중이죠. 동시에 미국 마이크론에 물량을 조기 배분해 한국 기업들의 가격 협상력을 눌러놓는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AMD와 인텔이 엔비디아 추격에 사활을 걸고 있고 이들 역시 한국 메모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세계 최고의 메모리 기술을 가졌는데도 엔비디아의 친절(?) 때문에 공급선 다변화 기회가 장기 계약으로 원천 봉쇄된 구조입니다. 한국 반도체가 엔비디아의 '기술적 인질'이 되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과장이 아닌 것으로 보여집니다.

기사 원문 : [엔비디아 스톡홀름] ③ 마이크론 밀어주고 삼성·SK 조율하고… 젠슨 황 CEO 설계한 HBM 공급망 (김문기 기자)

건설이 진행 중인 삼성전자 텍사스주 테일러시 공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삼성, 구글 AI 칩 생산 참여 검토…TSMC 독주에 균열 생기나

삼성전자가 구글의 차세대 AI 칩 생산 일부를 맡을 수 있다는 소식이 나왔습니다. 작은 부품 하나지만 의미는 꽤 큽니다.

구글은 2028년 양산 목표로 10세대 TPU(AI 연산 전용 칩) '아이스피시'를 개발 중입니다. TPU는 구글이 ChatGPT 같은 AI 서비스를 굴리는 핵심 엔진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지금까지는 TSMC가 이 칩을 전담 생산해왔는데, AI 붐으로 주문이 너무 몰리다 보니 인텔 파운드리까지 300만 개 수주를 따내는 등 판이 넓어지고 있습니다.

삼성이 노리는 건 '메인 프로세서' 자리가 아닙니다. HBM과 연산칩을 연결하는 I/O 다이, 쉽게 말해 메모리와 두뇌 사이의 '고속도로 IC 구간'을 2나노 공정으로 맡는 방식입니다. 여기에 HBM 공급과 첨단 패키징까지 묶어 일괄 수주하는 '턴키 전략'이 현실화되면 삼성에겐 꽤 의미 있는 돌파구가 됩니다.

앞선 기사에서 엔비디아의 인질 구조를 짚었는데 구글 수주는 삼성이 그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탈출구입니다. 아직 검토 단계지만 성사된다면 TSMC 독주 체제에도 작은 균열이 시작되는 신호탄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사 원문 : 구글, 차세대 AI칩 생산에 삼성 파운드리 고려…2나노 I/O 다이가 대상 (고성현 기자)

미국 뉴욕 모건스탠리 빌딩 디스플레이에 나타난 스페이스X IPO 정보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머스크, 우주도 모자라 주식시장까지 접수

인류 역사상 가장 큰 IPO가 탄생했습니다. 스페이스X가 주당 135달러, 총 750억달러(약 114조원)를 조달하며 2019년 사우디 아람코가 세운 294억달러 기록을 가뿐히 뛰어넘었습니다.

재밌는 건 공모가 책정 방식입니다. 보통 기업들은 예비 공모가 범위를 제시하는데 스페이스X는 처음부터 135달러 딱 하나만 제시했습니다. 협상 여지를 아예 없애버린 셈이죠. 자신감인지 고집인지 머스크다운 방식입니다.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1조7700억 달러. 글로벌 상장사 시총 10위권 직행입니다. 게다가 현재 기준 궤도에 있는 운용 위성의 75%가 스타링크라는 사실은 우주 인터넷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머스크는 IPO 후에도 의결권 84%를 쥡니다. 공모가 기준으로는 8600억달러. 우리 돈으로 1305조원 정도 됩니다. 세계 최초의 조(兆)만장자(Trillionaire)에 이름을 올리게 되는 거죠. 웬만한 국가 GDP를 넘어섭니다. 비현실적인 숫자네요.

기사 원문 : 사상 최대 IPO 스페이스X, 공모가 135달러 확정…아람코 기록 경신 (이상일 기자)

2020년부터 2026년까지 전 세계 기술 분야 분기별 해고 현황 [자료=스태티스타]

AI가 잘랐다는데, 정작 생산성은 제자리

기업들이 AI를 감원의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AI가 실제 생산성을 높였다는 명확한 증거는 없어 보입니다.

스태티스타가 4월 발행한 전 세계 기술 분야 분기별 해고 자료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전 세계에서 10만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었는데요. 감원 사유 1위는 두 달 연속 AI 였습니다. 메타는 8000명을 내보내는 동시에 AI 인프라 투자를 최대 200조원으로 늘렸죠. 사람은 줄이고 인프라는 늘리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한국은행이 최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AI 활용이 업무 시간을 주당 1.5시간 줄이는 효과는 있었지만 실제 생산 증가와의 상관계수는 0이었다고 합니다. 미국국립경제연구소 조사에서도 80% 이상의 기업이 "AI가 고용이나 생산성에 별 영향 없었다"고 답했습니다.

다른 문제도 있습니다. AI가 줄이는 업무들은 주로 초안 작성, 자료 검색, 단순 코딩, 고객 문의 등인데 공교롭게도 신입사원이 경력을 쌓던 일들입니다. 총 일자리보다 '커리어 사다리'가 먼저 사라지고 있는 겁니다. 감원은 현재형, 생산성은 미래형입니다. 기업들은 AI 혁명을 믿고 먼저 사람을 자르고 있는데 그 믿음의 ROI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기사 원문 : "AI 때문에 잘랐다"지만 ROI는 없다…기업 감원의 민낯 (이상일 기자)

채수웅 기자
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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