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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야구 심판을 대신한 로봇…AI는 과연 얼마나 정확해야 하는가

김명락 초록소프트 대표이사

김명락 초록소프트 대표이사

지난 10여 년간 AI 기술과 산업의 궤적을 좇아온 필자는 최근 주목할 만한 현상 하나를 발견했다. 가장 흥미롭고 역동적인 'AI 도입 실험'이 기술 기업들의 요람이 아닌 뜻밖에도 야구장 한가운데서 펼쳐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2024년 한국야구위원회(KBO) 리그는 세계 프로야구 최초로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Automated Ball-Strike System)을 전면 도입했다. 반면, 2년 뒤인 2026년 뒤늦게 ABS 시대에 합류한 미국 메이저리그(MLB)는 우리와 전혀 다른 방식을 택했다. KBO가 시스템이 모든 공을 판정하고 주심이 이를 선언만 하는 구조라면, MLB는 인간 심판이 1차 판정을 내리고 선수가 이의를 제기할 때만 ABS가 개입하는 '챌린지 시스템(Challenge System)'을 채택한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두 리그가 도입한 기반 기술이 다르다는 사실이다. 12대 안팎의 카메라를 동기화하는 MLB의 호크아이(Hawk-Eye) 시스템은 정밀도가 매우 뛰어나지만, 데이터 계산에 다소 시간이 걸린다.

반면 KBO가 채택한 PTS(Pitch Tracking System)는 구장 곳곳에 설치된 3대의 고속 카메라로 공의 궤적을 실시간 추적하는 방식이다. 매 투구마다 10초 이상 결과를 기다릴 수 없는 KBO로서는, 전면 판정의 지연을 막기 위해 호크아이보다 정밀도는 살짝 양보하더라도 '속도감'이 뛰어난 PTS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단순한 수치만 놓고 보면 KBO의 선택이 명백히 우월해 보인다. 2024년 KBO ABS의 판정 정확도는 99.96%(투구 5만 5,026개 중 오심 21건)에 달했다. 약 94% 수준으로 추정되는 인간 심판의 판정 정확도보다 6%포인트 높은, 사실상 무결점에 가까운 수치를 손에 넣은 것이다.

그러나 현장의 반응은 숫자의 지표와 사뭇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전면 도입 3년 차를 맞은 한국 야구계에서는 미세한 스트라이크존 오차, 특정 투수 유형에 따른 구조적 불이익, 매 시즌 조정되는 존 높낮이로 인한 투타 균형의 붕괴 등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시즌이 바뀔 때마다 스트라이크존의 상·하단 기준이 미세하게 재설정되면서, 전년도 데이터로 훈련한 투수들이 갑작스럽게 자기 무기를 잃었다고 토로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99.96%라는 압도적 정확도가 무색하게 현장의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는 셈이다.

반면 100%의 정확도를 일부 포기하고 챌린지 제도를 택한 MLB는 개막 한 달 만에 제도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모양새다. 선수와 감독의 과반(54%)이 챌린지 시스템을 선호했으며, 전면 ABS 도입을 원하는 비율은 8%에 불과했다.

숫자가 증명하는 완벽함이 왜 현장의 만족도로 이어지지 않았을까. 이는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알고리즘 회피(Algorithm Aversion)' 현상과도 맞닿아 있다. 기계의 무결점 잣대에 인간이 일방적으로 적응해야 할 때 발생하는 '통제감 상실'은, 통계적 정확도와 무관하게 사용자의 신뢰를 깎아내린다. 인간이 주도권을 잃은 완벽함은 오히려 피로를 낳지만, 인간이 의사결정의 주도권을 쥐고 AI를 최후의 안전망으로 활용할 때 현장은 기술을 든든한 파트너로 받아들인다.

더 정확한 시스템이 현장에서 덜 환영받는 이 역설을 깊이 이해하려면, 결국 AI 도입을 바라보는 두 가지 근본적인 철학을 짚어봐야 한다.

첫째는 '정확도 극대화' 접근이다. 인간이 만들어내는 오차를 본질적인 비효율로 간주하고, AI를 통해 이를 완벽히 제거하려는 관점이다. KBO의 전면 도입은 가장 정확한 판정을 가장 빠르게 구현하는 데 목적을 둔 이 철학의 순수한 구현체다.

둘째는 '경험 보존' 접근이다. AI가 인간의 의사결정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해야 한다는 관점이다. 6%포인트의 정확도를 얻기 위해 심판과 선수의 상호작용, 포수의 프레이밍 기술, 경기의 텐션과 서사 등 잃게 될 가치를 먼저 계산한 결과가 바로 MLB의 챌린지 시스템이다.

이 두 철학의 격돌은 비단 야구장 안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의료 분야의 사례가 특히 상징적이다. 일부 영상 진단 AI는 폐 결절·유방암 검진 등에서 인간 전문의를 능가하는 민감도를 입증해왔지만, FDA·식약처를 비롯한 규제 당국은 여전히 'AI는 보조 진단(CADe/CADx)에 한정하며 최종 판독과 서명은 의사가 한다'는 원칙을 고수한다.

지난 4월7일 한화이글스 좌완 에이스 류현진이 경기에서 투구하고 있다. 류현진은 이날 프로야구 통산 7번째이자 최고령·최소 경기 1500탈삼진을 달성했다. [사진=연합뉴스]

압도적 효율성에도 불구하고 이력서 스크리닝의 최종 채용 결정권이 여전히 인간에게 있는 것, 고도화된 자율주행 기술 앞에서도 규제 당국이 인간 운전자의 개입 권한을 끝까지 남겨두는 것 모두 같은 맥락이다.

결국 KBO와 MLB의 엇갈린 선택은 'AI 시대에 인간의 자리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라는 가치관의 충돌이며, 이는 향후 10년간 모든 산업계가 직면할 핵심 아젠다다.

다양한 산업의 AI 도입 현장을 지켜봐 온 필자가 도달한 결론은 이렇다. 다가올 AI 시대의 진정한 경쟁력은 '얼마나 정확한 AI를 만드는가'에 있지 않다. 우리 산업과 조직에 '얼마나 정확한 AI가 필요한지를 정의하는 능력'에 있다.

99.96%의 무결점이 필요한 영역이 있고, 전체의 흐름과 인간의 서사를 보존해야 하는 영역이 있다. 이를 구분해 내는 것이야말로 AI를 도입하는 기업과 리더의 진짜 역량이다. 알고리즘의 성능은 점차 평준화되고 있다.

이제 시장의 승패를 가르는 것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을 우리 산업의 결에 어떻게 녹여낼 것인가'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판단이다. KBO와 MLB의 그라운드가 우리 산업계에 던지는 이 묵직한 화두를 되새겨보아야 할 때다.

글 : 김명락 초록소프트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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