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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인프라 호황기에 바통 넘긴 김경진…한국 델 테크놀로지스, 유상모 사장 체제로

이안나 기자

김경진 한국델테크놀로지스 회장 [사진= 델테크놀로지스]

[디지털데일리 이안나기자] 델 테크놀로지스 한국 법인이 김경진 총괄사장을 회장으로, 유상모 부사장을 사장으로 선임하며 새 리더십 체제로 전환했다. 공식 발표는 회장 선임과 사장 승진 인사지만 업계에서는 20년 넘게 한국 사업을 이끌어온 김경진 체제의 마무리이자 유상모 체제로의 세대교체라는 해석이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김 회장은 국내 글로벌 IT업계에서도 손꼽히는 장수 지사장이다. 1999년 델에 합류한 이후 한국 영업전략 프로그램 본부 이사, 한국 마케팅 총괄, 아태지역 영업전략 프로그램 총괄 등을 거쳐 델 테크놀로지스 본사 수석부사장 및 한국 총괄사장을 맡아왔다. 20년 이상 한국 사업을 이끌며 국내 주요 고객 및 파트너와의 관계를 구축했고 델이 한국 시장에서 안정적인 입지를 다지는 데 핵심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회장 체제에서 델 테크놀로지스 한국법인은 서버, 스토리지, 데이터센터 인프라 등 엔터프라이즈 사업에서 입지를 넓혀왔다. 특히 EMC 인수 이후 스토리지와 엔터프라이즈 고객 기반을 결합해 국내 대기업, 공공, 금융, 제조 고객을 대상으로 한 인프라 사업을 강화했다.

업계에서는 김 회장이 델과 EMC 양쪽의 한국 사업 성장 과정에서 모두 뚜렷한 성과를 냈다고 평가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IT기업에서 한국 시장 매출 비중이 전 세계의 1% 수준이면 일정 수준 이상 자리를 잡은 것으로 보는데 EMC 시절 한국 비즈니스가 한때 2% 수준까지 올라간 적이 있다”며 “국내 시장 규모를 감안하면 상당히 이례적인 성과”라고 말했다.

김 회장의 글로벌 조직 내 위상도 업계에서 회자된다. 델 테크놀로지스 본사 수석부사장(SVP)을 역임한 그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주요 국가 대표 가운데서도 SVP에 비교적 빠르게 오른 사례로 꼽힌다. 외국계 IT기업 한국 법인장이 글로벌 본사 임원 직급까지 오르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에서, 한국 사업 성과와 본사 내 신뢰를 동시에 보여주는 이력으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김 회장이 장기간 한국 사업을 이끌 수 있었던 배경으로 본사와의 조율 능력, 고객 네트워크, 조직 운영 역량을 꼽는다. 한 업계 관계자는 “김 회장은 본사와 협상해 한국 시장에 필요한 활동과 투자를 이끌어내는 데 강점이 있었다”며 “강한 리더십만으로 조직을 끌고 간 것이 아니라 주요 역할을 맡을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내부 리더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든 점도 평가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한발 물러나는 타이밍도 의미가 있다. 델 테크놀로지스는 지난달 말 발표한 2027회계연도 1분기 실적에서 AI 서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57% 증가한 161억달러(약 24조5000억원)를 기록했다. 주가도 실적 발표 직후 시간외거래에서 39% 급등하며 2018년 재상장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업계에서는 델이 AI 인프라 수혜 기업으로 재평가받는 상승 국면에서 김 회장이 후임 체제로 바통을 넘기게 됐다는 점에서 이번 리더십 전환의 상징성이 크다고 본다.

김경진 한국 델 테크놀로지스 회장(왼쪽부터)과 유상모 사장 [사진=델 테크놀로지스]

이번에 새 수장을 맡은 유상모 사장 역시 김 회장 체제에서 성장한 내부 인사다. 장기간 이어진 김경진 회장 체제의 조직 기반과 고객 네트워크를 승계하면서도 AI 인프라 수요 확대라는 시장 변화에 맞춰 한국 델 테크놀로지스의 다음 성장 전략을 제시해야 하는 위치에 섰다.

유상모 사장은 2000년 델에 입사했다. 고객 및 제품 영업, 시장 및 제품 개발, 파트너 비즈니스 등을 두루 경험하며 실행 중심의 사업 운영 역량을 쌓아왔다. 2012년 통합 마케팅 총괄, 2014년 스토리지 영업 총괄을 맡았고 2018년에는 통신·제조·서비스 고객군 영업 총괄을 거쳤다. 2024년부터 최근까지는 인프라스트럭처 솔루션 그룹(ISG) 사업부를 이끌었다.

유 사장 선임은 한국 델 테크놀로지스가 AI 인프라와 엔터프라이즈 시장에 더 무게를 두는 흐름과 맞물린다. 생성형 AI 확산 이후 국내 기업들의 GPU 서버, 고성능 스토리지, 데이터센터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ISG 경험을 갖춘 유 사장이 한국 법인 전체를 이끌게 된 것이다.

업계에서도 유 사장 체제의 핵심 과제로 조직 안정과 AI 인프라 시장 대응을 함께 꼽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김 회장 체제에서 만들어진 시스템이 있는 만큼 급격한 변화보다는 안정적인 승계가 중요할 것”이라며 “이전과 같은 강한 리더십에 의존하기보다 유 사장만의 방식으로 조직을 이끌고 AI 인프라 시장에서 델의 역할을 구체적인 성과로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시장 경쟁도 만만치 않다. AI 데이터센터와 엔터프라이즈 인프라 시장에서는 글로벌 서버·스토리지 기업뿐 아니라 통신사, 클라우드서비스제공사(CSP), 시스템통합(SI) 기업들도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한국 델 테크놀로지스가 단순 인프라 공급사를 넘어 AI 데이터센터 전환 파트너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가 유상모 사장 체제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델 테크놀로지스는 이번 개편을 계기로 AI, 클라우드, 인프라 분야에서 국내 기업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사업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안나 기자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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