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못 받을 빚”이라며 세금 혜택 받고, 독촉은 계속…금융권 관행 손본다

김남규 기자

인공지능으로 제작한 이미지.

[디지털데일리 김남규 기자] 금융당국이 금융회사가 개인 연체채권을 손실로 처리해 세제 혜택을 받은 뒤에도 소멸시효를 반복 연장하며 빚 독촉을 이어가던 관행을 손본다. 앞으로는 금융회사가 세제 혜택을 받으려면 소멸시효가 도래했을 때 원칙적으로 채권을 포기해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1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금융기관채권대손인정업무세칙’ 개정안을 사전 예고했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 2월 발표한 ‘연체자 보호와 신속한 재기 지원을 위한 개인 연체채권 관리 강화방안’의 후속 조치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금융회사는 상각한 개인 무담보 연체채권의 소멸시효가 처음 돌아오는 시점에 시효를 완성하는 조건으로 대손인정을 받을 수 있다. 대손인정은 회수가 어려운 채권을 손실로 인정받아 세제 혜택을 받는 절차다.

지금까지 금융회사는 연체채권을 추정손실로 분류한 뒤 금융감독원 승인을 받으면 소멸시효가 완성되기 전에도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문제는 이렇게 ‘못 받을 빚’으로 처리해 세금 혜택을 받고도, 이후 소멸시효를 연장해 채권 회수와 추심을 계속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이번 개정으로 세제 혜택과 장기 추심이 함께 이뤄지는 관행을 차단하겠다는 방침이다. 최초 소멸시효가 도래하면 원칙적으로 시효를 완성하도록 해 금융회사의 반복적·기계적 시효 연장을 막고 연체채권 정리를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적용 대상은 우선 은행·보험사의 경우 5000만원 이하, 저축은행·상호금융·여신전문금융회사 등은 3000만원 이하 개인 연체채권이다. 금융당국은 이 기준이 계좌 수 기준 전체 채권의 90% 이상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예외는 있다. 채무자의 은닉 재산이 발견되거나 파산·회생 절차 등으로 법상 소멸시효가 중단되는 경우, 신용회복위원회나 금융회사 자체 채무조정을 이행 중인 경우에는 시효 연장이 허용된다.

채권 매각 관리도 강화된다. 금융회사가 시효 완성을 조건으로 세제 혜택을 받은 채권을 매각할 경우 매각계약서에 소멸시효 완성 예정일과 시효 완성 의무를 명시해야 한다. 양수인이 해당 의무를 지키는지도 점검해 보고하도록 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관련 세칙 개정을 7월 중 마무리하고 9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금융회사별 채무조정 실적, 채권매각 주요 내용, 시효완성 실적에 대한 보고·공시 시스템도 마련한다.

채권 반복 매각에 따른 채무자 불이익을 줄이기 위한 조치도 추진된다. 금융당국은 7월 중 ‘채권추심 및 대출채권 매각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양수인의 불법추심 여부와 시효완성 의무 이행에 대한 점검·보고 의무를 부과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금융회사가 이미 세법상 손실로 인정받은 상각채권에 대해 소멸시효를 계속 연장하며 장기간 회수를 시도하는 관행을 개선하겠다”며 “개인 연체채권 관리 강화방안의 다른 후속 조치도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남규 기자
ng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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