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KB 이어 NH투자증권도 유증…금융지주, 증권사 키우기 속도

KB, 우리, NH투자증권 본사 전경 [사진=각사]
[디지털데일리 강기훈 기자] 금융지주들이 계열 증권사에 잇따라 자본을 투입하고 있다. 은행 의존도를 낮추고 비은행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포석이다.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IMA) 등 자기자본을 기반으로 한 조달 경쟁이 치열해진 점도 증권사 몸집 불리기를 부추기고 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농협금융지주는 지난달 29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NH투자증권에 약 40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하기로 했다. NH투자증권도 지난 2일 이사회를 열고 4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이번 증자로 NH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단순 합산 기준 10조4000억원에 근접할 전망이다. NH투자증권의 지난 1분기 말 연결 기준 자기자본은 9조9650억원이었다.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의 자본 확충은 NH투자증권만의 일이 아니다. KB증권은 지난 2월 KB금융지주로부터 유상증자 방식으로 7000억원을 지원받았다. 우리투자증권도 지난달 초 우리금융지주로부터 1조원을 수혈받아 자기자본을 2조2000억원대로 늘렸다.
금융지주들이 증권사에 자본을 투입하는 것은 은행 중심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올해 들어 증권사의 그룹 실적 기여도도 커졌다.
NH투자증권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47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8.5% 늘었다. 같은 기간 농협은행의 순이익 증가율은 0.6%에 그쳤다. KB증권도 1분기 순이익 3502억원을 기록해 1년 전보다 92.8% 증가했다.
자기자본 기반 사업을 둘러싼 경쟁도 자본 확충의 배경이다. NH투자증권은 IMA 업무가 가능한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돼 자기자본의 최대 300% 수준까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KB증권은 IMA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종합금융투자사업자 도약을 위한 사전 포석을 놓는 단계다.
증권사 입장에서 자본력은 곧 투자은행(IB)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증시가 부진한 국면에서는 위탁매매 수익만으로 성장에 한계가 있다. 결국 기업공개(IPO), 인수금융, 대체투자 등 IB 부문에서 수익을 내야 하는데, 이 시장에서는 자기자본 규모가 클수록 대형 딜을 따내기 유리하다.
윤병운 NH투자증권 대표는 “이번 유상증자는 단기적인 자본 확충을 넘어 미래 성장사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며 “확보한 자본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수익성과 기업가치를 높이고 주주가치 제고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IB 시장에서는 자본력이 커야 더 큰 딜을 따낼 수 있는 규모의 경제가 작동한다”며 “최근 금융지주들이 계열 증권사에 잇따라 유상증자를 단행하는 것도 증권사를 그룹 성장의 핵심 축으로 키우려는 포석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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