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즉시면세’ 폐지에 쏠린 눈…한국에도 영향 줄까

지난 6월9일 한국을 찾은 외국인관광객들이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장주영 기자] 일본 정부가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운영해 온 ‘즉시면세’ 제도를 폐지하기로 하면서 관광객 쇼핑 패턴 변화는 물론 동아시아 면세 정책 전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즉시면세는 관광 소비를 늘리는 대표적인 유인책으로 평가받아 왔지만, 세수 감소와 부정 이용 가능성이라는 부작용도 함께 안고 있어 각국 정부의 고민이 커지는 모습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오는 11월부터 외국인 대상 소비세 즉시 면세 제도를 종료한다. 대신 상품 구매 시 세금을 포함한 가격을 결제한 뒤 공항이나 항만 등 출국 단계에서 실제 반출 여부를 확인하고 세금을 환급받는 방식으로 제도를 개편할 예정이다.
즉시면세는 외국인 관광객이 일정 금액 이상 상품을 구매할 경우 매장에서 여권 확인만으로 소비세나 부가가치세(VAT)를 즉시 공제받을 수 있는 제도다. 현재 한국과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 주요 국가들이 운영하고 있으며 백화점과 드럭스토어, 편의점, 로드숍, 생활용품점 등 다양한 유통 채널에서 활용되고 있다.
일례로 한국의 경우 올리브영과 다이소, GS25와 CU 등 우리 생활에 맞닿은 대부분의 상권이 사실상 면세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즉시면세의 가장 큰 장점은 편의성이다. 관광객 입장에서는 별도의 환급 절차 없이 세금이 제외된 가격으로 결제할 수 있어 쇼핑 과정이 간소화된다. 세금 환급을 위해 영수증을 보관하거나 별도 창구를 방문할 필요가 없는 만큼 구매 장벽도 낮아진다.

<자료> = 스태티스타
◆ “여권만 보여주면 끝”…관광객 소비 키운 즉시면세
실제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Statista)가 글로벌 여행객 2만453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면세 쇼핑을 하는 이유로 ‘가격 대비 가치(Value for Money)’를 꼽은 응답이 27%로 가장 많았다. 이어 편의성을 선택한 응답도 20%를 넘었다. 면세 혜택과 간편한 구매 경험이 관광객의 소비를 유도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관광 소비 확대 효과도 적지 않다. 면세 혜택은 숙박과 식음료 중심의 관광 지출을 화장품, 향수, 생활용품, 명품 등 유통 소비로 확장시키는 역할을 한다. 관광객 1인당 소비액을 늘리고 지역 상권 매출 증대에도 기여해 왔다.
일본 역시 그동안 즉시면세를 관광 소비 활성화를 위한 핵심 정책으로 활용해 왔다. 스태티스타가 2024년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3만349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55.3%가 쇼핑 과정에서 즉시면세 제도를 이용했다고 답했다. 특히 한국인 관광객의 경우 61.9%가 해당 제도를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즉시면세는 세수 확보 측면에서 한계도 안고 있다. 상품 가격에 포함된 소비세를 구매 단계에서 곧바로 면제하는 구조인 만큼 정부 입장에서는 세수 감소가 불가피하다. 특히 과자나 사탕, 립밤 등 현지에서 소비되는 소액 상품까지 폭넓게 면세 혜택이 적용될 경우 세수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부정 이용 가능성도 꾸준히 지적돼 왔다. 일부 국가에서는 외국인 관광객을 가장해 면세 상품을 구매한 뒤 자국 내에서 재판매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이른바 ‘회색시장(Gray Market)’ 문제가 제기됐다. 전자제품과 화장품, 명품 등 고가 상품을 중심으로 제도 악용 우려도 지속돼 왔다.

지난 6월9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세수 누수·부정 이용 논란…일본은 왜 폐지하나
업계에서는 일본의 이번 제도 개편이 관광 소비 확대보다 세수 관리와 제도 투명성 확보에 무게를 둔 결정으로 보고 있다. 최근 일본 내에서는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면세 제도의 실효성과 관리 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일본의 제도 변경이 실제 관광 소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환급 절차가 복잡해질 경우 충동구매나 소액 구매가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즉시면세를 앞세워 관광객 수요를 흡수해 온 드럭스토어와 생활용품점, 백화점 등 오프라인 유통 채널의 경우 소비 위축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실제 일본관광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은 305만8100명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3월 한 달에만 79만5600명이 방문하며 국가별 방문객 수 1위를 차지했다. 일본 쇼핑에 익숙한 한국인 관광객들이 향후 소비 규모를 줄이거나 쇼핑 계획 자체를 조정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즉시면세가 관광 소비 확대에 효과적인 정책 수단이라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세수와 형평성 문제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손신욱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은 “즉시면세는 관광객 입장에서 구매 절차를 간소화하고 소비를 촉진하는 효과가 있는 제도”라며 “고유가 흐름이나 코로나19 등으로 관광 수요가 위축된 시기에는 소비 진작 효과가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최근에는 현지에서 사용하는 물품까지 면세 범위에 포함시키는 ‘현지 과세의 원칙’에 반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고, 장기 체류 관광객 증가로 관광객 특별세만으로는 관광 재원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현지 소비에 대한 과세 원칙 측면에서 제도 운영 방식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일본의 사례가 향후 한국 면세 정책 논의에도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미 올해 1분기 기준 한국을 방문하는 관광객이 400만명을 넘어서는 등 관광 탄력성을 회복한 상태다.
이에 따라 한국 역시 즉시 환급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만큼 관광 소비 활성화와 세수 관리라는 두 가지 목표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을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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