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 전병우'에 힘 싣는 삼양…김정수 회장 취임과 함께 승계 시계 빨라졌다 [유통家]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인 지난해 6월 밀양에서 열린 제2공장 준공식에서 기념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삼양식품]
[디지털데일리 유채리 기자] 김정수 삼양식품 회장이 지난 1일 취임 직후 장남 전병우 최고운영책임자(COO) 전무에게 대규모 주식을 증여하면서 그룹의 3세 승계 작업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전 전무는 지분 확대와 함께 웰니스 사업, 캐릭터 사업 등 신사업 전면에 나서며 차기 경영자로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김 회장은 IBK투자증권 및 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총 800억원을 대출받는 주식담보계약을 체결하고 해당 채무를 포함한 주식 20만주를 전 전무와 딸 전하영 씨에게 각각 17만1500주, 2만8500주를 증여한다. 증여일은 다음달 6일이다.
이번 증여가 마무리되면 오너 일가의 지분 구조에 유의미한 변동이 생긴다. 김 회장의 삼양식품 보유 주식 지분은 28만3488주(3.76%)에서 8만3488주(1.11%)로 하락하는 반면, 전 전무의 지분은 4만4750주(0.59%)에서 21만6250주(2.87%)로 수직 상승한다.
딸 하영씨의 지분 역시 4000주(0.05%)에서 3만2500주(0.43%)로 늘어난다. 이로써 전 전무의 보유 주식 지분율은 아버지 전인장 전 회장의 3.13%(23만6000주) 다음으로 높아지게 된다.
물론 이번 증여로 삼양식품의 핵심 지배구조 자체가 흔들리는 것은 아니다. 최대주주인 지주사 삼양라운드스퀘어의 지분율은 35.48%로 견고하기 때문이다.
다만 자본 시장과 업계에서는 이번 증여의 '시기'에 주목하고 있다. 김 회장은 최근 '불닭' 브랜드를 만들고 글로벌 사업 성과를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회장직에 올랐다.
이처럼 자신의 경영 기반이 탄탄해진 가운데 주식 증여를 단행한 것이다. 이는 대내외적으로 전 전무를 확실한 차기 후계자로 각인시키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전병우 삼양식품 전무가 지난해 6월 밀양 제2공장 준공식에서 해외 바이어들을 만나고 있다. [사진=삼양라운드스퀘어]
또한 주식 증여 공시 다음날 신규 캐릭터 '페포(PEPPO)'를 전면에 내세운다는 발표를 한 것도 의미있다. 기존 캐릭터 '호치'는 2012년 불닭볶음면 개발 당시 김정수 삼양식품 대표가 황재오 드림컴어스 대표를 만나 탄생했다.
반면 새로 전면에 내세운 신규 캐릭터 페포는 전 전무가 지난 2021년 말 직접 기획해 출범시킨 콘텐츠 계열사 '삼양애니'가 개발했다.
호치가 고추를 먹고 낳은 알에서 태어난 병아리라는 배경을 가진 페포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를 겨냥한 캐릭터로 누적 판매 100억개를 넘어선 불닭의 다음 성장을 이끌 역할을 맡게 된다.
사업 부문에서도 전 전무의 홀로서기를 위한 독자 영역 구축이 본격화되고 있다. 1994년생인 전 전무는 지주사인 삼양라운드스퀘어에서 전략총괄(CSO)을 맡아 그룹의 글로벌 전략을 리딩하는 한편, 본인이 직접 지휘해 온 웰니스 사업을 본궤도에 올리고 있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말 관련 사업 부문의 명칭을 '스핀들' 본부로 전환한데 이어 이달 중 신규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스핀들(SPINDLE)'을 시장에 공식 출시하고 웰니스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다.
삼양식품은 향후 웰니스 산업과 기존의 관광 인프라를 연계해 중장기 미래 먹거리를 완성하겠다는 복안이다.
삼양식품은 최근 분기보고서를 통해 "기존 관광 및 체험 사업을 확장해 웰니스 사업을 중장기 핵심 목표로 설정했다"며 "(웰니스 사업이) 기존 식품 사업과의 시너지를 창출하고 소비자에게 한층 더 건강하고 믿을 수 있는 가치를 제공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주식 증여가 단순한 자산 이전을 넘어 전 전무를 차기 경영자로 공식화하는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다만 지분 확보만으로 승계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전 전무가 주도하고 있는 웰니스 사업과 글로벌 신사업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입증해야만 경영권 승계의 정당성과 시장의 신뢰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지분 승계는 사실상 첫 단추에 불과하다"며 "향후 전 전무가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 성과를 내느냐가 승계 작업의 속도와 완성도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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