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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로그] 포효하는 V8…'달리는 즐거움'의 정석 '메르세데스-AMG SL 63'

윤서연 기자

쏟아지는 신차 정보 속에서 진짜 실력을 가려내기 위해 직접 운전석에 앉았습니다. 시승기 연재물 <시승로그>를 통해 독자 여러분께 생생한 주행 경험을 전달합니다. <편집자주>

메르세데스-AMG SL 63.[사진=윤서연 기자]

[디지털데일리 윤서연기자] "이거지!" 가속 페달을 밟자마자 직관적인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시동을 거는 순간부터 사방을 압도하는 8기통 엔진 특유의 웅장한 사운드가 고막을 파고들었다. 가속을 전개할 때마다 느껴지는 날 것 그대로의 움직임과 터지는 배기음은 달리는 즐거움을 만끽하게 만들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고성능 브랜드 AMG의 이름을 걸고 완성해 낸 정통 스포츠카의 진수가 무엇인지 여실히 보여줬다.

메르세데스-AMG SL 63 4MATIC+는 70년이 넘는 SL 역사상 최초로 AMG가 독자 개발을 주도해 완성한 7세대 완전 변경 모델이다. 과거의 SL이 안락한 주행을 지향하는 럭셔리 로드스터에 가까웠다면 이번 모델은 서킷을 호령하는 AMG GT의 DNA를 이식받아 철저하게 달리기 위해 태어난 고성능 머신으로 체질 개선을 이뤄냈다.

(왼쪽)메르세데스-AMG SL 63 엔진룸.[사진=윤서연 기자]

도로 위에서 경험한 주행 성능은 압도적이라는 단어 외엔 표현할 길이 없었다. 보닛 아래 자리 잡은 V8 가솔린 트윈 터보 엔진은 최고 출력 585마력과 최대 토크 81.6kg·m의 가공할 만한 힘을 뿜어낸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단 3.6초에 불과하다. 가속 페달에 힘을 주면 강력한 출력이 지체 없이 네 바퀴로 전달되며 차체를 세차게 밀어붙인다.

높은 경사의 오르막길을 마주해도 힘이 다소 부치는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차량 자체의 토크와 펀치력이 워낙 뛰어나다 보니 운전자가 체감하기에는 평지를 달리는 것처럼 매끄럽고 가볍게 치고 올라가는 여유를 보여줬다.

달리기 성능만큼 감탄을 자아낸 부분은 강력한 제동력이다. 고성능 차량답게 세라믹 브레이크 시스템이 운전자가 의도하는 만큼 정밀하고 확실하게 차량을 제어했다. 고속 주행 중 급격하게 속도를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도 차체가 앞으로 크게 쏠리거나 균형을 잃지 않고 노면을 꽉 붙잡으며 안정적으로 멈춰 섰다.

스티어링 휠 아래 다이얼로 주행모드 변경이 가능하다.[사진=윤서연 기자]

하위 라인업인 SL 43과의 가장 큰 차별점은 주행 모드의 다양성과 그에 따른 극적인 변화다. SL 63에는 컴포트와 스포츠·스포츠 플러스 모드를 넘어 고성능 모델의 상징과도 같은 '레이스(RACE)' 모드가 추가로 탑재된다. 스티어링 휠에 장착된 다이얼을 돌려 주행 모드를 변경할 때마다 차량의 성격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한다.

스포츠 플러스나 레이스 모드로 진입하면 가속 응답성이 날카롭게 벼려지고 배기 시스템의 플랩이 열리며 중저음의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한층 더 깊고 웅장해진다. 특히 패들 시프트를 이용해 기어를 아래로 내릴 때(다운시프트)마다 뒤편에서 터져 나오는 '팝콘 터지는 소리(후적음)'는 아드레날린을 극비로 끌어올렸다. 다운시프트를 칠 때마다 즉각적으로 맞물리는 변속 반응과 함께 터져 나오는 강력한 사운드는 시승 내내 귀와 손맛을 즐겁게 만드는 최고의 요소였다.

코너링 전개 과정도 우수했다. 7세대 SL 최초로 적용된 'AMG 퍼포먼스 4MATIC+' 사륜구동 시스템은 주행 상황에 따라 전륜과 후륜의 구동력을 지능적으로 배분해 차체가 코너 바깥으로 밀려나는 현상을 극도로 억제한다. 여기에 최대 2.5도의 후륜 조향을 지원하는 '리어 액슬 스티어링 시스템'이 힘을 보탠다.

고속으로 와인딩 코스를 진입하거나 급격한 코너를 돌 때도 차체가 휘청이지 않고 무게 중심을 바닥으로 낮게 깔며 날카롭게 궤적을 그리며 빠져나갔다. 스티어링 휠의 무게감 역시 하위 라인업보다 묵직하게 세팅돼 있어 고속 영역이나 코너링 시 조향 안정성을 크게 높여줬고 스포츠 플러스 모드 이상에서는 운전자의 손을 더 단단하게 잡아주는 피드백을 전달했다.

메르세데스-AMG SL 63 실내 모습.[사진=윤서연 기자]

메르세데스-AMG SL 63 운전석.[사진=윤서연 기자]

실내 공간은 SL 43과 다르지 않다. 클래식한 로드스터의 헤리티지와 첨단 디지털 기술이 결합된 '하이퍼아날로그' 콘셉트를 충실히 구현했다. 전동으로 각도 조절이 가능한 11.9인치 센트럴 디스플레이와 제트기 터빈을 형상화한 송풍구 등으로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더한 것이 특징이다. 몸을 견고하게 지지해 주는 스포츠 시트는 다소 단단한 착좌감을 가지고 있지만 고성능 스포츠카의 성격을 고려하면 신체를 훌륭하게 잡아줘 안도감이 든다.

이번 모델부터 2+2인승 구조를 채택해 실용성을 넓혔다고는 하나 2열 좌석은 성인이 탑승하기에는 사실상 불가능한 수준으로 비좁다. 트렁크 용량도 작다보니 트렁크에 미처 적재할 수 없는 가방이나 소형 짐을 수납하는 용도로 활용하는 것이 적합해 보였다.

메르세데스-AMG SL 63 외관.[사진=윤서연 기자]

메르세데스-AMG SL 63 외관.[사진=윤서연 기자]

국내 시장에서 AMG 브랜드의 인기는 나날이 뜨거워지고 있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의 국내 AMG 라인업 판매량은 1629대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도 AMG CLE 53 4MATIC+ 카브리올레와 AMG E 53 하이브리드 4MATIC+를 연이어 선보이면서 독보적인 퍼포먼스와 감성을 무기로 국내 소비자들 공략에 나서고 있다.

메르세데스-AMG SL 63 4MATIC+는 효율성이나 안락함보다는 타협 없는 퍼포먼스와 극대화된 드라이빙 감성에 모든 역량을 집중한 차량이다.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는 가운데 8기통 대배기량 엔진이 주는 감성을 경험할 수 있는 모델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런 점에서 AMG GT 63은 내연기관 고성능차가 가진 매력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몇 안 되는 선택지라 할 수 있겠다.

한편 메르세데스·AMG SL 63 4MATIC+ 권장소비자가격은 25년식 기준 2억4400만원이다.

윤서연 기자
yun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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