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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테일] 바나나·피스타치오 뿌리고 집 나선다?

유채리 기자

프랑스 프리미엄 향수 브랜드 니콜라이 퍼퓸의 '구르망디즈 컬렉션'. [사진=니콜라이 퍼퓸]

[디지털데일리 유채리 기자] 은은한 비누 향이나 자연스러운 꽃·나무 향이 주를 이뤘던 향수 시장에서 '구르망(Gourmand)' 계열 향수들이 시장의 메인 트렌드로 급부상하고 있다. 6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의 보고서에 따르면 구르망 향수는 현대 향수 카테고리 전체 소비자 선호도에서 42% 비중을 차지하며 역동적인 부문으로 자리매김했다.

구르망은 프랑스어로 좋은 음식을 즐기는 사람, 즉 '미식가'를 뜻하는 단어에서 유래했다. 이러한 기원처럼 구르망 향수는 꽃이나 나무 등 자연물보다는 바닐라, 캐러멜, 초콜릿, 커피처럼 인간이 조리하고 가공한 달콤한 식재료의 냄새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특징이다.

최초의 구르망 향수로는 지난 1992년 조향사 올리비에 크래스프가 합성 향료인 '에틸 말톨'을 다량 배합해 선보인 티에리 뮈글러의 '엔젤(Angel)'이 꼽힌다. 이 향수는 탑 노트의 솜사탕, 파인애플, 멜론부터 미들 노트의 꿀·자두, 베이스 노트의 초콜릿·바닐라·프랄린 등이 어우러지며 달콤한 디저트를 연상시킨다.

최근 구르망 향수가 다시 주목받는 이유로는 '클린 걸' 트렌드의 반작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간 시장의 주류였던 울트라 프레시, 하이퍼 미니멀리스트 향수에 피로감을 느낀 소비자들이 자신만의 뚜렷한 개성을 표현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글로벌 빅데이터 플랫폼 스페이트(Spate)가 틱톡, 인스타그램, 구글 서치 등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구르망 향수의 전년 대비 글로벌 검색량은 330만건 이상 증가했으며 검색 및 버즈량은 85.1% 폭증했다. 글로벌 구르망 향수 시장이 연평균 3.7%씩 성장해 오는 2032년에는 453억4485만 달러(한화 약 70조4251억원) 규모까지 확대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본투스탠드아웃 '나나토피아'. [사진=본투스탠드아웃 홈페이지 갈무리]

시장이 커지면서 구르망 향조도 한층 더 정교하고 세련된 블렌딩으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바나나'와 '피스타치오'가 새로운 핵심 트렌드로 부상 중이다. 글로벌 SPA 브랜드 자라는 잘 익은 바나나의 크리미한 달콤함에 따뜻함을 더한 '선 키스드 바나나'를 출시했으며, 본투스탠드아웃은 바나나빵 향을 섬세하게 구현한 '나나토피아'를 선보였다. 앞서 프래그런스 브랜드 애프터블로우와 글로벌 패션 브랜드 이세이 미야케 등은 피스타치오 향조를 전면에 내세운 제품을 출시했다.

전통 럭셔리 및 프리미엄 니치 향수 브랜드들의 참여도 활발하다. 프랑스 니치 향수 브랜드 니콜라이 퍼퓸은 프렌치 디저트에서 영감을 받은 '구르망디즈 컬렉션'을 선보였다. 마카롱, 파블로바를 녹여낸 제품과 프랑스 전통 제과의 섬세함을 담아낸 '생토노레' 등 총 3종이다. 아르퀴스테의 '로르 드 루이'는 우디 계열에 꿀과 석류의 터치를 더했고 킬리안 파리의 '포비든 게임즈'는 플럼과 바닐라, 허니 앱솔루트 잔향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킬리안은 올해도 구르망 계열의 라인업을 대폭 강화할 예정이다. 글로벌 향수 플랫폼 아이프래그런스에 따르면, 킬리안은 커피·럼·초콜릿·구운 헤이즐넛·바닐라가 조화를 이룬 '미드나잇 에스프레소'와 파인애플·코코넛·바닐라 향이 특징적인 '피냐 파라이소' 등 신제품을 출시하며 글로벌 구르망 열풍을 이어갈 계획이다.

바닐라·캐러멜·초콜릿을 넘어서 보다 다양한 향으로 영역이 넓어지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딥티크의 '로 파피에'는 부드럽고 은은한 쌀 향을 구현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구르망 향수로 입소문을 탔으며 카얄리의 '얌 피스타치오 젤라또'는 아이스크림을 먹는 듯한 감각적 재미를 선사해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향수 시장의 승부처는 '차별화된 개인화'와 '스토리텔링'이 될 전망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구르망 트렌드가 바디 미스트나 홈 케어 영역까지 빠르게 확산하고 있으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직관적인 소통에 능한 젊은 층을 중심으로 구르망 향수의 영향력이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채리 기자
cy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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