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542.7원까지 치솟아”…외국인 ‘셀 코리아’에 원화 방어선 ‘흔들’

[사진=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김남규기자] 원·달러 환율이 1542.7원까지 오르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5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오후 원·달러 환율은 장중 1542.7원까지 올랐다. 2009년 3월 10일 이후 17년 3개월 만의 최고 수준이다. 전날 야간 거래에서도 환율은 장중 1540.3원까지 상승했다. 환율은 1500원대에 13거래일 넘게 머물며 외환위기 이후 최장 고환율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환율 급등은 단순한 달러 강세보다 외국인 자금 이탈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20거래일째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다. 전날 6조9000억원 넘게 팔아치운 데 이어 이날도 순매도 흐름을 이어갔다. 국내 증시가 단기간 급등한 뒤 차익 실현과 포트폴리오 재조정 매물이 나오며 달러 수요가 커진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날 원화 약세의 배경으로 투자자금 유출을 지목했다. WSJ에 따르면 심모시옹 OCBC그룹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최근 원화 약세는 펀더멘털보다는 자금 유출을 반영한 것”이라며 “AI 관련 주식시장 급등세가 소수 종목에 집중되면서 투자 포트폴리오 재조정과 외국인 자금 유출이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 같은 기술적 약세가 단기적으로 이어지며 원화 반등을 늦출 수 있다고 봤다.
중동 리스크도 환율을 밀어 올리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 기대가 약해지고,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무력 충돌까지 이어지며 안전자산 선호가 커졌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대 후반까지 오르면서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부담도 커졌다. 고유가는 경상수지 악화 우려를 키우고 원화 약세 압력으로 이어진다.
반도체 수출 호조와 경상수지 흑자에도 환율 하락 동력은 약해진 모습이다. 외국인 주식 매도 규모가 커지며 수급 부담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인덱스가 전날보다 소폭 내렸는데도 원화가 약세를 이어간 점도 국내 수급 요인의 영향이 크다는 해석에 힘을 싣는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잇따라 구두 개입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최근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 확대에 각별히 경각심을 갖고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도 앞서 “환율 쏠림에는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구두 개입만으로 환율 상승세를 꺾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증시 불안도 환율 부담을 키우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6% 넘게 급락하며 8000선을 위협받았다. 간밤 미국 뉴욕증시에서 반도체주가 약세를 보인 데다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강해졌다. 주식시장 자금 이탈이 환율 상승을 부르고, 고환율이 다시 증시 불안을 키우는 악순환 우려도 커졌다.
금융시장에서는 중동발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외국인 자금 유출이 진정되지 않는 한 원·달러 환율이 당분간 1500원 안팎의 높은 박스권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외국인 순매도세가 멈추고 국제유가 상승세가 완화돼야 환율이 1400원대로 내려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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