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던' 한화, 유증 논란 이어 폭발 사고까지…그룹 리스크 대응에 시장 촉각

6월1일 폭발 사고가 발생한 대전 유성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사진=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한화그룹이 방산·조선·에너지 축을 중심으로 외형 확장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잇단 악재를 마주했다. 한화솔루션 유상증자 논란에 이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폭발사고까지 발생하면서 그룹 차원 리스크 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논란이 불거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솔루션은 모두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이끄는 핵심 사업 축이다. 김 부회장이 사실상 차기 총수로 자리매김한 상황에서 한화그룹 확장 전략이 안전·주주 신뢰라는 기본 과제와 충돌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화그룹은 최근 공격적인 성장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방산 부문에서는 60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PSP) 수주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6월 말 사업자 결정이 예정된 가운데 한화오션은 독일 티센크루프 마린시스템과 막판 경쟁을 벌이고 있다.
김 부회장도 CPSP 수주전을 위해 캐나다를 방문 중이다.
글로벌 방산 수출도 그룹 성장 기대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지역 분쟁 이후 각국 군비 증강이 이어지면서 K9 자주포·천무·유도무기 체계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항공우주 분야에서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확대가 주목받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KAI 지분을 7.22%까지 늘리면서 수출입은행과 국민연금에 이어 3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를 통해 항공·우주·방산을 아우르는 '한국판 록히드마틴' 구상에도 힘을 싣고 있다.
다만 연이어 터지는 리스크로 속도전에 제동이 걸렸다. 앞서 한화솔루션은 지난 3월26일 2조4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의결했다. 한화솔루션은 조달 자금 중 1조5000억원을 채무 상환에, 9000억원을 태양광 설비와 차세대 기술 투자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소액주주들은 조달 자금 60% 이상이 빚을 갚는 데 쓰인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주주가치 훼손 우려에 더해 일각에선 유상증자가 대주주 경영권 승계 과정에 활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화솔루션은 주주 반발을 반영해 유상증자 규모를 1조7000억원으로 줄였지만 시장 불신을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여기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1일 대전 유성구 외삼동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56동 세척공실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5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한화그룹은 사고가 발사체 추진제 화약을 세척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전사업장 사고가 처음은 아니다. 앞서 2018년 5월 로켓 추진 용기에 고체연료를 충전하던 중 사고가 났고 2019년 2월에는 로켓 추진체에서 연료를 제거하는 이형공실에서 폭발이 발생했다. 이번 사고까지 포함하면 같은 사업장에서 8년 새 13명이 숨졌다.
반복된 사고는 한화그룹의 안전관리 체계에 불신을 키우는 악재가 되고 있다. 특히 대전사업장은 그룹 방산 경쟁력의 핵심 생산 거점이다. 글로벌 수주전에서 기술력과 납기 역량 못지않게 안전·품질 관리 신뢰도 또한 중요한 평가 요소다. 이를 고려했을 때 이번 사고는 방산 기업 신뢰도와도 맞닿아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직접 사고 수습을 지시한 것도 이 같은 위기감과 무관하지 않다. 김 회장은 그룹 역량을 총동원하라고 주문했고 여승주 부회장을 팀장으로 하는 특별대응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김 부회장이 캐나다 잠수함 수주전을 위해 해외에 머무는 상황에서 그룹 총수가 전면에 나서 수습 메시지를 낸 셈이다.
한편 이번 폭발사고는 사법 리스크로 이어질 전망이다. 대전경찰청 전담수사팀은 4일 대전고용노동청과 함께 서울 한화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과 R&D 캠퍼스 2곳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됐다. 수사기관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와 대전사업장 등 6명 휴대전화를 확보하고 서류·전자정보 5400여점 등을 압수했다.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와 처벌 대상 범위를 살펴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동일한 사업장 안에서 동일한 유형의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고용노동부에 반복 사고 사업장 별도 보고를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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