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다음은 ‘AI 배지’?…MS, 에이전트 전용 디바이스 실험

마이크로소프트가 공개한 프로젝트 솔라라 콘셉트 디바이스 [사진=빌드2026 영상 갈무리]
[디지털데일리 이안나기자] 출근길 가슴에 찬 배지를 손가락으로 누르면 AI 에이전트가 오늘의 업무를 브리핑한다. 병원 복도를 걷는 간호사는 환자 곁에서 음성으로 기록을 남기고 카메라로 투약 내용을 확인한다. 이 과정에서 스마트폰과 노트북은 더 이상 필요 없다. 공상과학 이야기가 아니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2일(현지시간) 빌드 2026에서 공개한 ‘프로젝트 솔라라(Project Solara)’ 시연 장면이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이날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 ‘빌드(Build) 2026’ 기조연설에서 에이전트 전용 디바이스 플랫 ‘프로젝트 솔라라’를 공개했다. MS는 이날 온디바이스 AI 강화를 선언한 데 이어 AI 에이전트가 PC와 스마트폰을 넘어 일상 곳곳으로 파고드는 새로운 컴퓨팅 시대를 예고했다.
프로젝트 솔라라를 발표한 스티브 바티치(Steven Bathiche) MS 응용과학그룹 최고부사장(CVP)은 “다음 컴퓨터는 하나의 기기로 국한되지 않고 에이전트가 필요한 곳마다 그에 맞는 형태로 존재한다”고 말했다.
현장을 보면 이미 목적에 특화된 디바이스는 넘쳐난다. 매장 재고 스캐너, 병원 의료용 태블릿, 물류 현장 단말기가 대표적이다. 문제는 이것들이 저마다 다른 앱과 개발 환경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디바이스 종류만큼 개발과 유지보수 비용이 늘어난다. 자체 에이전트를 만들어도 그 에이전트를 실제로 현장에 배치할 방법이 마땅치 않았던 이유다.
프로젝트 솔라라는 이 문제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해결하겠다는 구상이다. 윈도 기반이 아닌 안드로이드 오픈소스 기반 MS 디바이스 플랫폼 위에서 기업이 어떤 형태의 디바이스든 동일한 에이전트를 얹을 수 있도록 한다. 바티치 부사장은 “에이전트를 기존 디바이스에 끼워 맞추는 게 아니라 에이전트가 있어야 할 곳에 디바이스를 가져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애저(Azure)가 클라우드와 디바이스를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한다.


스티브 바티치 MS 응용과학그룹 최고부사장이 디지털 배지를 들고 에이전트가 현장 영상을 분석해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자동 작성하는 기능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빌드2026 영상 갈무리]
MS는 이날 두 종류의 콘셉트 디바이스를 처음 공개했다. 책상에 두는 스테이션형엔 미디어텍 칩을 탑재했다. 얼굴 인식으로 잠금을 해제하면 마이크로소프트 365 코파일럿과 연동해 그날의 업무 우선순위를 화면에 바로 띄운다. 회의 일정, 처리해야 할 태스크, 중요 메시지를 한눈에 파악하고 음성이나 터치로 에이전트에 작업을 위임할 수 있다.
이는기존 윈도 PC 보조 디바이스로 쓰거나 모니터를 연결해 클라우드 PC 접속 단말로도 활용 가능하다. 별도의 로그인 절차 없이 얼굴만 인식하면 바로 업무 환경에 접속된다는 점에서 사무직 종사자의 업무 흐름을 끊지 않는 ‘앰비언트 디바이스’를 지향한다.
다른 하나는 퀄컴 칩을 탑재한 웨어러블 형태 ‘디지털 배지’다. 손가락으로 잠금을 해제하면 내장 카메라와 마이크를 통해 현장에서 바로 에이전트와 대화할 수 있다. 시연에서는 현장을 카메라로 촬영하자 에이전트가 콘텐츠를 정리해 팀에 전송하는 장면이 펼쳐졌다. 같은 플랫폼 위에서 에이전트와 형태만 바꾸면 리테일·제조·금융·법률 등 다양한 업종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이날 MS는 디지털 배지 관련 나델라 CEO와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 대담 영상도 공개했다. 아몬 CEO는 “AI가 인간처럼 세상을 이해하게 되면 디바이스는 우리의 눈과 귀, 입에 가까워진다”며 “이는 컴퓨팅 본질 자체를 바꾸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지금까지 웨어러블은 스마트폰 보조 역할에 머물렀고 플랫폼도 수직통합형이 자연스러웠다”며 “에이전트가 디지털 경험 중심이 되면 산업 전반이 개방형 수평 플랫폼을 원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마트폰이 20년간 디지털 생활의 허브였다면 앞으로는 에이전트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디바이스는 에이전트를 따라 진화한다는 의미다.
나델라 CEO는 "컴퓨팅 플랫폼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규칙을 쓸 기회가 생긴다"며 "에이전트가 어디에 살지, 어떤 폼팩터를 상상할지 개발자와 기업이 직접 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현재 기상정보 서비스 어큐웨더(AccuWeather)·미국 가전 유통업체 베스트바이 외에 CVS헬스·리바이스·타깃 등 기업들이 프로젝트 솔라라 기반 디바이스 도입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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