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캐리어로 부족해요"…외국인 쇼핑 성지 된 다이소

지난 5월28일 방문한 다이소 동대문 던던점 계산대 앞 줄. 평일 낮에도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사진=장주영 기자]
[디지털데일리 장주영 기자] “틱톡에서 한국 다이소 미용 제품이 좋다고 해서 찾아왔어요.”
지난달 28일 서울 동대문의 한 다이소 매장에서 만난 일본 관광객 유리(30)씨는 메이크업 브러시 진열대에서 여러 제품을 비교하며 이같이 말했다.
유리씨는 “일본에도 다이소가 있지만 한국은 상품 종류가 훨씬 다양하고 가격 대비 품질도 좋다”며 “특히 미용·뷰티 카테고리 제품을 추천하는 영상을 많이 봐서 이번 여행에서는 다이소를 꼭 방문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2일 유통·관광업계에 따르면 방한 외국인 관광객 증가와 함께 다이소가 새로운 관광 쇼핑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외국인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가 면세점과 백화점이었다면 이제는 생활용품 전문점까지 쇼핑 반경이 넓어진 모습이다.
실제로 이날 방문한 매장 곳곳에서는 캐리어나 장바구니를 가득 채운 외국인 관광객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화장품 코너와 미용 소품 코너에는 일본어와 중국어, 영어가 뒤섞여 들렸고 유리씨를 비롯한 일부 관광객들은 휴대전화를 보며 특정 상품을 찾고 있었다.

매장 내부에 쌓여있는 단체 관광객 주문 박스. ‘몽골 단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사진=장주영 기자]
매장 한켠에는 ‘몽골 단체’, ‘기사님 방문 예정’ 등 국가명이나 배송 방식이 적힌 대량 구매 물품이 박스째 쌓여있기도 했다. 외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미리 주문한 물량으로, 주로 구매하는 품목은 중식도나 과도, 가위, 면봉, 유리잔 등 주방용품과 생활용품이다.
마치 물류 센터처럼 배송 박스가 가득 쌓여있지만, 매장에서 직접 배송을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 박스 포장으로 준비해 달라는 단체 구매나 픽업 주문이 들어오면 매장에 준비해두고, 이후 구매 측 차량이나 사람이 방문해 가져가는 방식이다.
매장에서 물품을 정리하던 한 직원은 “건물의 지하 5층으로 구매 측 차량이 들어오면 물품을 실어주려 종종 직원들이 동원되기도 한다”며 “대부분 차가 오거나 사람이 와 직접 들고 가지만 일부는 배송 기사분들이 수거해서 해외 배송으로 보내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28일 방문한 다이소 동대문 던던점 화장품 코너에 관광객들이 제품을 구경하고 있다. [사진=장주영 기자]
업계는 이러한 현상이 외국인 관광객 소비 패턴 변화와 맞닿아 있다고 보고 있다. 과거 명품과 면세품 중심의 소비에서 벗어나 한국인들이 실제 사용하는 생활밀착형 제품을 직접 구매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외국인 면세점 매출액은 66억달러(10조75억원)로 2019년 178억달러에 비해 절반 이하 수준에 그쳤다. 면세점의 주력 품목이던 화장품 매출 또한 63.4% 감소하며 업계에서는 면세점 내 소비 유출이 다이소나 생활용품점, 로드샵 등으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다이소의 최근 3년간 해외카드 결제금액 증가율은 2023년 130%, 2024년 50%, 2025년 60%를 기록하며 매년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다이소 전체 매장의 올해 4월 해외 카드 결제금액 역시 3월과 비교해 60%까지 급증했다.

지난 5월28일 방문한 다이소 동대문 던던점에 단체관광객이 주문한 물품이 박스째 쌓여있다. [사진=장주영 기자]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외국인 관광객들은 단순히 비싼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일상과 소비문화를 경험하는 데 관심이 많다”며 “다이소처럼 가성비와 상품 다양성을 갖춘 생활형 유통 채널이 새로운 관광 명소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비슷한 시각을 공유하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 외국인 관광객들의 다이소 방문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특히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생활용품 분야는 품질 대비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 젊은 층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 한국 관광객들이 일본 여행을 가면 100엔숍에서 생활용품을 대량으로 구매해 돌아오던 것처럼 이제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 다이소를 찾고 있다”며 “부피가 크거나 무게가 많이 나가지 않는 제품이라면 기념품은 물론 화장품과 생활용품까지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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