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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50년 뒤에도 살아남을 와인”…‘파리의 심판’ 주역 보 배럿 방한

왕진화 기자

‘파리의 심판’ 주역이자 샤또 몬텔레나 오너인 보 배럿(Bo Barrett)이 지난 5월21일 열린 시음 행사에서 와이너리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신세계L&B]

[디지털데일리 왕진화기자] 50년 전 프랑스 최고급 와인을 꺾으며 세계 와인 시장의 역사를 바꾼 ‘그 와인’이 한국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지난 21일 열린 샤또 몬텔레나(Chateau Montelena) 시음 행사에서는 ‘파리의 심판’ 주역이자 샤또 몬텔레나 오너인 보 배럿(Bo Barrett)이 직접 잔을 들고 “우리는 유행이 아니라 50년 뒤에도 살아남을, 시간이 지나도 기억되는 클래식한 와인을 만든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도 쉽게 만나기 힘든 리슬링부터 전 세계에 단 10병만 남은 ‘1973 샤르도네’ 이야기까지 이어지자 행사장은 마치 나파밸리 역사 강연장을 방불케 했다. 특히 그는 신세계L&B와의 협업 이후 한국 시장 내 브랜드 확장 속도가 기대 이상이라고 평가하며 프리미엄 와인 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파리의 심판’ 주역이자 샤또 몬텔레나 오너인 보 배럿(Bo Barrett)이 지난 5월21일 열린 시음 행사에서 와인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신세계L&B]

◆“유행 대신 클래식을 택했다”…한국 시장 키우는 샤또 몬텔레나=샤또 몬텔레나는 미국 와인의 역사를 상징하는 와이너리다. 1976년 프랑스 파리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블라인드 테이스팅 ‘파리의 심판’에서 프랑스 최고급 화이트 와인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며 세계 와인 업계에 충격을 안겼다.

당시 우승 와인이 바로 ‘1973 샤또 몬텔레나 샤르도네’다. 이후 이 와인은 미국 와인의 위상을 세계 시장에 각인시킨 상징적인 존재로 자리잡았다.

보 배럿은 이날 행사에서 “당시 국제적인 주목을 받으며 생산량을 크게 늘릴 기회도 있었지만 우리는 품질과 스타일을 유지하는 길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실제 샤또 몬텔레나는 현재까지도 가족 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과도한 오크 풍미나 유행을 좇기보다 산도와 균형감, 숙성 잠재력을 중시하는 클래식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파리의 심판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할 기회가 있었지만 생산량을 늘리지 않았다는 부분은 샤또 몬텔레나 철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보 배럿은 “당시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며 더 많은 와인을 만들 기회가 있었지만 우리는 규모 확대 대신 품질 유지에 집중했다”며 “지금도 가족 경영 체제를 유지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특히 눈길을 끈 부분은 한국 시장에 대한 평가였다. 보 배럿은 “그동안 미국 내 판매만으로도 충분했기 때문에 수출 시장 확대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면서도 “신세계L&B와 협업한 이후 한국 시장에서 브랜드 존재감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프리미엄 와인 시장 측면에서 한국은 충분히 중요한 시장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 배럿은 신세계L&B와의 협업에 대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한국 시장 내 입지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며 “샤또 몬텔레나처럼 규모가 크지 않은 와이너리가 하기 어려운 부분들을 신세계L&B가 훌륭하게 해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최근 글로벌 와인 시장 둔화 분위기에 대해서도 비교적 자신감을 드러냈다. 보 배럿은 “샤또 몬텔레나는 대량 소비용 와인이 아니라 레스토랑 다이닝 경험과 함께 소비되는 프리미엄 와인”이라며 “현재 어려움을 겪는 건 저가 와인 시장이고, 최상위 프리미엄 시장은 오히려 견고하다”고 말했다.

지난 5월21일 시음 행사에서 소개된 샤또 몬텔레나 포터밸리 리슬링 2024(사진 왼쪽부터), 샤또 몬텔레나 나파 소비뇽 블랑 2023, 샤또 몬텔레나 나파 샤르도네 2023, 샤또 몬텔레나 에스테이트 칼리스토가 진판델 2023, 샤또 몬텔레나 나파 까베르네 소비뇽 2022, 샤또 몬텔레나 에스테이트 칼리스토가 까베르네 소비뇽 2021. [사진=신세계L&B]

◆잔에 담긴 나파밸리의 시간…미국서도 쉽게 못 마시는 와인 6종 만나보니=이날 행사에서는 리슬링부터 샤르도네, 까베르네 소비뇽까지 총 6종의 와인이 소개됐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와인은 첫 번째로 등장한 ‘포터밸리 리슬링 2024’였다.

잔을 들자마자 백도와 시트러스 계열의 신선한 과일향이 먼저 퍼졌고, 입안에서는 산도와 과실감이 과하지 않게 균형을 잡았다.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묵직한 미국 와인보다 훨씬 섬세하고 차분한 스타일에 가까웠다. 허니서클과 라임잎, 생강 계열의 향이 복합적으로 이어지면서도 끝맛은 깔끔했다.

보 배럿은 “독일이나 알자스 스타일보다 오스트리아 스타일에 가깝다”며 “잘 익었지만 복합적인 리슬링을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간 생산량이 약 100케이스 수준에 불과해 미국에서도 쉽게 만날 수 없는 와인”이라고 덧붙였다.

1번째로 시음한 ‘포터밸리 리슬링 2024’. [사진=신세계L&B]

세 번째로 소개된 샤르도네는 ‘파리의 심판’ 우승 와인의 계보를 잇는 상징적인 제품이다. 보 배럿은 “2023 빈티지는 파리의 심판 50주년을 맞는 해에 나온 특별한 빈티지”라며 “우리는 트렌디한 와인을 만드는 대신 1970년대 스타일과 철학을 그대로 유지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1972년 빈티지 샤르도네도 여전히 훌륭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며 장기 숙성 가능성을 강조했다. 실제 샤또 몬텔레나는 올해 ‘1973 샤르도네’ 한 병을 한국 경매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다. 현재 해당 빈티지는 전 세계에 10병만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의 마지막은 ‘에스테이트 칼리스토가 까베르네 소비뇽 2021’이 장식했다. 이날 소개된 와인 가운데 가장 비싼 제품이다. 짙은 블랙베리와 카시스 향 위로 다크초콜릿과 커피빈 같은 묵직한 풍미가 겹겹이 이어졌고, 시간이 지날수록 구조감이 더욱 선명해졌다. 과실 풍미가 강하지만 무겁게 치우치기보다 균형감 있게 정리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보 배럿은 이 와인에 대해 “50년 뒤에도 충분히 아름답게 숙성될 수 있는 와인”이라며 “좋은 까베르네 소비뇽을 만드는 데는 최소 10년이 걸린다. 결국 그런 가치를 찾는 소비자는 계속 존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6번째로 맛 본 ‘에스테이트 칼리스토가 까베르네 소비뇽 2021’. [사진=신세계L&B]

왕진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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