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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뷰] AI 시대에 대한 섬뜩한 경고…영화 ‘군체’에 투영된 집단지성의 재해석

조은별 기자

영화 '군체'의 한장면 [사진=쇼박스]

[디지털데일리 조은별기자] 1687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왕과 사는 남자’로 한국영화사를 새롭게 쓴 영화배급사 쇼박스가 야심작 ‘군체’로 다시 한번 극장가를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군체’는 ‘부산행’(2016), ‘반도’(2020)로 K좀비 신드롬을 일으킨 연상호 감독의 신작이다. 제 79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돼 월드프리미어로 공개되며 7분간 기립박수를 받는 등 호평받았다.

영화 '군체'의 한장면 [사진=쇼박스]

◆ 전체주의화되고 있는 지금의 사회상 투영진화한 좀비 진두지휘하는 K조커 구교환 인상적

21일 개봉한 ‘군체’는 회사 상사에게 복수하기 위해 도심 초고층 빌딩에서 생물학적 테러를 강행한 천재 생물학자 서영철(구교환 분)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바이러스가 확산돼 빌딩 안에 감염자가 속출하자 정부는 빌딩을 봉쇄한다. 생명공학과 교수 권세정(전지현 분)을 비롯한 생존자들은 외부와 고립된 채 감염된 좀비들과 대치한다.

‘군체’의 관전 포인트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좀비 세계관’의 진화다. 연감독은 ‘집단 지성’을 가진 좀비라는 새로운 세계관을 내세우며 기존 좀비물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기존 좀비들이 뇌세포가 파괴돼 인간성을 잃은 괴물이었다면 ‘군체’ 속 좀비는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고 인간의 행동을 학습하며 진화한다.

특히 AI(인공지능)의 발달로 초고속으로 정보를 교류하며 점점 더 강력해지는 ‘집단지성’의 모습에서 착안한 ‘군체’ 속 좀비들의 모습은 소수의 목소리를 배제하고 전체주의화되고 있는 지금의 사회상과 맞닿아 있다는 평가다.

영화 '군체'의 한장면 [사진=쇼박스]

영화 '군체'의 한장면 [사진=쇼박스]

진화한 좀비 크리처를 표현하기 위한 비주얼도 혁신적이다. 좀비들을 하나로 연결하는 곰팡이균같은 그물망, 이들이 내뿜는 불쾌한 점액질, 그리고 현대무용가 20명의 도움으로 완성한 좀비들의 꺾기는 가히 K좀비 모션의 절정을 찍었다 할 수 있다.

감염 직후에는 네발로 기던 좀비들이 직립보행을 학습하고, 생존자들의 행동을 따라한다. 정보가 업그레이드 될 때마다 미어캣처럼 서서 고개를 뒤로 꺾고 몸을 부르르 떠는 이들의 시그니처 동작은 압도적인 위압감을 주며 강렬한 시각적 서스펜스를 만들어낸다.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배우 구교환이 연기한 서영철 박사다. 서영철은 인간의 생각이나 정보를 언어로 표현하지 않고도 유기물 칩을 통해 공유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을 통해 ‘집단지성’을 꿈꾸는 새로운 유형의 빌런이다.

영화 '군체'의 한장면 [사진=쇼박스]

영화 ‘만약에 우리’에서 첫사랑의 기억을 간직한 은호로 관객을 눈물샘을 자아냈고 JTBC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속 꿈을 잃지 않는 지질한 영화감독 황동만으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샀던 구교환은 냉철한 광인 서영철로 얼굴을 갈아끼며 악의와 카리스마가 가득한 광대의 모습으로 스크린을 지배한다.

모두가 한 곳을 바라보는 집단 가운데서 소수의 목소리를 내는 생존자 권세정을 연기한 배우 전지현도 군더더기 없는 절제된 연기로 차분히 이야기의 전개를 이끈다. 이 외에도 고수, 지창욱, 김신록 등 주요배우들의 연기 역시 나무랄데가 없다.

영화 '군체'의 한장면 [사진-=쇼박스]

영화 '군체'의 한장면 [사진=쇼박스]

◆다시 돌아온 쇼박스의 시간…‘왕사남’ 영광 한번 더?

한편 제작비 170억원(마케팅비 포함 200억)이 투입된 ‘군체’의 손익분기점은 약 400만 명으로 알려져 있다. 일단 분위기는 좋다. 이미 칸영화제 월드프리미어 상영 전 전 세계 124개국에 판매를 완료했다. 칸에서 호평을 업고 금의환향한 ‘군체’는 48.2%(5.21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의 압도적인 예매율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31일 개봉한 영화 ‘만약에 우리’에 이어 ‘왕과 사는 남자’, 공포영화 ‘살목지’의 연이은 성공으로 올해 일사분기 배급사 실적 1위 (매출액 1763억원, 점유율 55.4%)를 차지한 쇼박스는 ‘군체’의 마케팅비에 30억원을 책정하는 등 통 큰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여기에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와 영화진흥위원회가 영화관람료 6000원 할인건을 배포하는 등 영화 관람을 촉진하고 있는 터라 ‘군체’ 역시 이같은 분위기에 편승할 가능성이 높다. 손익분기점은 어렵지 않게 넘길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쇼박스에 만루홈런을 안길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은별 기자
mulga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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