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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리스크로 당겨진 '로봇 대체' 방아쇠…'다크 팩토리' 역습 몰아친다 [노봉법 도미노中]

윤서연 기자

커지는 인건비 부담과 파업리스크에 국내 제조업계가 무인 자동화 전환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AI 이미지]

[디지털데일리 윤서연기자] 최근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를 둘러싼 노사 갈등이 격화되면서 국내 제조업계의 자동화 전환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본급 인상·성과급 확대·정년 연장 요구가 이어지는 가운데 기업들은 급격히 커지는 인건비 부담과 파업 리스크를 동시에 떠안게 됐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런 환경이 결국 무인화 공장인 ‘다크 팩토리’ 전환을 앞당기는 배경이 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인력난과 야간 노동 부담이 큰 제조업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경제성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 공장은 대부분 주·야 2교대 체제로 운영되는데 이 과정에서 반복 작업과 물류·운반 업무를 로봇으로 대체할 경우 인건비 절감은 물론 퇴직급여 부담 감소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 생산직 평균 연봉은 약 1억3000만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보스턴다이나믹스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는 대당 가격이 약 2억원 수준으로 거론되며 연간 유지비도 약 1400만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관련 업계에서는 생산직 인건비와 비교하면 2년 안팎이면 투자비 회수가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파업 리스크와 고임금 부담을 동시에 안고 있는 국내 대기업 입장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단순한 미래 기술이 아닌 현실적인 대안으로 보고 있다. 특히 경제성이 구체적인 수치로 확인될 경우 경영진의 자동화 투자 결정 역시 더욱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

◆ 삼성·현대차, 로봇 투입 목전…소프트 랜딩 추진

삼성전자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오는 2030년까지 국내외 생산 거점을 ‘인공지능(AI) 자율 공장’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자재 입고부터 생산·출하까지 전 공정에 디지털 트윈 기반 시뮬레이션을 적용하고 제조 현장에는 휴머노이드형 로봇 도입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는 생산라인과 설비를 관리하는 오퍼레이팅 봇·자재 운반용 물류봇·조립 공정을 담당하는 조립봇 등을 AI와 결합해 제조 공정을 최적화할 계획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이어진 노사 갈등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 20일 총파업 예고를 불과 90분 앞두고 성과급 제도 개선안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이번 합의로 사업 성과의 10% 이상을 성과급 재원으로 고정하는 방안이 통과되면서 반도체(DS) 부문 임직원의 경우 연봉 1억원 기준 최대 6억원 규모 성과급 지급 가능성도 거론된다.

6개월 가까이 이어진 노사 갈등은 일단 봉합됐지만 사측 입장에서는 장기적으로 막대한 인건비 부담을 안게 된 셈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스마트팩토리 고도화를 통해 생산라인의 인력 의존도를 줄이고 노동 리스크와 분리된 무인 공정 구축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보스턴다이나믹스가 5월18일(미 현지시각) 자사 유튜브 채널에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가 냉장고를 통째로 전달하는 영상을 공개했다.[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 역시 생산 현장 무인화를 적극 추진 중이다. 최근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공개한 신형 아틀라스 시연 영상은 이런 흐름에 더욱 힘을 실었다. 공개된 영상에서는 아틀라스가 23㎏의 무거운 가전제품을 안정적으로 들어올리고 옮기는데 성공했다. 보스턴다이내믹스에 따르면 아틀라스는 45㎏ 무게의 물체도 운반할 수 있다.

아틀라스는 오는 2028년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우선 투입된다. 2029년 하반기에는 기아 조지아 공장에도 적용할 예정이다. 다만 국내 공장 도입에는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다. 강성 노조를 중심으로 로봇 도입이 고용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노조 측은 AI와 로봇 도입 과정에서 인간 중심 원칙과 고용 안정 보장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로봇 도입 전 노조와 협의를 거쳐 고용·노동조건 변화 영향을 평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노동 환경 특성상 기업들이 우선적으로 작업자들이 기피하는 영역부터 로봇을 투입하고 자연 감소 인력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보고 있다. 대규모 구조조정보다는 정년퇴직으로 발생한 공백을 신규 채용 대신 휴머노이드 로봇과 자동화 설비로 채우는 방식이다. 노사 충돌을 최소화하면서 생산 현장 자동화를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들이 꼽은 ‘기업 내 로봇 기술 도입 시 가장 큰 과제’로 ‘직원들의 저항’이 22%를 차지했다. 로봇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 절감에도 효과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일자리 불안과 조직 내 거부감이 적지 않다는 의미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이 인건비와 로봇화 경쟁력에서 앞서가고 있다는 점이 국내 업계의 가장 큰 압박 요인"이라며 "결국 기업 입장에서는 로봇화를 서두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규모 감원 대신 자연 감소 인력 공백을 로봇과 자동화 설비로 메우는 흐름이 이어질텐데 산업 내 일자리 감소 문제는 앞으로 더 본격화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서연 기자
yun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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