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 IT] "'996' 대신 러닝 어때요?"…샥즈 스포츠 DNA, 무작정 달려봤다

20일 중국 광둥성 선전시 다샤강 인근 공원에서 샥즈 러닝클럽에 참여했다. 사진은 몸풀기 하는 모습. [사진=샥즈]
[선전(중국)=디지털데일리 옥송이기자] "설마 그 복장으로…?"
20일 저녁 6시40분께 중국 광둥성 선전시 다샤강 인근 공원. 오픈 이어 기업 샥즈의 R&D 랩(LAB) 취재를 마치고 호기롭게 사내 클럽에 따라나섰다. 일반적인 회사 동호회겠거니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뭔가 본격적이다.
옷부터 그렇다. 쫄바지 내지는 반바지에 기능성 민소매를 입은 직원(이라 쓰고 선수라 읽는다)들이 나를 훑어본다. "그 복장으로 왔냐"며 웃는 한 직원의 말 줄임표에 생략된 말은 '그 차림새로 힘들텐데' 였을 것으로 짐작한다.
뛰기 전까지는 이른바 내 'OOTD(오늘 옷차림)'가 어때서?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사람들 퇴근 후에 10km를 뛴단다. 기능성 따위는 가뿐히 무시한 채 펑퍼짐한 긴 바지에 면티를 입고 왔으니 복장불량 맞다. 게다가 10km가량 뛰어본 것도 어언 5~6년 전 일이라 덜컥 겁이 난다. 눈치 빤한 직원들이 '깍두기'를 시켜줬다. 이들에겐 가장 느린 페이스에 속하는 '7분30초' 조에 배치됐다.
"일렬종대!"
학창시절 조회 시간 이후 오랜만에 듣는 단어에 정신이 번쩍 든다. 어수선하게 뛰고 있으니 코치가 내 옆에 붙는다. 한줄로 달리란다. 그리고 그의 스마트폰 앱에서는 메트로놈 소리가 흘러나왔다. 리듬에 맞게 '왼발 왼발' 맞춰야 한다. 이어폰 회사에서 특이하게 탁구·축구·복싱·러닝 등 운동 클럽이 많기에 그중 만만해 보이는 팀으로 왔는데, 오산이었다.
그래도 한국에서 유행하는 러닝 크루 '길막'보단 일렬종대가 낫다. 질서정연하게 달리다 보니 함께 열맞춰 달리는 직원들이 왜 이걸 참여하는지 슬슬 궁금했다.
중국에는 이른바 '996'이라는 말이 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 근무하는 노동집약적 문화를 뜻한다. 특히 IT 기업들이 밀집한 선전에선 익숙한 풍경이다. 그런데 샥즈는 야근 대신 칼퇴 후 운동이 일상인 거다.
앞서 이날 오전 조직 문화 바표에 나섰던 숀 샥즈 프로덕트 매니저는 “샥즈는 기술 기업이라기보다 스포츠 아카데미에 가깝다는 농담도 있다”고 말했다. 발표 때는 웃고 넘겼는데 막상 러닝 클럽에 끼어보니 농담이 아니었다.
직원들은 생각보다 훨씬 진지했다. 함께 달린 한 직원은 “원래 러닝을 즐기진 않았는데 입사 후 운동과 가까워졌다”며 “지금은 주 2회 정도 러닝 클럽에 참여한다”고 말했다. 이날 만난 샥즈 직원들에 따르면 입사 한 뒤 운동이 습관이 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샥즈 러닝클럽에 참여했다. 기념 촬영한 모습. [사진=샥즈]
한국에서도 러닝 열풍이 불고 있는데 중국도 비슷하냐고 묻자 직원들은 “유행인 건 맞다”면서도 하나같이 “무엇보다 내 건강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매달 100km 러닝 목표를 채우면 연말 보너스에도 도움이 되긴 한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건강과 재력을 동시에 챙기는 셈이다.
주변을 둘러보니 직원들 귀에는 하나같이 샥즈 이어폰이 걸려 있었다. 실제 러너가 된 직원들이 일상적으로 제품을 착용하고 뛰는 환경 자체가 곧 테스트 현장이 되는 셈이다. 일일 샥즈 직원 문화 체험에 나선 나 역시 '샥즈 오픈핏2'를 귀에 걸었다. 음악을 듣다가도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갈 수 있었다. 귀를 막지 않는 오픈형 특유의 개방감 덕분이다.
문제는 체력이었다. 말은 하고 있는데 발은 점점 느려진다. 이를 귀신같이 눈치챈 코치가 다시 옆으로 붙는다. 힘드냐길래 빛의 속도로 그렇다고 답했다. 코치는 “조금만 더 가면 반환점이라 쉴 수 있다”고 말했다.
그 말을 믿고 한참을 더 뛰었는데도 반환점은 나오지 않았다. 다시 붙잡고 힘들다 했더니 이번에도 “다 왔다”고 한다. 그렇게 몇 번 속다 보니 어느새 다샤강 강변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물 냄새와 나무 냄새가 뒤섞인 여름 밤 공기가 은근한 운치를 더한다. 그래도 힘든 건 힘든거다.
결국 4km 지점에서 반환점을 찍고 조용히 항복했다. 그래도 이상하게 뿌듯했다. 잊고 있던 달리기의 감각이 오랜만에 돌아온 느낌이었다.
이날 달리며 느낀 건 단순한 사내 동호회 문화가 아니었다. 연말 보너스라는 달콤한 동기부여도 있겠지만, 결국 이들은 자기 몸을 움직이는 일을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달리는 사람들이 만드는 이어폰이 지금의 샥즈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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