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PB 없인 못 살아”…유통업계 생존 전략된 자체 브랜드

[사진=롯데마트]
[디지털데일리 왕진화기자] 고물가 장기화 속 유통업계 자체브랜드(PB)가 다시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과거에는 유명 제조사 브랜드(NB)보다 저렴한 ‘대체재’ 성격이 강했다면, 최근 PB는 유통업체들의 핵심 전략 상품으로 자리잡는 분위기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것은 물론, 온라인 플랫폼과의 경쟁 속에서 차별화 상품 역할까지 맡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PB는 단순 가성비 상품이 아니라 고객 유입과 충성도, 수익성을 동시에 책임지는 ‘본업’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실제 주요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은 최근 PB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예컨대 롯데마트 PB 브랜드 ‘오늘좋은’은 세계적 식품 품평회인 ‘2026 몽드 셀렉션’에서 출품 상품 4종이 모두 수상하며 품질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오늘좋은 단백질바 미니’와 ‘오늘좋은 제트콘’은 금상을, ‘오늘좋은 백미밥’과 ‘흑미밥’은 은상을 받았다. 과거 PB가 ‘저렴하지만 품질은 아쉽다’는 인식이 있었다면, 이제는 글로벌 품평회에서 경쟁력을 인정받는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의미다.
롯데마트는 PB를 브랜드 자산으로 육성하는 모습이다. 실제 몽드 셀렉션 수상 직후 할인 행사와 포인트 적립 프로모션까지 연계하며 PB 상품을 중심으로 고객 유입 확대에 나섰다. PB가 마케팅과 집객 전략의 핵심 축으로 자리잡고 있는 셈이다.
창고형 할인점 역시 PB 강화 흐름이 두드러진다. 트레이더스는 올해 1분기 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는데, 업계에서는 대용량·가성비 중심 PB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표 PB 브랜드 ‘T스탠다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했고, 자체 식음 브랜드 ‘T카페’ 매출도 24% 늘었다. 고물가 상황 속에서 소비자들이 외식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창고형 할인점과 PB 상품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사진=GS25]
편의점 업계 역시 PB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GS25는 PB 라인 ‘혜자로운’ 브랜드를 통해 1500원 균일가 디저트 시리즈를 선보였고, 누적 판매량 100만개를 돌파했다.
저렴한 가격만 내세운 것이 아니라 ‘혜자롭다’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며 소비자 신뢰를 확보한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최근 편의점 PB는 생필품을 넘어 디저트·간편식·콘텐츠 협업 상품까지 영역을 빠르게 넓히며 젊은 소비자 공략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이커머스 업계도 PB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쿠팡 PB 자회사 씨피엘비(CPLB)는 최근 중소 제조협력사들과 ‘윈윈 어워즈’를 열고 상생 확대 전략을 공유했다. 현재 CPLB와 협력하는 전국 중소 제조사는 630곳으로, 2019년 이후 약 4배 증가했다. PB를 단순 자체 상품이 아니라 제조사와 함께 성장하는 생태계 전략으로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쿠팡 PB는 ‘곰곰’, ‘코멧’ 등 브랜드를 중심으로 생필품·식품·리빙 영역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PB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고, 중소 제조사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생산·유통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PB 경쟁이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들이 가격에는 민감해졌지만 동시에 품질과 브랜드 경험까지 함께 따지는 소비 패턴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유통업체들도 단순 초저가 전략을 넘어 품질 개선과 브랜드화, 콘텐츠화까지 PB 경쟁력을 확대하는 분위기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과거 PB가 가격 경쟁력을 위한 보조 상품 개념이었다면, 최근에는 고객 유입과 충성도를 동시에 확보하는 핵심 전략으로 바뀌고 있다”며 “고물가 상황이 길어질수록 유통업체들의 PB 경쟁은 더 치열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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