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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CBAM' 시행에 철강업계 생존 시험대…"전기료 포함 정부 지원 절실"

김유진 기자

EU 깃발. [사진=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김유진기자] 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하면서 국내 철강업계에서는 탄소중립 전환이 생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CBAM 인증서 비용을 비롯해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전기로 확대와 수소환원제철 도입에 막대한 설비 투자 부담이 뒤따르는 만큼 업계에서는 정부 차원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CBAM은 EU로 수출되는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 배출량만큼 추가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다. 2023년 10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전환 기간을 거쳐 올해 1월1일부터 전면 시행 기간에 돌입했다. 올해부터는 EU 수입업체가 직전 해 수입한 제품 총량과 그 제품에 포함된 탄소 배출량을 신고하고 배출량만큼의 CBAM 인증서를 의무적으로 구매해야 한다.

CBAM 대상 6개 품목(철강·알루미늄·시멘트·비료·전력·수소) 중 국내에서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부문은 철강이다. 문제는 CBAM 인증서 비용 부담이다. 대한상의는 EU에 수출하는 국내 철강 제품이 부담해야 하는 CBAM 인증서 비용이 2026년 851억원에서 2034년 5589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9년간 누적되는 인증서 비용 부담 규모만 2조6440억원에 달한다.

◆ 전기로·수소환원제철 확대…저탄소 전환 속도

관련 업계에서는 CBAM 인증서 부담을 줄이기 위한 근본적인 기업 차원 대응책으로 우선 제품의 탄소 배출량 자체를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국내 철강사들은 기존 고로 중심 생산 체계를 탄소 배출이 상대적으로 적은 전기로와 수소환원제철 기반으로 전환하는 등 저탄소 생산 체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포스코는 전기로와 수소환원제철 방식을 통해 탄소 저감에 나서고 있다. 오는 6월에는 광양제철소에 연간 250만톤 규모의 대형 전기로가 준공될 예정이다. 2028년 가동을 목표로 수소환원제철 공정인 ‘하이렉스’(HyREX)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

앞서 2022년 8월에는 CBAM 대응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해 관련 대응 체계를 구축했다. 2024년부터 TF에서 마련한 역할을 상시 업무 체계로 전환해 운영 중이다.

현대제철 역시 전기로 기반 저탄소 생산 체계 구축에 힘을 싣고 있다. 현대제철은 전기로를 활용해 자동차용 고강도 강판을 생산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올해 2월 세계 최초로 전기로와 고로 쇳물을 혼합하는 전기로 복합 프로세스를 가동했다. 이를 통해 기존 고로 제품보다 탄소 발생량을 줄인 제품 생산에 나서고 있다. 아울러 2050년을 목표로 수소환원제철 기술 연구도 진행 중이다.

동국제강은 국내 철강업계에서 일찍부터 전기로 생산 방식을 도입해 운영해 왔다. 동국제강은 현재 기존 전기로 효율을 높이는 '하이퍼 전기로'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전기로 가동 속도를 높여 전체 가동 시간을 단축함으로써 전기 사용량과 탄소 배출량을 동시에 줄이는 방식이다.

◆ "CBAM·전기료 부담 동시 압박"…정부 지원 필요성 커져

하지만 업계에서는 전기로 확대와 수소환원제철 전환이 기업 단독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비용 부담을 수반하는 만큼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K스틸법으로 불리는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특별법안' 제정안이 국회 통과됐지만 업계가 직접적인 지원책으로 요구하는 전기료 감면은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정부는 시행령을 마련하면서 전기료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인센티브 제도를 설계한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로 사용 확대 과정에서 산업용 전기 요금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철강산업 전기 요금 부담 완화와 관련한 정부 지원이 보다 확대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CBAM 시행에 따라 철강업계의 탄소 배출량 산정 부담과 전력 비용 부담이 동시에 커질 수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제도적 지원과 전력 정책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동준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명예교수는 "CBAM에 따라 탄소 배출량을 계산해야 하는데 실제 기업들이 탄소 배출량을 직접 계산하고 정량화하는 작업이 결코 만만한 수준이 아니다"라며 "정부가 실제 배출량을 정량화하는 작업을 지원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제언했다.

국내 철강업계는 현재 정부의 탄소배출권 무상 할당 축소 부담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EU 수출 때 CBAM 인증서 비용까지 추가로 부담하게 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철강업계 입장에서는 국내와 EU에서 이중 부담이 발생하는 셈이라는 것이다.

민 교수는 "정부가 탄소중립 전환을 요구하면서도 산업용 전기 요금 부담이 계속 커지는 구조라면 기업 입장에서는 사실상 하지 말라는 이야기와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CBAM 문제와 전력 가격 문제는 서로 연동된 사안"이라며 "단순히 전력 생산량을 늘리는 차원을 넘어 철강산업에 필요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송전망과 전기 요금 정책까지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김유진 기자
eugen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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