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캐피탈, 어반베이스 대표 상대 약정금 소송 승소…스타트업 투자계약 논란

신한금융그룹, 신한캐피탈, 어반베이스 로고 [사진= 각 사]
[디지털데일리 이호연기자] 신한금융그룹이 스타트업과의 상생을 강조해온 가운데, 계열사 신한캐피탈이 회생절차에 들어간 스타트업 창업자 개인에게 거액의 투자금 회수 책임을 물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19일 법조계와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대법원 제2부(재판장 오경미 대법관, 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지난 4월 30일 신한캐피탈이 하진우 어반베이스 대표를 상대로 낸 약정금 청구 소송에서 하 대표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하 대표는 신한캐피탈에 투자원금 5억원과 연복리 15%를 적용한 이자 등 총 13억원가량을 지급해야 한다는 원심이 확정됐다.
이번 소송은 신한캐피탈이 2017년 AI 공간 스타트업 어반베이스의 시리즈A 투자 과정에서 체결한 주식매수청구권 조항에서 비롯됐다. 신한캐피탈은 당시 상환전환우선주 형태로 약 5억원을 투자했다. 계약에는 파산·회생 또는 이에 준하는 절차가 시작될 경우 투자자가 회사 또는 대표이사 개인에게 주식 매수를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 대표는 당시 어반베이스 대표이자 최대주주로서 ‘이해관계인’ 자격으로 투자계약서에 서명했다.
어반베이스는 2023년 말 고금리와 투자시장 경색 여파로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신한캐피탈은 투자금 회수를 위해 회사 측에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했다. 회사가 이를 감당하지 못하자 계약 조항을 근거로 하 대표 개인에게 신한캐피탈 보유 주식을 매수하고 그 대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하 대표 측은 해당 조항이 민법상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와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한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1·2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대법원도 원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1심 재판부는 하 대표가 지급해야 할 주식대금이 크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피고는 계약 내용을 충분히 검토하고 스스로 판단에 따라 날인한 것으로 보이며 원고가 우월한 지위에서 부당한 조항을 강요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2심도 하 대표가 투자를 유치해 사업 성공 시 이익을 얻을 수 있었던 만큼, 회생 등 비상 상황에서 투자금 회수를 보장하는 약정의 합리성이 인정된다고 봤다.
다만 이는 신한금융이 그동안 강조해온 스타트업 지원·상생 기조와 배치된다는 점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앞서 스타트업 육성 행사에서 “스타트업의 혁신 여정을 함께하는 든든한 동반자가 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다른 행사에서는 “그룹의 혁신 의지와 스타트업의 아이디어가 시너지를 이뤄 다양한 사회적 이슈에 적극적 해법을 제시하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
하 대표는 이번 판결에 대해 신한캐피탈의 행보가 정부의 창업 정책 기조와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어반베이스의 시리즈A 투자 유치 당시 다른 투자사들도 같은 계약서에 서명했으나 회생절차 개시 이후 창업자 개인을 상대로 투자금 반환 소송을 제기한 곳은 신한캐피탈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판결이 재기를 위해 지원한 ‘모두의 창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추진하는 모두의 창업의 기본 신청 자격은 ‘금융기관에 채무불이행이 없는 자’다.
공교롭게도 대법원이 하 대표의 상고를 기각한 지난 4월 30일 신한금융그룹은 금융위원회, 중소벤처기업부와 함께 1000억원 규모 민간벤처모펀드 출범을 발표했다. 신한캐피탈도 출자자로 참여했다. 투자 대상은 AI, 반도체 등 첨단 산업 분야 유망 스타트업이다.
하 대표는 이달 6일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을 포함해 신한캐피탈 담당자 전원에게 공개 서한을 보냈다. 그는 법원의 판단을 겸허히 수용한다면서도 신한금융의 선택이 스타트업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언급했다.
그는 “신한이 어떤 선택을 하든 존중하겠다”면서도 “부디 한 창업가의 재도전 기회마저 박탈하지 않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신한캐피탈 측은 “그간 벤처 투자를 지속하며 생태계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가고 있으나, 해당 계약이 9년 전 체결된 계약이다 보니 현 시점에서 독소 조항으로 비칠 여지가 있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다”며 “지금 당장 채권 회수에 나서겠다는 것은 아니고, 아직 의사결정을 한 상태는 아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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