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조’ 보스턴다이내믹스…정의선 승계 퍼즐 풀 열쇠 될까

[디지털데일리 윤서연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의 순환출자 고리 해소와 정의선 회장의 지배력 강화를 둘러싸고 시장 시선이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보스턴다이나믹스로 향하고 있다. 기업가치가 최대 50조원 수준까지 거론되면서 향후 기업공개(IPO)가 정의선 회장의 승계 자금 마련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국내 주요 대기업집단 가운데 유일하게 순환출자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현대차로 이어지는 구조다. 그룹 지배구조 중심에는 현대모비스가 있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 지분 21% 이상을 보유하고 있지만 정의선 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은 0.33% 수준에 그친다.
재계에서는 향후 지배구조 개편과 승계 작업에 필요한 자금을 약 13조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의선 회장이 약 22% 지분을 보유한 보스턴다이내믹스 가치가 급등하면서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스턴다이내믹스 기업가치가 50조원까지 오를 경우 정 회장 지분 가치는 10조원 안팎으로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최근 글로벌 투자 무대에서 보스턴다이내믹스 비전을 잇달아 강조하는 배경에도 이런 셈법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 풋옵션 만기 앞두고 커지는 ‘BD’ 존재감
현대차그룹은 최근 글로벌 투자 무대에서 보스턴다이내믹스 비전을 연이어 강조하고 있다. 다음달 20일 주요 주주인 소프트뱅크의 풋옵션 만기가 예정된 만큼 시장 관심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21년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 당시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지분 9.5%에 대해 올해 6월까지 미국 증시에 상장하지 않을 경우 현대차 측에 지분을 매도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했다.
당초에는 소프트뱅크 측 안전장치 성격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스턴다이내믹스 몸값이 단기간에 크게 뛰면서 소프트뱅크 입장에서도 급히 지분을 정리할 유인이 줄었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 경영진도 최근 각종 글로벌 투자 행사에서 로봇 사업 청사진을 적극 공개하고 있다. 미국에서 열린 JP모건 테크놀로지 콘퍼런스에서는 연간 3만대 규모 휴머노이드 로봇 양산 플랫폼 계획을 강조했다. 이어 싱가포르·홍콩에서 열린 기아 기업설명회에서는 오는 2028년 미국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와 2029년 기아 조지아 공장 투입 계획도 공개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상용화 로드맵과 자체 수요처를 동시에 제시하면서 보스턴다이내믹스 가치 끌어올리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보고 있다.
현대차·기아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반복되는 로봇 청사진 공개가 풋옵션 만기를 앞둔 상황과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CES 이후 수개월이 지난 만큼 앞으로는 미래 비전보다 실제 기술 진척 여부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 BD 몸값 뛰자 달라진 판…현대차 승부수 ‘주목’
업계에서는 소프트뱅크가 단기 차익보다 장기 투자 전략을 선택할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인수 당시 약 1조2000억원 수준이던 기업가치가 현재 30조~50조원까지 거론되는 만큼 조기 회수보다 향후 나스닥 상장 이후 추가 수익을 기대하는 편이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소프트뱅크가 풋옵션을 행사하더라도 현대차그룹이 해당 지분을 엔비디아·구글 등 글로벌 인공지능 빅테크와 전략적 제휴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단순 재무 투자 차원을 넘어 AI·로보틱스 생태계 구축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현대차·기아는 보스턴다이내믹스 IPO 시점을 두고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최근 JP모건 테크놀로지 콘퍼런스에서 “내부적으로 아직 IPO 시점이나 외부 자금 조달 여부는 결정하지 않았다”며 “구체적으로 언급하기에는 다소 이른 단계”라고 말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소프트뱅크가 내달 풋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IPO 추진 시계도 한층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종욱 서울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현대차 입장에서는 미래 투자 재원을 확보하면서 지배력 문제도 함께 풀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양측에게도 장기 협력 관계를 이어가는 전략이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프트뱅크 역시 단순 재무 투자자가 아니라 AI·로보틱스 생태계에 투자하는 곳인 만큼 손정의 회장이 보유한 AI·반도체·자율주행 네트워크는 현대차그룹에도 상당한 전략 자산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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