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호 칼럼] 증시, 이제는 기업실적이 답이다

한국거래소 '황소와 곰' 조형물. [사진 = 디지털데일리]
주가지수의 오름세가 경이롭다. 종합주가지수는 지난해 3월 말 대비 이달 중순 8천P 눈앞까지 치솟았다. 상승률로는 220%를 넘어섰다. 13개월 보름 여만의 이 같은 상승률은 종합주가지수가 작성된 1962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폭등세라 할 만하다. 물론 과거와 현재의 시장 구조에는 차이가 있지만, 이번 상승장이 역사적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 같은 주가 상승은 사회 전반에 적지 않은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민연금이다. 지난해와 올해 4월까지 국민연금의 투자수익은 연간 연금 지급액의 4.7배에 달했다고 한다. 국민연금 운용수익률이 1%포인트만 높아져도 기금 소진 시점을 5~8년 늦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의 자산운용 역량과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증시의 활황은 개인 자산의 운용 흐름에도 변화를 유도할 기회를 주고 있다. 그동안 한국 사회는 부동산 중심의 투자 구조가 고착화되어 왔다. 그러나 주식시장이 안정적 상승 흐름을 이어간다면, 부동산에 집중됐던 자금 일부가 금융시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지나치게 높은 집값 문제를 완화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세계 가격 비교 플랫폼인 눔베오닷컴(Numbeo.com)은 현재 서울의 소득 대비 집값 배수인 PIR이 23.8배로, 뉴욕(13.6배)과 도쿄(16.6배)를 크게 웃돈다. 높은 집값은 소비를 위축시키고 내수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또한 우리 가계 자산의 65~80%가 부동산에 묶여 있다는 점 역시 문제다. 자산은 많아 보여도 실제 소비와 노후 생활에 활용할 현금은 부족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번 증시 호황을 계기로 자금 흐름을 부동산에서 금융으로 전환할 정책적 유도가 필요하다.
기업 측면에서도 주식시장 활성화는 의미가 크다. 기업공개(IPO)와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이 쉬워지고, 높은 주가는 적은 지분 희석으로도 충분한 자금 확보를 가능하게 한다. 이는 대주주의 경영권 안정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주가가 높을수록 적대적 인수 시도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기업은 안정적으로 장기 경영과 투자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최근 시장 분위기 속에서는 과도한 낙관론과 정치적 수사도 적지 않게 등장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정책 효과를 과장하거나, 코스닥 3천P 달성과 같은 근거가 희박한 목표를 너무 쉽게 거론한다. 현 수준 대비 200% 상승은 무지막지한 견해일 뿐이다. 그러나 시장은 결코 구호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특히 현재 코스닥 시장은 PER(주가수익비율)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은 수준까지 올라온 종목들이 적지 않다.
필자는 증권업계에서 오랜 기간 산업 및 기업 리서치와 자산운용, 경영 업무를 경험했었다. 개인적으로는 현재 시장에서 일부 반도체와 특정 산업을 제외하면 상당수 종목의 주가가 기업이익 대비 지나치게 높다고 판단한다. 물론 앞으로 기업이익이 지속적으로 증가한다면 높은 주가도 일정 부분 정당화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올해와 내년 주요 기업들의 이익 증가 전망은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업의 이익 창출은 주가의 최고 덕목이다. 호실적은 순풍이 불 땐 견인차 역할을, 역풍이 불 땐 버팀목이 되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의 열기는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젠 기업의 이익 창출 여부와 그 정도에 관심을 쏟을 시점이다. 주가는 장기적으로 기업 이익의 방향에서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익이 꾸준히 증가하면 다소 높은 주가도 유지될 수 있지만, 이익이 정체 또는 감소하면 주가는 급격히 무너진다. 한때 178만 원을 넘었던 LG생활건강 의 주가가 30만 원 아래로 하락한 사례 등이 실적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결국 시장이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타려면, 정치적 구호나 부양책이 아닌 기업의 실질적 이익 창출 능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또 정작 기업의 경쟁력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정책이 아직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은 정책이 반복된다면 지금의 상승 추세 역시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고 본다.
현재 국내 주식투자자는 1천423만 명에 달한다. 이제 주식시장은 단순한 투자시장이 아니라 국가경제와 직결된 영역이 되었다. 정부는 투자자 보호 못지않게 기업이 성장하고 이익을 낼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집중해야 한다. 특히 기업활동과 노동시장 사이의 균형 있는 제도 설계가 중요하다. 그래야 투자자도 살고, 기업도 성장하며, 시장 역시 지속 가능한 발전이 가능할 것이다. 기업의 이익 창출은 오로지 기업만의 몫일까. 시장 참여자 모두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사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글> 신성호 전 IBK증권 대표
대우경제연구소를 거쳐 대우증권 투자전략부장,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우리선물 대표 등을 역임했고 현재는 개인 연구 및 저술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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