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예산 의존 94%”…지역축제, 민간 후원 없인 지속 어렵다

주제 발표 중인 손신욱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광정책연구실 연구위원. [사진=장주영 기자]
[디지털데일리 장주영 기자] 전국 1266개 지역축제가 매년 1억3000만명 이상의 발길을 끌어들이며 지역경제를 떠받치는 핵심 산업으로 성장했지만, 정작 축제를 운영하는 현장에서는 ‘기업 후원 한 번 받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전히 축제 예산의 94%를 정부 재정에 의존하는 기이한 구조가 이어지며, 축제산업을 제도권 안으로 편입하기 위한 법제화 논의가 다시금 속도를 내고 있다.
손신욱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광정책연구실 연구위원은 지난 16일 열린 한국관광연구학회에서 “20년 넘게 지역축제의 문제점이 반복되는 건 구조적 한계 때문”이라며 “지방자치단체장의 단기 실적 중심으로 축제가 만들어지고 국가 재정에 대부분의 예산을 기대는 시스템으로는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현재 전국 축제장 연간 방문 횟수는 약 1억3000만회에 달한다. 국민 한 사람이 연 2~3차례 축제를 찾는 셈이다. 반면 외국인 방문 비중은 0.3% 수준에 그치며 ‘내국인 중심 축제’에 머무른 상태로, 오랜 기간 국제 행사로써 발돋움하지 못했다. 일부 축제에서는 외국인 성과지표(KPI)를 높이기 위해 주한미군이나 외국인 유학생들을 초청해달라고 요구하기까지 하는 실정이다.

[사진=손신욱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광정책연구실 연구위원]
가장 큰 문제는 재원 구조다. 현재 지역축제 예산의 93.7%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재정에서 나온다. 민간 후원 비중은 약 7%에 불과하다.
해외 유명 축제가 기업 후원을 기반으로 성장한 것과 대조적이다. 일례로 호주의 ‘비비드 시드니’에는 삼성전자와 기아가 핵심 스폰서로 참여하고 일본 ‘삿포로 눈축제’에는 농심이 후원사로 나서는 등 해외에서는 기업 자본이 축제 콘텐츠 고도화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손 연구위원은 “이미 선진국들은 축제 예산에서 민간 후원 비중을 크게 늘려 이러한 국가 재정 의존도를 낮춘 상태”라며 “영국의 에딘버러 축제는 비영리 법인을 설립해 민간 후원을 받고 있으며 일본과 프랑스는 관련 규제를 통해 재정 문제를 해소하는 등 기본적으로 30~40%를 민간 후원 재정으로 채우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국내에서는 기업 후원이 오히려 법적 리스크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손 연구위원은 “기업이 축제를 후원하려 해도 기부금품법, 청탁금지법, 보조금법, 공직선거법 등 4단계 규제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며 “공무원 입장에서는 ‘괜히 받았다가 문제 생기느니 안 받는 게 낫다’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전 ‘0시 축제’는 기업 후원 과정에서 기부금품법 논란이 불거졌고, 대구 치맥축제 역시 대기업 후원 요청 과정에서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축제 현장에서는 올해 지역 선거를 앞두고 선거법 영향으로 셔틀버스 운영이나 행사 일정 자체가 하반기로 연기되는 사례도 반복되고 있다.

이미 선진국가에서는 축제 전담 조직을 설립한 상태다. [사진=손신욱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광정책연구실 연구위원]
손 연구위원은 이 같은 구조적 한계를 풀기 위해 법적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제2법안심사소위원회에는 ‘문화관광축제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계류 중이다.
법안은 전담 조직위원회를 설치해 기업 후원을 공공사업 체계 안에서 투명하게 관리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민간 후원을 받은 뒤 외부 회계감사를 의무화해 기업과 지자체 모두 법적 부담을 덜겠다는 취지다.
손 연구위원은 “민간의 자본이 들어올 수 있는 전담 조직위원회를 꾸리는 것이 필요하다”며 “ 핵심 조항으로 전담 조직을 만들고, 도지사 날인을 받으면 공공 사업으로 변하도록 하며, 외부 회계 법인 감사를 받는 등 ‘3단계 면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법안의 12조와 13조에는 전담 조직이 문화관광축제 후원 계획을 시·도지사 승인을 받고, 후원 결과를 공인회계사법 제23조에 따른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를 받아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후원 계획 승인 기준과 회계보고에 필요한 사항, 자발적인 기부금품 접수 절차 또한 대통령령으로 정해지며 접수된 기부금은 별도 계정으로 관리되도록 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다만 일각에서는 기업 자본 유입이 축제의 본래 정체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역 주민 공동체와 전통문화 중심의 축제가 기업 광고판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손 연구위원은 “자본 유입은 축제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분명 필요하지만, 중요한 건 누가 방향을 설계하느냐”라며 “축제를 이해하는 전문 인력이 중심이 돼 지역 고유성과 산업성을 함께 살리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법안은 완벽한 해답이라기보다 한국 현실을 반영한 시작점”이라며 “과도기적 부작용은 시행령을 통해 정교하게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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