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AI 경쟁 기준이 바뀌었다…‘도입’ 아닌 ‘운영’이 승부갈라 [창간 21주년 특집]

백지영 기자

2026년 AI는 단순한 기술을 넘어 국가 경제의 생존과 직결된 ‘주권’의 영역이 되었다. <디지털데일리>는 창간 21주년을 기념해 인프라부터 금융, 문화에 이르기까지 산업 전반을 재편하는 AX(AI 전환)의 흐름을 짚어보고, 대한민국이 글로벌 AI 질서 속에서 부가가치를 선점하기 위한 입체적인 성장 전략을 모색한다. <편집자 주>

AI 이미지 [사진=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우리도 생성형 인공지능(AI) 붙였습니다.”

불과 1~2년 전까지만 해도 기업들의 AI 전략은 도입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챗봇을 도입하고, 검색 기능에 생성형 AI를 연동하고 사내 업무용 AI를 만드는 것 자체가 혁신처럼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지금 산업 현장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이제 기업들은 단순히 ‘AI를 쓴다’는 사실만으로 경쟁력을 인정받지 못한다. AI를 실제 서비스 운영과 수익 구조, 고객 경험, 조직 시스템 안에 얼마나 깊게 녹여냈는지가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AI 시대 경쟁의 기준이 ‘모델 확보’에서 ‘운영 통합’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통신·플랫폼·커머스·게임 등 주요 산업계에서는 AI가 단순 기능 추가를 넘어 산업 구조 자체를 재편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AI가 네트워크 운영을 바꾸고, 검색과 쇼핑 구조를 재설계하며, 소비자의 선택과 콘텐츠 생산 방식까지 바꾸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제 AI는 별도 서비스가 아니라 산업 운영체계 자체가 되고 있다”며 “누가 더 좋은 모델을 갖고 있느냐보다 누가 더 깊게 현장 운영에 녹여냈느냐가 승부를 가르는 시대”라고 강조했다.

◆ 네트워크도 AI 인프라로…통신사의 역할이 바뀐다

AI 시대 변화에 가장 민감한 곳 중 하나는 통신업계다. 과거 통신사의 역할이 데이터를 ‘연결’하는 데 있었다면 이제는 AI 연산과 데이터 처리를 지원하는 인프라 사업자로 역할이 확장되고 있다.

네트워크 자체가 AI 서비스를 구동하기 위한 핵심 기반시설로 재정의되는 흐름이다. 특히 생성형 AI 확산 이후 AI 데이터센터(AIDC)와 GPU 인프라 수요가 폭증하면서 통신사들은 단순 회선 사업자를 넘어 ‘AI 인프라 운영자’로 변신에 나서고 있다.

AI 서비스는 막대한 데이터 처리와 초저지연 네트워크 환경을 필요로 한다. 이 과정에서 통신사는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네트워크, 전력 효율, 보안까지 통합 제공하는 방향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6G 역시 단순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이 아니라 ‘AI 네이티브 네트워크’ 개념으로 진화 중이다. 네트워크가 스스로 트래픽을 예측하고 자원을 배분하는 구조다.

AI 데이터센터 확대와 함께 울트라 이더넷, 광통신, 네트워크 스위치 시장이 급부상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AI 시대 네트워크 경쟁은 통신사만의 싸움이 아니라 장비·반도체·클라우드 기업까지 얽힌 ‘AI 인프라 패권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진=제미나이 AI 이미지 생성]

◆ “검색은 끝났다”…포털은 ‘답하는 OS’로 진화

플랫폼 업계의 변화는 더 직접적이다. AI는 포털의 존재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 링크를 나열하던 검색 서비스는 이제 답을 생성하고 행동까지 연결하는 ‘플랫폼 운영체제(OS)’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국내 대표 플랫폼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AI를 단순 기능이 아니라 플랫폼 구조 자체를 재설계하는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네이버는 검색·쇼핑·광고·콘텐츠 추천 구조 전반을 AI 중심으로 재편 중이다. 이용자가 키워드를 입력하면 단순 검색 결과 대신 AI가 맥락을 이해하고 요약·추천·구매 연결까지 수행하는 구조다.

광고와 커머스 생태계 역시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검색 노출 순위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AI 알고리즘이 어떤 상품과 콘텐츠를 추천하느냐가 트래픽과 매출을 좌우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카카오는 조금 다른 길을 택했다. 자체 AI 모델 경쟁보다는 오픈AI·구글 등 글로벌 기업과 협력하는 ‘AI 실리주의’ 전략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핵심은 카카오톡 기반의 일상형 AI 플랫폼 구축이다.

메신저를 중심으로 금융·콘텐츠·커머스·모빌리티를 연결해 AI 서비스를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방식이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별도 앱을 실행하지 않아도 카카오톡 안에서 검색·예약·추천·구매가 이뤄지는 구조다.

◆ AI가 ‘선택’을 대신한다…유통의 재정의

유통업계에서는 AI가 소비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 기존 AI 추천 시스템이 ‘좋아할 만한 상품’을 보여주는 수준이었다면 최근에는 소비자의 선택 과정 자체를 AI가 대신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AI는 고객의 구매 이력과 검색 패턴, 체류시간, 위치 데이터, 취향 정보를 분석해 상품을 추천하고 가격 전략과 재고 운영까지 결정한다. 나아가 상담과 결제, 사후관리까지 연결하는 AI 에이전트 경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생성형 AI 발전 이후 쇼핑은 ‘검색형 소비’에서 ‘발견형 소비’로 이동하는 흐름이다. 소비자가 직접 검색하지 않아도 AI가 먼저 상품을 제안하고 구매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오프라인 역시 변화 중이다. 유통업계는 매장을 단순 판매 공간이 아니라 데이터를 수집하고 고객 경험을 분석하는 ‘AI 플랫폼’으로 전환하고 있다.

디지털 사이니지와 AI 비전 기술, 맞춤형 추천 시스템 등을 활용해 고객 취향에 맞는 상품을 실시간 제안하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유통 경쟁력이 입지나 점포 수보다 데이터 운영 역량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식품·패션·뷰티업계도 피부 상태와 체형, 식습관, 라이프스타일 데이터를 분석해 개인별 상품을 제안하는 ‘초개인화 플랫폼’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 비전문가도 게임 만든다…AI가 개발 파이프라인 재편

게임업계는 AI 변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분야 중 하나다. AI는 아트 시안 제작부터 3D 리소스 생성, NPC 음성 제작, 번역, QA(품질검수), 라이브 운영까지 활용 범위가 급격히 넓어지는 분위기다.

특히 대규모 개발 인력이 필요했던 반복 작업 영역에서 AI 활용도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개발 기간 단축과 비용 절감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프롬프트만으로 게임을 만드는 시대” 가능성도 거론된다. 실제로 이미지·코드·영상 생성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비전문가도 게임 제작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AI가 게임 개발 진입장벽을 낮출 수는 있지만 완성도 높은 상업용 게임 제작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결국 세계관 설계와 재미 구조, 감성 연출 같은 핵심 창작 영역은 여전히 인간 개발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동시에 AI 윤리 논쟁도 커지고 있다. 학습 데이터 저작권과 창작자 동의, 결과물 책임 문제 등을 둘러싼 갈등이 대표적이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효율성과 제작 속도 측면에서 AI 도입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면서도 “창작자의 권리 보호와 이용자 신뢰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기준은 아직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제 산업계에서는 AI 경쟁이 이제 본격적인 2단계에 들어섰다고 보고 있다. 1단계가 ‘누가 AI를 먼저 도입했는가’였다면 이제는 ‘누가 산업 구조 안에 AI를 가장 깊게 통합했는가’의 싸움이라는 의미다.

결국 AI 시대 핵심 경쟁력은 데이터 확보부터 GPU·클라우드·네트워크 인프라, 서비스 통합 능력, 현장 운영 경험, 실행 속도에서 갈린다. AI가 기업 운영 구조 전체를 바꾸는 기술이라는 점에서 조직 문화와 의사결정 체계 변화까지 요구하고 있다.

백지영 기자
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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