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현금 묶이고 400억 못 갚았다”…제이알글로벌리츠, 반기보고서도 ‘의견거절’

김남규 기자

제이알글로벌리츠의 주요 투자자산인 벨기에 브뤼셀 소재 파이낸스 타워 컴플렉스. [사진=제이알글로벌리츠]

[디지털데일리 김남규기자] 제이알글로벌리츠의 유동성 위기가 반기보고서에서 다시 확인됐다. 벨기에 핵심 자산의 담보인정비율(LTV)이 약정 기준을 넘어서면서 현금유보, 이른바 ‘캐시트랩’이 발생했고, 이는 400억원 규모 전자단기사채 미상환과 기업회생절차 신청으로 이어졌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지난 15일 한울회계법인이 반기 재무제표와 반기 연결 재무제표에 대해 모두 의견거절을 냈다고 공시했다.

의견거절의 핵심 사유는 계속기업 존속 불확실성이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지난 4월 27일 만기가 도래한 400억원 규모 전자단기사채 원리금을 갚지 못했다. 같은 날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고, 채권단과 합의를 위한 자율구조조정지원(ARS) 절차도 함께 신청했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15일 ARS 개시를 1개월 기한으로 결정했다. 회사는 회생절차 신청 여파로 4월 28일부터 유가증권시장에서 주권 매매거래가 정지됐다.

이번 유동성 위기의 출발점은 벨기에 브뤼셀 소재 파이낸스 타워 컴플렉스다. 대주단은 보고기간 종료 이후 이 자산의 LTV를 61.02%로 산정해 회사에 통보했다. 이는 대출 약정 기준인 52.5%를 웃도는 수준이다.

LTV 기준을 넘어서면서 현금유보 이벤트가 발생했다. 현금유보는 자산에서 발생하는 현금이 외부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묶이는 조치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대주단이 통보한 감정평가액의 적정성에 이의를 제기하며 소송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캐시트랩으로 가용 현금의 외부 유출이 제한되면서 단기 유동성 부담은 급격히 커졌다. 결국 회사는 4월 27일 만기였던 400억원 전자단기사채를 상환하지 못했다. 회생절차 신청으로 아직 만기가 오지 않은 사채와 장기차입금에도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했다.

기한이익상실은 채무자가 약정 조건을 지키지 못했을 때 채권자가 만기 전이라도 대출금 전액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회사 입장에서는 단기 자금 압박이 추가로 커질 수 있는 요인이다.

반기보고서상 재무 부담도 확대됐다. 연결 기준 부채총계는 전기 말 1조5619억원에서 올해 3월 말 1조6949억원으로 늘었다. 순부채비율도 같은 기간 123.01%에서 129.93%로 상승했다.

실적만 보면 연결 기준 흑자를 유지했다. 올해 1분기 연결 영업수익은 427억원, 영업이익은 344억원, 당기순이익은 123억원이다. 그러나 별도 기준으로는 10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모회사 자체의 현금흐름 부담이 작지 않다는 뜻이다.

이번 의견거절로 상장 유지 불확실성도 커졌다. 반기보고서 의견거절만으로 즉시 상장폐지가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비적정 사유가 해소되지 않거나 연말 결산 감사보고서에서도 비적정 의견이 이어질 경우 관리종목 지정과 상장폐지 실질심사로 이어질 수 있다.

향후 회사의 진로는 채무조정을 통한 정상화, 주요 자산 매각, 상장폐지 절차 등으로 갈릴 전망이다. 법원이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하고 채권단이 만기 연장이나 채무조정에 동의하면 회사는 자산 매각, 출자전환, 추가 자본확충 등으로 정상화를 시도할 수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기존 주주의 지분가치는 크게 희석될 수 있다.

반대로 채권단 협의가 지연되거나 회생계획 인가가 불발되면 핵심 자산 매각 압박은 커진다. 해외 오피스 시장 부진 속에 파이낸스 타워 매각 대금이 장부가를 밑돌 경우 채권자 변제 후 기존 주주에게 돌아갈 잔여가치는 제한적일 수 있다.

현재 제이알글로벌리츠 개인 주주는 지난해 말 기준 2만8200명이다. 채권 투자자까지 포함하면 이번 사태로 자금이 묶인 투자자는 3만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울회계법인은 “회사의 계속기업 존속능력에 유의적 의문이 제기된다”며 “계속기업 가정의 타당성은 향후 법원의 결정 및 ARS 절차를 통한 채권단과의 협의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회계법인의 의견거절은 기업이 회생절차를 진행 중일 때 절차적으로 내리는 것일 뿐, 회사의 자본잠식이나 재무제표상 마이너스 상황은 발생하지 않는 등 영업수익성은 유지되고 있다”며 “지난 15일 법원이 ARS 개시를 승인한 것도 기업의 정상화 의지가 높고 채권자와의 협의를 통한 회생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규 기자
ng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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