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zip] 아직 추억이 남아 있을까…100년 서점으로 떠나는 ‘책방 산책’
익숙한 장소를 새로운 시선으로 즐길 수 있도록, 새로운 여행지를 익숙하게 찾아갈 수 있도록. 인스타그래머블한 스폿부터 키덜트 취향을 채워주는 숨은 명소, 역사적인 문화 공간까지 큐레이션 해드립니다. 여행지의 핵심만 가득 담아 압축할 테니, 어디서든 가볍게 꺼내 읽어보세요! <편집자 주>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고서점 통문관 외부 전경 [사진=서울미래유산]
[디지털데일리 장주영 기자] 독서를 하나의 취향이자 라이프스타일로 소비하는 ‘텍스트힙(Text Hip)’ 열풍이 스테디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출판사 민음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민음사TV’가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한국서점조합연합회는 오는 10월까지 전국 지역서점 200곳에서 ‘인생독서×인생서점’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등 텍스트힙 흐름을 이어가는 중이다.
텍스트힙 열풍은 ‘읽는 행위’를 넘어 ‘머무는 공간’에 대한 관심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오래된 활자의 냄새를 따라 책방 자체를 여행하는 ‘북투어(Book Tour)’ 수요가 늘면서 서울 곳곳의 고(古) 서점과 북카페가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주목받는 모습이다.
실제로 소셜 데이터 플랫폼 썸트렌드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책방’ 키워드를 포함한 소셜미디어플랫폼(SNS) 게시글은 1만2651개로, 지난해 동기보다 5.1% 늘어난 추세다.
인스타그램에서도 ‘책방’ 키워드를 포함한 게시물은 34만7000여개를 돌파했으며 특히 ‘책방투어’ 키워드로는 5만8000여개를 넘어섰다. 트렌드가 오프라인 공간 소비로도 이어지며 서점의 역사와 공간 경험 자체를 소비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는 것이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고서점 통문관 내부 책장 [사진=서울미래유산]
우선 서울 시내 가장 대표적인 고서점은 종로구 인사동의 100년 서점 ‘통문관’이다. 1934년 문을 연 통문관은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고서점으로 꼽힌다. 한학자이자 서지학자였던 고(故) 이겸로 선생이 설립한 이후 한국 고전 문헌과 한학 자료를 전문적으로 취급해 왔다.
국내 고서적을 발굴해 평가 및 분석하고 유통과 출판을 진행하는 곳으로 독립신문과 월인석보 등 다양한 문화재를 발굴해냈다. 한자에 익숙한 일본인과 중국인 관광객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 곳으로,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된 역사 깊은 공간이다. 좁은 계단을 따라 들어서면 빼곡한 책장 사이로 오래된 한문 고서와 절판된 희귀본들이 층층이 쌓여 있다. 단순한 판매 공간을 넘어 한국 출판문화의 역사를 보존하는 작은 박물관에 가깝다.

혜화동 골목에 위치한 동양서림 서점 외부 전경. [사진=동양서림]
혜화돌 골목 안쪽에 자리한 ‘동양서림’도 빼놓을 수 없다. 1953년 문을 연 동양서림은 역사학자 이병도 박사의 맏딸이자 화가 장욱진의 부인인 이순경 씨가 혜화동 현 위치에 문을 열었으며, 개업 초기 6평 남짓했던 공간은 1964년 자체 건물을 올리며 규모를 키웠다.
특히 창업주 이순경 씨는 책방 경영자로는 처음으로 출판유공자 표창을 받았으며, 당시 직원들을 학교에 보내 공부를 지원한 일화로 유명했다. 1980년부터는 점원 출신 최주보 씨가 서점을 인수해 2대 대표가 됐고, 현재는 그의 딸이 3대째 운영을 이어 자리를 지켜오며 ‘서울미래유산’으로도 지정됐다. 그 덕에 동양서림은 빠르게 바뀌는 대학로 풍경 속에서도 과거 서울의 시간을 품은 공간으로 남아 있다.

홍익문고 내부 전경. [사진=비짓서울]
신촌의 랜드마크, ‘홍익문고’도 있다. 서대문구 신촌역 앞에 자리한 홍익문고는 1957년 노점에서 출발해 60년 동안 같은 자리를 지켜왔다. 한때는 “홍익문고 앞에서 만나”라는 말이 통할 정도로 신촌의 대표적인 약속 장소 역할을 했다. 1978년 현재 건물로 자리를 옮긴 뒤 규모를 키웠고, 지금은 2대째 가업을 이어가며 마찬가지로 ‘서울미래유산’에 등극됐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 정신에서 이름을 따온 홍익문고는 대형 프랜차이즈 서점과 온라인 중심 소비가 확산하는 흐름 속에서도 지역 서점의 상징성을 유지해 왔다. 서점 앞 거리는 ‘문학의 거리’로 조성돼 한국 대표 문학가 15인의 핸드프린팅이 새겨져 있으며, 거리 피아노 연주가 열리는 문화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업계에서는 텍스트힙이 단기 유행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바라본다. 빠르게 소비되는 숏폼 콘텐츠에 피로감을 느낀 젊은 층이 느린 취향과 깊이 있는 경험을 찾기 시작하면서, 책과 공간을 함께 소비하는 흐름이 더욱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김지훈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디지털 환경에서 성장한 Z세대가 아날로그적 독서를 희소하고 멋있는 행위로 인식하여 자신의 정체성과 고유한 취향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책과 글은 시대를 초월해 마음을 움직이고 연결하는 매체로써 변하지 않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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